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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구 그리고 코로나]아린 후유증, 잃어버린 목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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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대구 그리고 코로나]아린 후유증, 잃어버린 목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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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직장 폐쇄, 등교 중단, 병실 부족. 꺼림칙한 단어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 곳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지금보다 체계가 없었던 지난 봄, 사실상 '무방비'였던 시절의 대구 역시 그랬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확산의 고비를 마주하고 이겨나가길 반복하고 있는 대구. 지난 10개월 대구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무엇을 희생했고 어떤 점을 극복해냈을까? 대구CBS는 총 네 편의 연속 보도를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대구가 겪은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필요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순서에서는 코로나19가 남긴 각종 후유증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지옥 같던 봄, 고난과 극복의 10개월
    ②아린 후유증, 잃어버린 목숨들
    (계속)
    텅 빈 대구 서문시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비뚤어진 지역 감정이 새긴 주홍글씨

    "대구, 경북을 봉쇄해야 한다"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초기 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온라인에는 대구를 폄하하는 발언이 난무했다.

    이미 대구와 타 지역의 교류, 통행이 자연스레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대구를 '봉쇄'하라는 식의 요구가 대표적이었다.

    또 코로나19를 지칭해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라고 부르는 조롱 섞인 말도 생겼다.

    가족과 이웃이 코로나19로 쓰러지고 확산의 공포가 지배한 상황에서 대구시민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했던 부분이다.

    코로나19가 퍼진 뒤 해외에서 동양인이 비난받을 땐 한 목소리로 문제삼았던 이들이, 대구에 대해선 같은 낙인을 찍어댔다.

    지역 이기주의, 분열된 역사에서 비롯된 지역 감정, 표현의 자유 뒤에 감춰진 온라인 공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지 않듯 '대구 폐렴'도 없다. 코로나19만 있을 뿐이다.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이런 영향 탓에 대구시민들은 확산세가 누그러든 뒤에도 한동안 타 시도로의 이동을 자제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구시민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서였기도 하다.

    실제로 5월 첫째주까지 타 시도로 향하는 철도 이용률은 기존 이용률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고속, 시외버스 이용객은 1년 전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사진=류연정 기자)

     

    ◇확진자 방문지도 '낙인'에 휘청…상반기 경제 충격 상당

    낙인의 부정적 효과는 대구 내부에서도 발생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기피 장소'가 되는 식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지금과 달리, 방역당국이 환자의 모든 동선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때문에 이미 접촉자를 모두 발견해 조치한 장소의 경우에도 상호가 모두 공개됐다.

    추가 확산 위험이 없는 곳이지만 이미지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가 교통사고로 입원해있던 수성구 S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S병원이 부주의해 31번 환자가 발생한 상황도, S병원이 환자 관리를 잘못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화살은 병원으로 향했다.

    확진자 발생으로 약 한 달간 병원 운영을 중단한 것만으로 상당한 타격이 있었는데 다시 문을 열고 따라붙는 꼬리표도 치명적이었다.

    괜스레 찝찝하다거나, 해당 병원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는 억측이 오랜 시간 병원을 괴롭혔다.

    S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 중 갑자기 불안하다며 퇴원하는 분들도 계셨다. 협회에서도 연락이 와 신천지 관련 병원이 아니냐고 하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 병원 내 구조조정도 하고 빚을 내 직원들 월급을 주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이런 소문들 때문에 여전히 힘겹다"고 덧붙였다.

    대구는 확진자가 수천 명이었던 만큼,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음식점, 카페 등 대구시내 수많은 상점이 같은 고초를 겪었다.

    아울러 이와 별개로 사회 전체가 마비되면서 대구, 경북의 상반기 경제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10여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3월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대구, 경북에 유례없는 경기 악화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외출과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제조업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코로나 블루,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

    시민들이 겪은 불안과 우울감, 일명 '코로나 블루'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후유증 중 하나다.

    2월 말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코로나19 심리지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 10일까지 5만 1438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급격한 확산이 이뤄지던 2, 3월엔 확진된 뒤 주변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확진자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고 한다.

    또 당시엔 병실 부족으로 자택에 대기하는 환자도 있었기에 이들이 느끼는 불안도 상당했다.

    이후엔 자가격리자들의 우울감 호소, 일반시민의 불안증 등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지금까지 계속 같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망자 196명 중 대부분이 고령 환자, 기저질환 보유자라고 하지만 실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겐 위로가 될 수 없다.

    사망자들 역시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수년간 더 행복했을 소중한 목숨들.

    코로나19로 부모를 모두 잃은 딸 A씨는 "두 분 다 연세가 있으시긴 했지만 확진되기 전 까지 건강하셨다. 감염병에 안 걸렸으면 돌아가셨을 리 없고 지금도 멀쩡히 살아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70대 후반이었던 A씨의 어머니는 지난 3월 2일 설사 증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그리고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경로는 추정만 할 뿐, 알 수조차 없었다.

    A씨는 어머니가 수의조차 입지 못한 채, 가방 형태의 비닐에 담겨 화장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입던 옷 그대로 가셨다. 사람 대접도 못 받는 기분이었고 그냥 빨리 처리해야 할 병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후 80대 초반인 아버지도 확진됐고 아버지는 두 달간의 힘든 치료 끝에 코로나19를 극복했으나 폐가 망가져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호흡이 불가능해진 상황인데도 음성 판정이 나왔단 이유로 병실에서 비켜줘야 했고 치료비는 모두 자가부담으로 전환됐다. 억울하기도 하고 방역 책임이 있는 정부의 대처가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은 자다 깨서 울었다. 지금도 왜 부모님이 안 계시지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세상에 죽어도 될 만한 나이는 없다'고.

    고정관념, 차별, 경제악화, 우울, 사망. 수많은 후유증은 앞으로의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웃을 대해야 할 지, 어떤 가치관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할 지 뼈아픈 교훈를 남겼다.

    동시에 반성할 부분,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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