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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살려주세요" 동부구치소 SOS, 내부 징계 절차…괘씸죄?



사건/사고

    [단독]"살려주세요" 동부구치소 SOS, 내부 징계 절차…괘씸죄?

    고정식 방충망, 외부 손 내밀 수 없는 구조
    손·수건 흔든 재소자 상대로 '시설물 파손' 조사 중
    동부구치소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 밝혀
    "초기 대응 실패해놓고 색출은 발빠르게 움직여" 비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용자 3분의 1에 달하는 8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교정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쇠창살 밖으로 손을 내밀며 살려달라고 외쳤던 일부 수용자들이 규율 위반으로 내부 징계를 받을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구치소 "고정식 방충망 훼손 수용자, 사실 관계 조사 중"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 모습.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지난달 28일 직원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 지난 14일 수용자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오전까지 누적 확진자는 792명으로 늘어났다. 박종민 기자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동부구치소는 최근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수건을 흔들고 '구조 신호'를 보낸 일부 수용자를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치소 구조상 방충망이 고정돼 있어 외부로 손을 내밀 수 없는데 손을 내민 것으로 보아 시설물 파손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동부구치소 관계자는 "구치소 창문에는 고정식 방충망이 설치 돼 있다"라면서 "당시 시설물을 파손한 수용자를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용자 징계 등)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이 최근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부 상황이 잘 드러난다.

    한 재소자는 편지에서 "창문에 수건 흔든 사람들을 '기물 손상' '감염법 위반' 등으로 징벌에 추가(조치)까지 생각 중이라고 한다"며 "그 사람들 방은 다 깨고 (분리하고) 싹 조사수용 했다더라"고 밝혔다.

    다른 수용자 가족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창문에서 손 흔든 사람을 징계하고 기물 파손 혐의 등 죄를 추가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초기 '골든타임' 놓쳤는데…시설 파손 책임자 색출엔 발빠른 법무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확진자들이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긴급호송 버스를 타고 청송군 경북 북부 제2교도소(청송교도소)로 이송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렇듯 동부구치소가 창문 파손의 책임을 따지는 것에 대해 구치소 안팎에서는 적잖은 비판이 나온다. 확진자 발생 초기 대응에 실패한 교정당국이 외부에 도움을 호소한 수감자 색출에는 지나치게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동부구치소에서 첫 직원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달 27일. 이후 12월 5일부터 14일까지 직원 14명이 추가 확진됐다. 14일에 수용자 1명이 확진되자 수용자와 접촉한 일부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격리 수용했다.

    결국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주가 지난 18일에서야 첫 수용자 전수검사가 실시됐다.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복수의 재소자 가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재소자 편지에는 감기 증상을 호소하거나 인후통이 있다는 수용자가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감기약만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예산 및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법무부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는 무증상 확진 가능성이 있는 재소자를 방치한 정황이다.

    법무부는 일정 기간 음성 판정 수용자를 그대로 다인실에 방치했다. 무증상자는 전수검사 이전에는 코로나 검사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로 확진자 180여명이 쏟아졌다. 이들의 방을 옮기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인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수용자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는 "피란민처럼 온통 뒤섞여 움직였다", "검사를 받은 뒤 강당에 200명 정도가 모여서 오랫동안 있었다", "방이 비좁아 누울 자리도 없을 정도로 밤을 지샜다" 등 내용이 담겼다.

    한 수용자 가족은 "직원 관리 소홀로 인해 음성인 수용자가 양성인 방으로 분류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라며 "네 시간 만에 음성으로 확인돼 다시 방이 옮겨졌는데 그 수용자는 결국 확진이 된 것으로 안다"고 내부 소식을 전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탈옥의 위험 때문에 방충망 훼손을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리친 것에 대해 과한 대응을 할까 걱정이다. 징벌이나 법적 처벌 등 단순 징계 이상의 조치가 내려진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교정행정의 무능을 보여준 사례"

    전문가들은 동부구치소 사례를 '교정행정의 무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아주 무책임한 방기로 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민간 기관도 아니고 국가가 운영하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초기 1월부터 그렇게 교정시설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했다. 준비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라며 "법무부가 법무부 본연의 일을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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