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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미투' 논란 오달수 복귀, 괜찮을까



문화 일반

    [다시, 보기]'미투' 논란 오달수 복귀, 괜찮을까

    2018년 피해자들 실명 공개하며 오달수 성폭력 폭로
    오달수, 공식 사과 후 모든 활동 중단…경찰, 공소시효 만료로 내사 종결
    의혹 여전한 가운데 영화 '이웃사촌' 개봉 앞두고 홍보 활동 활발히 참여
    "피해자 여전히 존재함에도 관심서 멀어지면 피해 회복 문제는 뒷전으로"
    "언론 보도 역시 영향력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영화 '이웃사촌' 속 배우 오달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시네마허브 제공)

     

    성폭력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오달수가 영화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홍보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며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의혹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자 복귀하겠다는 오달수, 그리고 그의 발언을 고스란히 전하는 언론.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복귀할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 과연 괜찮을까.

    지난 2018년 오달수는 성추행과 성폭행 의혹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연극배우 엄지영씨의 경우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하며 그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에 당시 오달수는 "나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전부 내 탓이고 내 책임"이라며 대중과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지난해 경찰은 관련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내사 종결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무리하게 '무혐의'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최근 오달수는 영화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와 인터뷰 등에 참석하며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이웃사촌'은 지난 2018년 2월 촬영을 마무리했으나 크랭크업 직후 발생한 오달수의 성폭력 의혹으로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2018년 미투 운동에 관해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불어왔던 것 같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변화를 비롯해 굉장한 변혁의 한 물꼬를 튼 시기라 생각된다"고 밝히는가 하면, "얼마만큼 관용이 있는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작게나마 기대해본다"며 여론 변화와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를 두고 오달수와 언론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혐의없음'이 아닌 '내사 종결'로 끝난 것은 물론 여전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달수의 활동 재개가 적절한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조금만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면 피해자가 여전히 있는 상황임에도 피해 회복 문제는 뒷전으로 가버린다"며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슬금슬금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오달수씨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이웃사촌’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나 배우 오달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시네마허브 제공)

     

    물의를 빚은, 특히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던 배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복귀 수순을 밟는다. 여기에는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담겨 있다는 점도 다시금 되새겨볼 만한 부분이다.

    황 평론가는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대중의 망각에 기대서 나오려고 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여전히 있음에도 가해자가 '나도 피해자야' 식으로 생각하는 데 동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반영된 거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사 종결을 '무혐의'로 해석하고, 그런 밑바탕에서 오달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언론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오달수는 성폭력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내사 종결'된 건데, 언론에서 너무 쉽게 '무혐의'라고 쓰고 있다"며 "내사 종결이 곧 '무혐의' 판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론이 보다 분명히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오달수를 불편해 하는 관객들은 선택에 따라 그가 출연한 영화를 피해서 안 볼 수 있지만 기사는 다르다"며 "영화사에서 무슨 생각으로 오달수를 전면에 세워 홍보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언론매체들 역시 적극적으로 그에게 마이크를 주며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인터뷰 등을 통해 대중에게 복귀를 알리고, 여론의 반응을 보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그때마다 언론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단순히 물의를 빚은 인물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역시 반복된다.

    이제는 언론이 더욱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갖고 관련 문제와 기사 작성에 있어 달라진 접근법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 활동가는 "오달수는 관객들의 '배려' '관용'을 말하고 있는데, 그 전제조건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용서가 그것"이라며 "언론들 역시 오달수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기 이전에, 기사가 한국 사회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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