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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스크린에 던진 화두…#OTT #변화 #정체성



영화

    코로나가 스크린에 던진 화두…#OTT #변화 #정체성

    [문화연예 연말정산 ⑤·끝] 코로나 여파로 극장 관객 급감
    넷플릭스 등 OTT 시청 시간은 2배 이상 급증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 등 극장 개봉 없이 OTT 직행 사례 등장
    美 거대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도 2021년 극장-OTT 동시 개봉 추진
    코로나에 국내외 영화제도 '온라인' 물결…"정체성 고민해 볼 시점"

    올 한 해 문화연예계는 코로나19와 분투를 벌였습니다. 대중과 직접 맞닿아 소통해 온 만큼 어느 분야보다 타격이 컸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도 코로나 이후 시대를 향한 밑거름을 뿌렸습니다. 엄혹한 현실을 굳은 의지로 낙관하며 헤쳐 온 2020년 문화연예계를 돌아봅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코로나19라는 다이너마이트, 가요계 어떻게 바꿨나
    ②코로나19로 신음한 공연계…온라인 공연, 새 활로 될까
    ③#넷플 #非지상파 #트로트…방송가 팬데믹 '전세역전'
    ④'봉준호'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영화계
    ⑤코로나가 스크린에 던진 화두…#OTT #변화 #정체성
    <끝>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영화=극장'이라는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가속화했다.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는 극장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동시 개봉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영화제 역시 온라인 개최를 도입하는 등 영화계에 '온라인' 물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 코로나에 극장 침체…넷플릭스 등 OTT 인기 급등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온라인 영화 시장 변화 및 산업 전망 분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극장 관객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극장 상영 없이 OTT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메이저 영화를 개봉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극장'이 1차 창구인 전통적인 영화 산업 구조에 변화가 일어났다.

    영진위는 "OTT와 극장의 동시개봉 논란을 코로나19가 재점화한 측면도 있다. 코로나로 그동안 잠재돼 있던 극장과 OTT의 동시개봉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미국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튜브,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간 시청 시간은 1614억 분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신규 유료 회원은 220만명 증가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46%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왔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성장한 64억 3600만 달러(한화 약 7조 1279억원), 순이익도 7억 9000만 달러(한화 약 8749억원)에 달한다. 4분기 예상 신규 유료 회원 수는 600만명으로 추정된다.

    토종 OTT 서비스 업체인 웨이브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1일까지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16.4%, 영화 구매량은 1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의 OTT 서비스인 시즌 역시 스트리밍 시청 시간은 14%, 주문형 비디오 구매 횟수는 10% 상승했다.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들. 사진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일부 영화, 극장 대신 OTT로…"극장으로 올 수밖에 없는 콘텐츠 만들 것"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손익분기점 돌파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신작 영화가 개봉을 미루고 있다. 그렇다고 개봉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거듭 연기하던 일부 영화들은 OTT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한 데 이어 최근 '콜'(감독 이충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차인표'(감독 김동규), 그리고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로 2020년 텐트폴 중 하나였던 '승리호' 역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행을 선택했다.

    최근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내년 개봉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고질라 대 콩' '듄' '매트릭스 4' '컨저링 3' 등 자사 영화 17편을 극장과 동시에 자사 OTT인 HBO맥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한시적인 모델이라 설명했지만, 감독들은 물론 대형 극장 체인들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 5일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 '한숨 토-크: 코로나 시대 감독살이'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은 "자구책이라 생각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해한다. 미국의 경우 수천억원을 들여서 영화를 찍었는데, 다음 영화를 찍으려면 그 돈이 회수돼야 한다"며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히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 '한숨 토-크: 코로나 시대 감독살이'에 참석한 임필성, 윤제균, 이준익, 김홍준 감독(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이준익 감독은 "결국 그들(워너)의 전략이다. 영화 산업을 견인해 오던 할리우드 메이저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비즈니스적인 선택"이라며 "(워너는) 극장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수명이 다했다고 본 거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앞당겨진 건 있다. 한국도 사실 언젠가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OTT가 디지털 세대 사이에서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일각에서는 극장의 대형 스크린 시스템을 통해 봐야 할 대작 기획이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진위는 "20대에게 영화관 관람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영화 이용은 상호 보완적이다. 장르 요인과 영화 이용 행태에 따라 극장과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는 행위가 구분된다"며 "코로나 유행으로 영화 관람이 급격히 감소했으나, 코로나 종식 이후 관람 목적에 따라 영화관을 다시 찾을 의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관을 다시 찾을 의사를 높일 수 있는, 즉 관객들을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아닌 극장 스크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다.

    윤제균 감독은 "OTT나 TV로 영화를 보는 시대가 왔고, 많은 사람이 극장에 가는 게 익숙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며 "그러나 극장을 안 가고 있는 게 아니라 못 가고 있기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예전으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감독들 능력을 믿는다. (관객들이) 극장으로 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콘텐츠를 내놓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가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폐막식, 레드카펫 등 오프라인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출품작 상영에 집중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영화제에도 온라인 물결…영화제 '정체성' 고민할 시점

    많은 영화제 역시 온라인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영진위가 발간한 '코로나19 시대 국내외 국제영화제 대응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칸영화제 취소 이후부터 국제영화제들은 개최를 취소하거나 최소화해서 개최하는 경향으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칸 영화제 취소로 필름마켓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플랫폼에서 진행됐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들은 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 포털 등과 협업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했다.

    피어스 핸들링 전 토론토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강릉국제영화제 강릉포럼을 통해 "칸이 올해 온라인 마켓을 연 게 큰 사건이었다. 효과가 컸고, 토론토에도 온라인 마켓이 열렸다"며 "코로나 위기와 디지털 이행은 직접적으로 산업 쪽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모든 영화제 관계자들이 디지털 세계가 영화제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지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칸 필름마켓 온라인플랫폼 인터페이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진위는 "영화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국제영화제가 온라인 상영 형태를 취한다면 OTT 플랫폼 기획전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영화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 영화제는 대면 네트워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 역시 지금 이 시점에서 오히려 영화제의 의미에 대해 더 질문하고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어스 전 조직위원장은 "영화 업계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이라 오래된 습관과 방식으로 되돌아가려 할 것이다. 두려운 건 코로나가 끝났을 때 옛 방식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영화제는 그동안 규모가 점점 커지는 데만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전에 없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니 이제 여러 가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관객과의 관계를 다시 쌓고, 영화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무엘 하미에르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마다 가장 먼저 내세우는 걸 보면 몇백 편씩 상영한다고 발표 등 규모에 의존한다.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똑같은 감독 이름이 들린다"고 지적하며 "이제 잠깐 멈춰서 되돌아보고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지금은 영화제의 미래를 결정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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