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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릴보이 "올해는 사두용미, 내년엔 용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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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릴보이 "올해는 사두용미, 내년엔 용 되고 싶어요"

    '쇼미더머니' 시리즈 부활 알린 시즌 9에서 우승 거머쥐어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실력에 대한 확신 없어, 무조건 열심히 했다"
    득표수나 등수와 관계없이 했던 유일한 무대 '크레딧', 가장 만족
    무대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성 배운 기회
    내년 초 목표로 음악 작업 중

    엠넷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9'에서 우승한 래퍼 릴보이를 지난 24일 오후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쇼미더머니 4' 이후 5년 만이었다. 지난 18일 종영한 엠넷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9'에 릴보이(IlBOI, 오승택)가 참가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다. 참가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어떤 랩 혹은 무대를 선보일지 궁금해하는 인물. 인지도가 있고 실력을 이미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앞선 출발점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높은 기대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릴보이는 이른바 '싱잉 랩', '발라드 랩'이라고 불리는 음악을 했다는 이유로 '힙합도 아니다'라는 평가절하를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릴보이는 1차 예선 때부터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쳤다. 프로듀서 저스디스는 릴보이의 랩이 끝나고 난 후 "눈물 나게 잘하시네요"라고 감탄했다. 스튜디오 인터뷰에서도 "딱 뱉는 순간 압도됐다"라고 털어놨다.

    "내가 여기서 랩을 제일 잘하면 비웃지 못할 것이다, 결국에 영향력이 센 사람이 이제 짱이니까"라고 말한 릴보이는 60초 랩 테스트에서도 4개 프로듀서 팀 전원에게 '올 패스'(ALL PASS)를 받아냈다. 이때 선보인 '표현의 자유/쟤네들은 랩 하지/마약에 대해 뉴 아웃핏에 대해/시계와 수입산 차에 대해/하지만 난 너희가 말하는 '사랑'에 관해 랩을 할 거야/그래 상관없지 평가 따위'라는 가사는, '그게 힙합이냐?'라는 세간의 힐난을 릴보이가 어떻게 맞받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릴보이는 지난 18일 최종회에서 결국 우승해 '영보스'(Young Boss) 자리에 올랐다. CBS노컷뉴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오후 릴보이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엠넷 '쇼미더머니 9' 캡처

     

    가장 먼저 우승 소감을 묻자, 그는 웃음 띤 목소리로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승자가 끝나고 한턱 쏘는 게 국룰(일반적인 형태)이라고들 하는데 (문) 연 데가 없더라. 새벽 2시에 끝나기도 했고. 우승했는데 감사하다고 인사도 잘 못 드린 것 같아 그런 게 아쉬웠고, 사실 실감은 안 나는 편이다. 끝나고 뭐한 게 없어서. 아, 스케줄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했고 비대면 공연 등에 초청받기도 했다.

    첫 회부터 "눈물 나게 잘하시네요"라는 평을 들었고 이후로도 우승 후보로 여러 번 언급되는 게 부담되진 않았을까. 릴보이는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긴 했다. 근데 왜 자꾸 우승 후보라고 하는 거지 의심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많이 좋아해 주시지, 하는 의문이 되게 컸던 것 같다. 제 실력에 대한 확신도 없었을뿐더러 뭐랄까 객관화가 안 되는 성격이어서… 부담보다는, 의심을 계속했고, 어쨌거나 제가 할 수 있는 건 좀 더 노력하는 것밖에 없어서 그냥 무조건 열심히 했다"라고 전했다.

    '쇼미더머니 9'에는 심사위원과 다른 참가자들이 릴보이 무대에 호기심, 기대를 표하거나 칭찬하는 대목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정작 릴보이는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 탓이다. 다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부터 제한이 있었기에, 무대를 하고 나서의 '웅성거림'도 '환호'도 잘 못 들었단다. 새 경연을 준비하고 곡 작업을 하는 데에는 늘 시간이 촉박했기에 방송을 제때 볼 여유도 없었다.

    릴보이는 '쇼미더머니 9'에서 '프릭'(Freak), '내일이 오면', '배드 뉴스 사이퍼 vol.2'(Bad News Cypher vol.2), '온 에어'(ON AIR), '크레딧'(CREDIT) 등의 무대를 선보였다. 가장 만족했던 무대는 '크레딧'이었다. 릴보이는 "일단은 끝이어서 시원했다. 3개월 정도 노력했던 무대의 마지막이지 않았나. 지금까지 같이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제일 잘 담겼다고 생각했다. 득표수나 등수와 관계없이 했던 유일한 무대가 그거였다"라고 말했다.

