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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 가장 순수하고 예쁘고 빛나던 때를 음악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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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재, 가장 순수하고 예쁘고 빛나던 때를 음악에 담다

    [노컷 인터뷰] 3년 8개월 만에 실물 음반 '2006'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적재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포함해 전곡 작사·작곡
    아직 '적재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해, 다만 '가장 손이 많이 갔다'는 의미
    라이브 세션 그만둔 까닭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인 무대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곡 작업-외부 작업 두 가지 병행할 때 음악 하면서 가장 행복
    누구나 가진 '반짝이는 순간' 떠올리며 쉴 수 있기를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에서 싱어송라이터 적재를 만났다. (사진=안테나 제공) 확대이미지

     

    지난 12일 발매된 적재의 새 미니앨범 제목은 '2006', 타이틀곡 제목은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직관적이다. 2006년 서울예대 새내기로 재능과 끼가 많은 친구를 만났을 때 느꼈던 '반짝거리는 순간'을, 적재는 음악으로 풀어냈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적재는 '풍경', '알아', '너 없이도', '흔적'까지 전곡 단독 작사·작곡했다. '풍경'을 제외한 네 곡의 편곡도 직접 했다. 그의 말처럼 "최대한 제 손이 많이 닿을 수 있게" 한 앨범이다.

    앨범 발매 이틀 전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에서 적재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적재는 '자기 손이 많이 간', '저다운 느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에 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나갔다.

    중학교 때 처음 기타를 잡은 적재는, 2006년 꿈에 그리던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전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는 "정말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 와 돌아봤을 때 그 시간이 "가장 순수하고 예뻤던 시간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2006'이라는 앨범명과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라는 타이틀곡 탄생 배경이다.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중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때가 언제인지 묻자 적재는 학기 초 진행한 야외 수업을 예로 들었다. '텔레토비 동산'이라고 불리는 예쁜 동산에서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적재의 동기들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본인들 기량을 뽐냈다고 한다.

    지난 12일 발매된 적재의 새 미니앨범 '2006'은 '파인'(FINE) 이후 3년 8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다. (사진=안테나 제공) 확대이미지

     

    적재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까 모두가 나서서 자기가 잘하는 노래하고, 기타 반주도 해 주고… 그게 정말 제가 꿈꾸던 거였다. 노래하던 사람들, 동산에 앉아있던 사람들, 연주하던 사람들의 눈빛이 진짜 반짝였던 기억이 크게 남아 있다"라고 부연했다.

    앨범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곡을 정리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올해 1~2월쯤에는 녹음을 시작했다. 타이틀곡은 원래 다른 곡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으로 기울었다. 적재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고, (앨범 준비 당시) '가장 순수하고 예쁘고 빛나던 때는 언제였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던 때라서 결국 타이틀이 되었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06'은 2017년 3월 발매한 미니앨범 '파인'(FINE)을 잇는 앨범이자 '가장 적재다운 앨범'이라고 소개됐다. '타투'(Tattoo), '하루', '개인주의' 등 싱글은 작사·작곡만 하고 편곡은 다른 이에게 맡겨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앨범 단위에서는 자신의 색을 더 또렷하게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적재는 "내 손이 가장 많이 닿은 노래들, 내가 할 법한, '내 노랫말'을 가장 잘 전달하도록 감정선을 유지한 채 쓴 노래로 앨범을 내야겠다 싶었다. 그런 면에서 '파인'이랑 닮았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적재다운'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저다운 게 뭔지 아직 파악을 잘 못 하겠거든요.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별 보러 가자'라는 노래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제가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고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까 처음 고민하던 시기에는 동료들과 흑인 음악 연주를 많이 했어요. R&B, 소울, 재즈, 힙합 연주를 주로 하다가 저도 제가 이런 노래를 하게 될 줄 전혀 몰랐죠. 노랫말을 가장 잘 전달할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기계를 빼고 기교를 절제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저를 떠올릴 때 차분하고 감성적인 것(음악)들을 떠올릴 테지만, 여전히 연주 같이하는 분들은 흑인 음악 하던 분들이고, 기타리스트라서 록에 대한 마음도 남아 있어요. 지금은 제가 차분하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들릴 만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저를 잘 정의 내린 상태에서 음악 작업하면 (무언가에) 갇히게 될 수도 있고 저는 그게 두렵기도 해요. 저한테 '적재다움'이라는 건 제 손이 정말 많이 간 음악을 의미해요."

