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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차인표'서 차인표로 틀을 깬 차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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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차인표'서 차인표로 틀을 깬 차인표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주연 배우 차인표
    차인표가 '차인표'를 마주하고 뛰어넘기까지
    스스로 '차인표 유니버스'에 들어가 틀을 깨다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를 연기한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배우 차인표가 차인표로 영화에 등장했다.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자, 차인표가 아닌 또 다른 차인표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속 인물인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의 역사를 담고 있다. 당대 스타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인표, 모든 사람이 주목했던 그의 행보 등이 영화 속에 펼쳐진다. 그리고 '청춘스타'라는 이름을 뒤로 한 극 중 현재의 차인표는 이미지에 갇힌 채 고민하는 인물로 나온다.

    또 하나, 그동안 선보인 젠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코믹한 이미지로 무장한 채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에선 이미지에 갇힌 인물로 나오지만, 영화 밖 진짜 차인표는 이미지를 깨고 새로움에 도전한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만난 배우 차인표는 "그냥 코미디 영화가 아닌, 정말 어떤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라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를 연기한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 차인표, 차인표를 연기하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 배우 차인표가 영화 '차인표'에서 자신, 즉 '차인표'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이들은 더욱 놀랍다는 반응이다. 제목에 놀란 이들은 영화의 내용에 한 번 더 놀라고, 차인표의 연기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차인표'의 시놉시스는 대략 다음과 같다.

    손가락 하나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왕년의 슈퍼스타 차인표. 지금은 연기 4대 천왕에 끼고 싶지만 낄 수 없는, 열정만 가득한 몸짱 배우일 뿐이다. 그의 오랜 철학인 '진정성' 있는 아웃도어 광고를 위해 직접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올라간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고, 우연히 들어간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난데없이 갇히게 되는데….

    이미지로 스타가 된 배우가 이미지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를 탈피하는 게 영화의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차인표는 젠틀하고 진지한 이미지를 벗고 그의 배우 인생에 남을 만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치 '차인표 분노 시리즈'라 불리는 차인표 밈(Meme·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문화 정보의 단위로, 최근 인터넷에서는 신조어나 짤방 등 유행을 타고 널리 퍼지는 문화적 요소를 일컫는 말로 쓰임)에서 보인 진중함 속 어딘지 웃음을 자아내는 미묘한 지점을 극대화했다.

    영화 '차인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배우 차인표는 이러한 영화 속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보다는 실제 이름이 제목으로 쓰인다는 데 더 큰 부담을 느꼈다. 더군다나 시나리오를 처음 제안받은 2015년에는 영화 속 차인표와 달리 자신은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에서 차인표가 처한 환경과 달리 내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허구의 세계에 그려내야 하나 싶어서 출연을 안 하기로 했었죠. 그 후 4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실제 계속해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고 작품을 하고 싶은데 일이 들어오지도 않고…. 무슨 예견을 하듯이 지난 4년 동안 정체기가 있었죠. 그렇다면 영화를 하면서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면 깨보고, 또 색다른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차인표가 스타덤에 오르게 된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다. '차인표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손가락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 많은 여성이 열광했다. 영화는 차인표의 당시 이미지,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기도 한다.

    '차인표'가 오히려 자신을 과거의 이미지, 오래된 이미지에 가둬두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는 없었을까.

    "내가 깨고 싶었던 이미지는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을 못 하겠지만, 대중께서 혹은 제게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이 가진 고정관념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가진 저에 대한 고정관념이라 생각해요. 대중들의 기호에 맞도록, 기대에 부응하도록 저를 통제하고 조련하고 인내하고 어떨 때는 발전하지 못하며 살아왔던 거 같아요. 편한 상태, 안정된 상태 안에서만 해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걸 깨고 싶었어요."

    영화 '차인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차인표, 자신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다

    영화 '차인표'를 처음 마주하는 시청자들은 차인표의 색다른 모습에 놀랄 것이다. 황당무계한 설정 아래 차인표는 망가지고 또 망가진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차인표는 극 중 차인표를 통해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린다. 여기서 이미지란 앞서 차인표가 말한 일종의 '고정관념'일 것이다.

    고정관념을 무너뜨려 가는 그의 연기는 신선하고, '괴랄'(괴상하다+기상천외하다)하다고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희화화되어 있다. 진지하고 뛰어난 연기는 영화의 이러한 면을 더욱 극대화한다. 배우로서 부담감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차인표는 이 역시 하나의 '틀'이라고 말했다.

    "어느 순간 곰곰이 제가 가진 부담이 어디서 온 것인지 본질을 생각해보니 이런 거죠.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작품을 할지 안 할지 부담감까지 가질 정도인가. 도대체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붙잡느라고 좋은 영화가 들어왔는데 안 하려 하느냐고 질문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그것 자체가 제가 영화에서 건물에 갇힌 것처럼 스스로 옭아매고 있던 생각이라 생각하니 부담이 줄어들었어요."

    영화 '차인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래서인지 차인표는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장면을 꼽았다.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던, 차인표의 트레이드마크 같던 그 손가락 말이다. 자신을 얽매고 있던 압박과 틀에서 벗어나 다시금 차인표로 거듭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카타르시스와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며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그 장면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통쾌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인표는 한 남성 시청자의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남자분이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서 앞으로 삶에 있어서 자기의 태도가 달라질 거 같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한 의도와 맞는 거 같아서 그 리뷰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를 연기한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 차인표가 말하는 배우의 길

    '차인표'는 차인표가 자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다. 그는 닮은 듯 다른 자신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차인표'를 본 시청자라면 단지 그가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음을 볼 수 있다.

    차인표는 "배우는 내 직업인데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는 직업, 더 열심히 잘하고 싶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기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금씩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는 만족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차인표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그는 "연기를 잘하는 것,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 그게 배우로서의 진정성일 것 같다"며 "그 진정성은 보다 신뢰와 책임감에 가까운 진정성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극 중 차인표나 현실의 차인표도 배우로서의 진정성은 소홀히 한 채 사회적인 진정성만 부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희화화되는 장면을 보면서 그래서 이랬겠구나 싶었다"며 "윤종빈 감독님 말대로 학생은 공부하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걸 놓고 진정성을 외치는 걸 보며 웃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차인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배우로서 진정성이란 연기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한 차인표는 '차인표'를 통해 그만의 진정성을 내보였다. 지금도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연기 인생 25년 차 차인표는 배우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기본기'라고 강조했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어야 표현도 잘 돼요. 저도 항상 기본기에 대한 갈구가 있어요. 아무리 바빠도 중간중간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가서 훈련하고 오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저도 다시 시작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죠. 누군가가 저한테 그런 조언을 해줬다면 너무나 좋았을 것 같아요. '인표야, 네가 아무리 유명하고 아무리 바빠도 일 년에 몇 달 정도는 연극 무대로 돌아가라. 충전하고 훈련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와라'라고 말이죠."

    지난날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던 만큼 차인표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어쩌면 단지 후배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영화 속 차인표가 그러했듯이 자신이 만든 견고한 고정관념의 틀에 갇힌 이들에게도, 차인표 자신에게도 다시금 강조하는 말일지 모른다.

    "대중과 소통하려면 시선이 바깥을 향해야 해요. 일을 하다 보면 내 이름만 검색하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보는 경우가 많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큰 무리의 사람이 고민하는 부분을 같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고, 이를 키워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는 마음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차인표'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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