    릴보이가 가장 만족한 무대로 꼽은 '크레딧'. 엠넷 '쇼미더머니 9' 캡처

     

    반대로 실력을 채 다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던 무대는 없었을까. 릴보이는 '크레딧'을 제외한 모든 무대가 아쉬웠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무대는 다 부담감이 있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이겨야 하고, 한 명이라도 더 살아야 해서 그게 무대에서 제 동선이나 자유로움을 제한했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본인 무대에 관해 이토록 엄격한 평을 내렸으나, 릴보이는 귀 기울이게 하는 가사와 래핑으로 호평받았다. 평소 가사 쓸 때 신경 쓰는 점이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이게 좀 이상한 얘기긴 한데 '쇼미' 나가기 전에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란 영화를 봤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사에 대해 엄청 크게 느꼈어요. 작곡이 육체적인 관계라고 한다면 작사가 정신적인 관계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힙합은 결국 가사가 제일 많은 장르인 거잖아요. 그럼 어떻게 보면 제일 정신적인 데에 가까운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자기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썼죠. (자이)언티 형이나 기리(보이)나 어떤 얘기를 (가사로) 할지 서로 얘기하고 같이 정말 오래 고민했거든요. 다른 팀은 진짜 빨리 가사가 나오는데 저희 팀은 가사만 갖고도 너무 수정을 많이 했죠."

    가사 수정이 잦았기에 '진짜 최종본' 가사를 숙지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릴보이는 가사 틀릴까 봐 많이 불안해했는데, 이때 자이언티가 '네가 불안한 건 이해하지만 음악은 영원히 남는 거니까 음악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경연) 무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음악이 먼저인 사람들이니 음악이 좋은 게 먼저고, 좋은 얘기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해 줘서 큰 힘을 얻었다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래퍼 원슈타인, 프로듀서 자이언티와 기리보이. CJ ENM 제공

     

    릴보이는 '자기'(자이언티-기리보이) 팀에 속해 경연을 치렀다. 릴보이는 "기리는 무대 쪽에 신경을 많이 써 줬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언티 형은 세심한, 약간 어머니 같았다면 기리는 '믿고 따라와' 하는 아빠 같은 느낌이었다. 부모님 같았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서 무척 편했다는 릴보이는 "(저희 팀이) 너무 노이즈가 없고 편하게 쭉 가니까 분량이 안 나올까 걱정했다. 제 성격이랑은 너무 잘 맞아서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3개월 동안 경연을 진행하며 남다른 인연을 맺은 동료도 있다. 바로 원슈타인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프로그램의 '힐링' 요소 중 하나였다. 릴보이는 "원슈씨는 시골청년 바이브? 순수하고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예를 들어서 저도 되게 오래 음악을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되게 오랜만이었거든요. '아, 나도 옛날에 저랬었지!' 했어요. 원슈씨도 꽤 음악을 오래 한 거로 아는데 그런 걸 아직까지 유지하는 걸 보면서 상당히 반성했어요. 왜 난 똑같이 못 하지? 나도 저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저를 돌아보게 됐죠. 실제로 많은 아티스트가 원슈씨한테 그런 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쇼미' 아니어도 많은 래퍼분들, 노래하시는 분들이 동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화면으로만 봐도 느껴질 정도니, 실제로 보면 더 그래요."

    '쇼미더머니 9'을 장식했던 무대 중 릴보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미란이의 '아츄'(Achoo)였다. 릴보이는 "무대를 실제로 봤는데 너무 좋았다. '아, 이건 내가 페스티벌에서 보고 싶다!'는 느낌? 이거 하나만으로도 전 무조건 표 사서 가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미란씨는 '쇼미' 진행되는 동안 '사람이 이렇게 단기간에 업그레이드가 되나?' 생각했다. ('아츄'는) 이 사람에 대한 멋을 확 느끼는 순간이었다. 원래 멋졌지만 거기서 완전 포텐(잠재력)이 폭발했다고 할까. 그래서 그 무대가 너무 기억에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릴보이는 내년 초를 목표로 음악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빠듯한 일정, 끊이지 않는 미션을 수행하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릴보이는 '쇼미더머니 9'을 통해 '과정의 중요함'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의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의 노력과 창의력이라든지… 결국 음악이라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 다 하는 천재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붙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게 너무 멋있게 느껴졌고 그런 과정이 행복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서적으로도 나아졌다. "많은 부분에서 좀 안정됐어요."

    '쇼미더머니 9' 이후 달라진 건 또 있다. 일정도, 팬들도 많아졌다. 릴보이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릴보이는 "'쇼미' 나오기 전에 인스타 라이브를 하면 저희 팬들이 15명 있었는데 이번에 끝나고 나니까 6천 명 이상이 봐주시더라. 사실 제가 반짝하는 인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 운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운이 좋았고 관심을 주시는 것 같다. 제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위치에서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릴보이에게 지키고 싶은 초심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때 묻지 않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음악에 비즈니스가 당연히 들어올 수밖에 없긴 한데, 만들 때만큼은 순수하고 싶다. 어떤 분야의 진짜 대가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많지 않나. 되게 순수하게, 진짜 좋아서 하는. 문제는, 운이 되게 중요한 거 같다. 운이 따라줘야 그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운을 점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내년 초를 목표로 음악 작업 중이라는 릴보이는 올해를 '사두용미의 해'라고 표현했다. "저한테는 정말, 완전! 사두용미의 해였고요. 끝이 너무 창대해서요. 내년엔 그냥 용이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래퍼 릴보이.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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