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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개]6시간 넘게 버스만…폭설이 빚은 진풍경들



사건/사고

    [이슈시개]6시간 넘게 버스만…폭설이 빚은 진풍경들

    집 앞 내리막길이 스키장?…스노우보드 타는 장면 포착한 시민
    직장인들 퇴근 못해 새벽2시 호텔 몰려 긴 체크인 대기줄
    오후 5시반 출발해 다음날 새벽 집 도착한 운전자

    사진 왼쪽부터 새벽 2시경 호텔 체크인을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줄, 사고처리를 위해 오던 렉카차가 사고차에 2차 충돌하는 장면, 저녁시간 집 앞 내리막길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는 시민.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6시간 40분동안 버스타고 왔습니다'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북극발 한파에 폭설까지 덮치자 도시 곳곳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6일 오후 5시30분에 차고지를 나선 한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새벽 12시가 넘어서야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사고 없이 무사히 복귀해 참 다행"이라면서도 "찻길에 쌓여있는 눈을 보니 내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7일 오전 시민들은 오지 않는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고 지하철 역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차선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 독자 제공

     

    관악구에 거주하는 아들을 자가용으로 데려다주고 송파구 집으로 돌아오려 했던 A씨는 예상을 넘는 폭설에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었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낙성대역~사당역 도로에서만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시내 도로에서도 노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눈 때문에 승용차, 버스들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정지하는 등 잰걸음을 반복했다. 예상을 넘는 폭설로 제설 작업이 늦어지자 차량들은 도로에서 매연만을 뿜어대며 헛바퀴만 굴렀다.

    곳곳에서는 눈길에 미끄러진 차들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는 도로에서 6시간 이상을 허비한 후 귀가했다.

    A씨는 "출발할 때 눈이 내리는 것을 봤지만, 날씨예보를 보지 않아 이정도 폭설이 내릴 줄은 몰랐다"며 "제설작업이 되지 않아 도로 위는 정말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수라장이 된 압구정 도로상황.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밖에 폭설로 여러 진풍경들이 연출됐다.

    서울 한 내리막길을 달리던 SUV 차량이 브레이크 제동이 되지 않자 핸들을 꺾어 도로 외곽벽에 차를 부딪혀 세우기도 했다. 사고난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리던 렉카차량이 내리막길에서 수십미터를 미끄러져 사고차량과 또다시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7일 새벽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현 시간 서울 모 호텔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호텔 로비에 눈 때문에 퇴근하지 못한 직장인들이 입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채 체크인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 대리기사는 콜을 받는 어플화면을 캡처해 올리며 "대리운전 오늘 난리네요. 집앞에서 30분만 주행하면 5만원인데 아무도 안잡네요"라며 수북히 쌓인 콜리스트를 찍어 올렸다.

    실제 콜리스트를 보면 성남 중원구 상대원2동~송파구 장지동을 가는 차가 대리비 5만원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위 아무도 콜을 받지 않고 있다. 주행거리는 총 6km로 지하철역 4정거장 거리였다.

    또 한 시민은 새벽시간 집앞 내리막길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는 모습을 포착해 올리기도 했다.

    7일 새벽 판교방향으로는 도로가 텅비었지만 퇴계원방면으로는 차가 꽉 막힌 모습(왼쪽), 한남대교 진입램프에서 사고가 나 세워둔 차 2대 옆으로 대형화물차가 지나가고 있다. 도로교통상황 CCTV 캡처

     

    도로 CCTV에서도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벽 1시 43분 살펴본 판교~잠실 구간 수도권제1순환도로는 판교방향으로는 도로입구에 사고가 나서 차들이 단 한 대도 없는 반면, 반대차선은 도로 진행이 불가해 보였다.

    또 제설작업이 안 된 강변북로에서 한남대교로 가는 진입램프에 사고가 나 정차하고 있는 사고차량 두 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대형화물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도로 CCTV에 포착됐다. 한순간 실수로 한강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파트 단지 제설작업을 돕는 주민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폭설에도 훈훈한 소식은 있었다. 시민 B씨는 6일 저녁 눈이 내린지도 모르고 자려고 누웠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방송을 듣고 일어났다. 눈이 많이 오는데 직원 세명으로는 도저히 제설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입주민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B씨는 "바로 나가서 (제설작업) 하고 왔다. 들어와서 온수샤워하니 군대 생각나고 좋았다"며 "아내에게 '뽀글이(군대에서 봉지에 물을 부어먹는 라면)' 해달라고 할까 한다. 장비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들 나와 금새 치웠다"고 전했다.

    실제 그가 올린 사진을 살펴보면, 두꺼운 옷을 입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밖으로 나와 제설장비를 들고 눈이 쌓여있는 아파트 단지 계단 등을 치우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들은 "명품 아파트다"라며 칭찬했고 B씨는 "다들 기피하는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명품아파트는 입주민들이 만든다", "사시는 분들이 명품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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