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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밥차'마저 끊었는데…왜 보조출연자만 코로나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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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들기]'밥차'마저 끊었는데…왜 보조출연자만 코로나 걸리나

    한 보조출연자가 여러 드라마 출연하는 방식 보편적
    대기시간 길고 밀집도 높은 사극 특히 감염 취약 일터
    현장 식사 제공도 멈췄지만…외주 파견→개인 방역 한계
    코로나19에 일자리까지↓…"보조출연자 탓" 왜곡 인식 우려

    사극 드라마 촬영장 풍경.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자료사진)

     

    최근 들어 방송사를 불문하고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코로나19에 걸린 보조출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확진자·밀접 접촉자 발생으로 드라마 10편이 촬영을 중단하면서 제작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금까지 확진된 보조출연자만 10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확진자 1명이 발생하는 순간 밀접 접촉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제작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검사가 시작된다. 주연 배우 가운데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뒤늦게 확진될 수 있어 2주간 자가격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장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제작 스태프들과 출연자들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보조출연자들을 중심으로 방송가 코로나19가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CBS노컷뉴스가 방송 관계자들과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봤다.

    ◇겹치기 출연에 높은 밀집도…감염 취약한 일터

    방송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통상적인 보조출연자들의 드라마 출연 방식이다. 한 작품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많지 않다보니 여러 작품들에 겹쳐서 출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에 "보조출연자 한 명이 A 드라마에 출연하면 비슷한 시기에 B나 C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한 사람이 감염되면 여러 드라마 현장에도 비상이 걸리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사극 촬영이 많은 것도 확진자 발생에 한몫했다. 보조출연자 밀집도가 높은 사극 특성상 마스크를 벗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촬영이 중단된 10편 드라마 중 4편이 사극이었고, 이들 현장에서는 모두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사극의 경우 보조출연자가 현대극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분장 등으로 인해 대기하는 시간도 길다. 아무리 방역을 잘했어도, 마스크 벗고 연기할 때 밀집도가 더 높으니 감염 위험이 올라간다. 더군다나 요즘 사극 촬영이 많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촬영 중단된 드라마들. (사진=각 방송사 제공)

     

    ◇밥차·도시락 끊어도…외주 파견의 한계

    사실 촬영장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상당히 엄격하다. 입장부터 방문 기록과 발열 체크는 물론이고, 식사를 해결해 오던 '밥차'나 '도시락' 등도 제공을 꺼리는 분위기다. 연기 외에는 마스크 미착용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보조출연자들에게 근처 식당을 안내하기도 하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식사를 준비해 오는 것으로 안다. 도시락까지 제공을 못하는 이유는 단체로 도시락을 받게 되면 결국 현장에 모여 마스크를 벗고 먹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식사까지 조심하는 만큼 현장 방역 자체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주 업체에서 파견되는 수많은 보조출연자 인력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정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팀으로 운영되는 제작 스태프들과 달리 현실적으로 보조출연자들은 숫자도 너무 많고 개개인 방역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외주 기획사를 통해 파견되는 형태인데다, 딱 어떤 역할과 분량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집단적으로 촬영이 이뤄져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그분들 탓을 할 수도 없는 문제다. 보조출연자들에겐 이게 생계인데 화살이 쏟아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처우 문제에 코로나19 감염 사태까지 덮쳐 보조출연자들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다수 보조출연자들을 필요로 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급감하면서 절대적인 일자리 양도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일자리가 정말 많이 줄었다. 제작 현장이 줄어들면서 연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여전히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계약이 상당하고, 최근 촬영장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으로 지목되면서 '보조출연자 탓'이라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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