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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대북 전단 놓고 美 정치권 '수렁'에 빠지나

    전단금지법 반대 논리 충돌
    대북전단 효과? 있다 vs 없다
    표현자유침해 vs 탈북단체억압
    동포들 "이게 정보냐?" 전단폭로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로버트 킹, 앤드류 여, 크리스 스미스, 로버트 아인혼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고 있는 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을 놓고 미국 정치권과 북한 관련 연구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법에 대해 그 동안 미국에서 나온 반응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북전단이 일종의 정보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입장이 대표적이다.

    국무부는 한국언론의 관련 질의에 대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완곡한 입장으로 이 법안을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자유 신장 및 인권 보호에 대해 미국이 견지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부합하는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정부가 북한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1천만 달러(109억원)를 편성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미국 인사들 가운데도 전단의 정보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2일 미국 연구소인 CSIS의 선임고문 자격으로 이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북전단의 정보가치는 없다고 밝혔다.

    랜드 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단이 휴전선 부근으로 떨어질 뿐 북한 깊숙이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탈북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기초로 한 미국 국제 정보 기구들의 연구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대외정보 취득에서 대북 전단은 주요 소스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들일수록 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의 경우도 지난 2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킹 전 특사와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정권의 지속적 세뇌 작업에 중대하게 영향을 받고 있어서 외부의 전단은 그들의 사고를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안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혼 전 특보나 킹 전 특사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킹 전 특사는 이 법이 북한의 희망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고, 아인혼 전 특보는 이 법이 향후 한미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어찌됐건 이 문제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재미 동포들은 대북전단이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는 미국 일부 시각을 탄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KAPAC'(미주민주참여포럼)은 탈북단체들이 과거에 북한에 살포한 전단지를 입수해 그 내용을 영어로 번역중이다.

    대북 전단의 실상을 미국 정치권에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를 소재로 만든 대북 전단. 재미 교포 B씨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부인 맬라니아 여사를 욕보이는 아니면 말고식 삐라를 풍선에 실어 미국땅에 뿌린다면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캡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두번째 주장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연방하원 크리스 스미스 의원(뉴저지)이 법안 통과 초기부터 이 논리로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주장은 대북전단이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놓은 차선의 주장으로 보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은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정치 풍토상 전단의 정보 차단 주장 보다 더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남한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광범위하게 억누르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존재 사실을 피해갈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다시말해 미국은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 적용으로 표현의 자유 뿐 아니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실제로 인권 유린의 수단으로 무수히 악용돼 온 국가보안법 7조를 놔두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논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놓고 표현의 자유 침해를 거론하는 것은 일견 이 법을 반대하는 명분상의 이유로 보인다.

    그 보다는 이 법이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을 억누를 것이라는 관측이 더 솔직하게 들린다.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VOA와 인터뷰에서 이 법이 다른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단체 지원 자금을 중단시키거나, 북한 인권단체를 겨냥하거나 아니면 탈북언론인들의 활동을 봉쇄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법이 결국은 남한의 탈북민들을 소수 집단으로 취급하게 되므로 민주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한국 국회에서 만든 법을 놓고 미국 일각에서 맹목적 반대를 하고 있는 것 역시 탈북자들 때문이다.

    탈북자 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국민의 힘 지성호 의원이 미국을 방문해 정치인들 및 북한문제 연구자들을 만나고 난 다음부터 사달이 났다는 점에서 앤드류 여 교수의 분석은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와관련해 재미동포 A씨는 "미국 일부 정치인들과 이른바 싱크탱크라는 곳에서 한갓 전단쪼가리(leaflets)를 놓고 예상 외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이 법의 본질은 꿰뚫지 못하고 탈북자들 주장을 취사선택해 들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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