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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투하는 삶에 대한 찬사…박상원 1인극 '콘트라바쓰'



공연/전시

    분투하는 삶에 대한 찬사…박상원 1인극 '콘트라바쓰'

    [노컷 리뷰]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1월 29일까지

    (사진 제공=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연극의 막이 오르면 무대 위로 아늑한 공간이 드러난다. 거실처럼 꾸며진 공간 한 켠에는 콘트라바스가 세워져 있고, 다른 한 켠에는 전축이 놓여 있다. 앞쪽에는 소파가 자리잡았다. 예상했겠지만 콘트라바스 연주자의 안식처다.

    이 공간의 주인은 연극 '콘트라바쓰'의 유일무이한 출연자 박상원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반듯한 이미지와 따뜻한 미소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헝클어진 곱슬머리, 아무렇게 자란 수염,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있을 뿐이다.

    작품 속에서 박상원은 누군가에겐 선망이 대상일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하지만 콘트라바스 연주자인 그는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다. 무대 위에 선 그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프라노 '세라'를 짝사랑하지만 정작 세라는 그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한다.

    지난 7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바스'가 원작이다. 오케스트라 내 콘트라바쓰 연주자의 삶을 빗대어 소외받는 이들의 자화상을 그린다. 1981년 독일 뮌헨의 퀴빌리에 극장에서 초연했다.

    극중 박상원은 110분 내내 독백하듯 관객에게 말을 건다. 등장인물은 1명 뿐인데 신기하게 무대가 꽉 찬 느낌이다. 자기만의 리듬을 타며 들려주는 삶과 사랑 이야기는 평범한 듯 재밌다. 중간중간 춤추고 콘트라바스 연주까지 곁들이니 지루할 새가 없다.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실제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무대 위로 가져오기도 했다.

    음악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가꿔주듯, 바그너, 슈트라우스, 모차르트, 슈베르트의 음악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극을 풍성하게 해준다. 음악극이라고 해도 손색 없을 듯하다.

    "제게 음악적 재능이 없어서 인가요? 네, 그럴지도 모르죠. 맞아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겐 재능이 아니라 음악이 없어요. 음악을 잃어버렸죠. 음악을 잃어버린 채 매일같이 똑같은 일만 똑같이 반복해왔죠."

    극중 박상원의 토로는, 꿈도 열정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는데 급급한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잔잔한 파장이 남는다. 주목받든, 주목받지 못하든, 누군가의 삶이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 모두 자기 삶에서 분투 중이니까.

    콘트라바쓰는 박상원이 연기생활 41년 만에 처음 출연하는 1인극이다. 이 연극을 위해 3년간 분투한 그는 "기회가 되면 '파트리크'와 계속 싸워가며 다음 프로덕션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11월 29일까지.
    (사진 제공=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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