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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노사 반발 맞은 누더기 중대재해법, 해법은 없나



경제 일반

    [노동:판]노사 반발 맞은 누더기 중대재해법, 해법은 없나

    국회 통과하자마자 노사 양측 반대 부딪힌 중대재해법…보완입법도 쉽진 않아
    노동계 최대 불만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정부 실태조사부터 시작하자"
    "사후 조치 급급한 근로감독, 중대재해법 취지 맞게 사전 예방 중심으로 개선해야"
    "사용자가 지킬 의무 객관화, 구체화해서 제시해야"
    "재해 예방 위한 현장의 전문성 강화하도록 기업 규모·업태 따라 제도 마련해야"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며 다만 하청을 받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일 경우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윤창원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노사 양측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 모두 보완입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법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측이 안전보건조치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재해가 일어난 경우 사업장의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예외가 많은 누더기 법안이어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재해를 예방하자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경영계는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과도한 처벌이 우려된다며 각자 보완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이 논의된 기간만 무려 20여 년, 더구나 이제 막 국회에서 제정한 법을 놓고 당장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중대재해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노동계의 우려가 큰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이 개정될 때까지 상당 기간 재해 예방의 사각지대로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는 일단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의 실태 조사라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신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통해 재해를 예방하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가 일어나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업장 수 기준 전체 사업장의 60%에 달하고, 약 400만명의 종사자가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최근의 실태 조사가 없다"며 "이 곳에서 어떻게 일하고,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 뒤 이를 기초로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뒤늦게 수습하기 바쁜 정부의 근로감독 관행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바꾸도록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한인임 사무처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등이 안전보건 예방조치를 지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뒤늦게 사후 관리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국내 질병사망자 수가 사고사망자 수를 넘어섰는데, 질병재해는 급성중독 같은 특이한 사례가 아니면 관리하기 매우 어렵다"며 "단 한 명의, 작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전에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감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책임 범위와 무관하게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안전공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재해가 발생하면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의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두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수백 개 현장을 관리하는 대기업의 경우 무엇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강한 처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불명확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용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뿐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 현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기존 법령을 위반하거나, 산업안전 감독기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사태가 명확하지만,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대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우선 감독관청의 지시사항을 객관화, 구체화해서 어떤 지침, 계획을 갖고 재해를 예방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며 "작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노-사-감독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체적으로 예방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장은 비슷한 업체들이 모여 산업안전 전문가를 갖춘 안전공제조합 등을 통해 공동의 작업 지침, 행동 방식 등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관련 전문 기관·업체에 비용을 지불해 재해 예방 계획·지침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기업의 규모·업태에 따라 제도를 설계할 필요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현장에서 '중대재해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등 후속 조치를 내놓을 수 있도록 현장 애로 사항들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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