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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중심 아동학대 대응한다는 경찰청장…경찰개혁 '맹점' 노출



사건/사고

    '국수본' 중심 아동학대 대응한다는 경찰청장…경찰개혁 '맹점' 노출

    김창룡 경찰청장, '정인이 사건' 대국민 사과 및 대책 발표
    "국수본 중심으로 경찰청 관련 기능 참여하는 TF 구성해 방지대책 추진"
    경찰청장, 국수본부장, 시도경찰위 '3등분'…아직도 청장 1인 체제?
    경찰청 "아동학대 대응 위해선 협의체 필요, 법 위반 소지 없어"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경찰청 관련 기능이 모두 참여하는 TF를 꾸려 재발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사무에 해당하는 아동학대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감독이 엄격히 제한되는 국가수사본부를 동원하겠다는 발상인데, 올해부터 시행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맹점'이 법 시행 일주일 만에 노출된 셈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청장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아울러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경찰청 관련기능이 모두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재발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이 숨진 지 86일 만에 이뤄진 공식 사과다. 당초 경찰은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신고 중 3차 신고에 관여한 경찰관들만 징계에 회부했다. 해당 경찰서나 지휘부 차원에서는 유감 표명도 없었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 주말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이후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경찰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김 청장은 전날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에 나서게 된 것이다. 문제는 김 청장이 들고 나온 대책이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축소된 경찰청장의 권한 밖의 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경찰법을 보면 경찰은 경찰청 업무를 관장하는 경찰청장, 수사업무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 자치경찰업무를 지휘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체제로 3등분 됐다. 경찰청장은 수사 사무와 자치경찰사무를 제외한 국가경찰사무를 총괄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동학대 범죄는 경찰법 제4조 1항 2호 라목에 따라 자치경찰사무로 분류된다.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경찰청장의 지휘·명령 권한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같은법 제32조에 의해 국가 비상사태나 대규모의 테러, 국민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다수의 시·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치안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이때에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사전에 사유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통보해야 한다.

    국수본에 대한 경찰청장의 권한 행사도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규모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가 있을 때에만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

     

    국수본을 중심으로 TF를 꾸려 아동학대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김 청장의 구상은 새로 시행된 경찰법의 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위법의 소지가 있다. 아울러 세 분야로 나뉜 각각의 수장이 활동하는 경찰개혁 시대에 뒤처진, 여전히 1인 수장 체제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의 경계가 아직 어렴풋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이러한 경찰청장의 인식은 국수본이든, 자치경찰이든 다 자신이 지시하고 통제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수사와 정책, 예방이 '한 묶음'으로 가야 하는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협의체 구성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정책 담당인 경찰청과 수사 담당인 국수본, 아동학대 담당인 자치경찰이 협업 체계를 이룰 뿐, 경찰청장이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수본을 중심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에 드러났듯이 수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기에 비중을 두겠다는 뜻"이라며 "구체적인 수사는 경찰청장이 개입할 수 없고, 모두 국수본부장에 위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치경찰 업무의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조를 구하고, 의견을 전달하게 되며 협의체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TF가 어디에 설치될지, TF팀장을 누가 맡을지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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