    적재는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비롯해 5곡 전곡을 단독 작사·작곡했다. '풍경'을 제외한 4곡의 편곡도 직접 했다. 사진은 '2006' 트랙 리스트 (사진=안테나 제공) 확대이미지

     

    이전 앨범 '파인' 이후 '2006'이 나오기까지 3년 8개월이 걸렸다. 앨범 작업에 대한 갈증이 없었는지 묻자 적재는 "그냥 낼 수 없지 않나.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래 걸리기도 하고 원체 제가 작업 기간이 길다. 빠르게 작업하는 게 잘 안 되더라. 갈증은 항상 있어서 중간중간 맘에 드는 곡이 있을 때 싱글로 던졌는데 아무래도 팬분들은 앨범 단위를 원하긴 하더라"라고 답했다.

    '2006'은 현 소속사 안테나에 합류하고 나서 처음 나온 앨범이기도 하다. 적재는 "안테나 들어오기 전에 이미 음악은 완성돼 있어서 다듬는 과정부터 함께했다"라며 "저의 음악을 홍보해주시는 회사 직원분들이 많이 생겨서 저는 그냥 음악만 고민하면 될 정도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일단 그런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음악 외적인 것들은 제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다른 곳에서의 제안도 있었으나 안테나를 고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음악에만 집중하는 환경의 필요성,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다는 점, 안테나 소속 가수들과 긴 기간 작업했기에 회사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점 등. 적재는 "어딘가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 안테나가 가장 우선순위였다"라고 덧붙였다.

    적재는 기타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아이유를 비롯해 여러 가수 공연 세션으로 다양한 무대에 섰다. 그러다 최근 세션 활동을 종료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팬분들 입장에서 다른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제가 기타 세션으로 있는 게 과연 좋은 그림일까 하는 고민을 꽤 오래전부터 했고, 아이유씨하고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투어를 계획 중이었던 아이유는 그 투어를 마지막 공연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코로나19로 투어 자체가 취소됐다. 그래서 '아이유 세션'으로서 적재가 오른 마지막 무대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됐다.

    적재는 기타리스트로서 라이브 세션, 음반 세션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안테나 제공) 확대이미지

     

    적재는 "라이브 세션은 음악으로 처음 돈을 벌게 해 준 직업이었고, 얻는 희열도 대단했다. 아티스트별로 무대가 다 다르고, 아이유라는 가수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내가 진짜 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어서.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저의 무대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둘 다 가져갈 순 없었다. 지은(아이유)씨도 잘 이해해줘서 잘, 기분 좋게 마무리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단, 그만두는 것은 '라이브 세션'뿐이다. 적재는 "기타리스트로서는 꾸준히 활동하려고 한다. 음반 세션이나 외부 아티스트 곡에 참여하는 게 제게는 음악을 만드는 또 다른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른 장르를 하는 음악가들에게 얻는 아이디어로 제 음악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너무 제 음악만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다른 장르를 다루고 싶은 갈증이 항상 찾아오더라. 두 가지를 잘 병행할 때 음악 하면서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두 가지를 끝까지 잘 유지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2008년 가수 정재형의 기타 세션으로 데뷔했고, 6년 만인 2014년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낸 적재. 기타리스트로서는 이미 입지를 굳혔고, '별 보러 가자'라는 사랑받는 곡의 원곡자이면서, 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였다. 이 모든 건 계획이라기보다는 우연에 가까웠다.

    "저는 목표가 딱히 없어서 더 자유롭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고, 그게 저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오히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그런 생각보다는,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다시 한번 돌아볼 때쯤 '아, 내가 뭔가를 이루긴 했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어떤 걸 이루면 내가 정말 좋겠다, 그런 건 아직 없어요."

    적재는 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에 출연한 바 있다. (사진=JTBC 제공) 확대이미지

     

    본인의 가장 빛나던 순간이 언제인 것 같냐는 질문에 적재는 "아직은 돌아볼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창피한 순간이 너무 많다"라며 손사래 쳤다. 그렇다면 2006년 대학교 교정에서 본 것처럼, 누군가의 '반짝거리는 순간'을 데뷔 후에 본 적이 있을까. 적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질문의 취지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워낙 아이유씨한테 그런 걸 많이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세션으로 참여한 시점에도 이미 너무 대형 가수였지만 이렇게 매년 발전하면서도 엔터테이너로서, 음악적으로 대단하게 같이 발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새로운 투어를 할 때마다 투어가 점점 커지고 피드백도, 히트곡도 너무 많아지고, 수록곡 중 명곡도 너무 많고, 항상 음악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그 와중에 스태프들도 너무 잘 챙기고, 모든 면에 있어서 '아, 이 사람은 그냥 스타구나' 그런 의미로서 아이유씨가 떠올랐다"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로 관객을 가까이서 만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상황'은 많은 것들을 멈추게 했다. 적재도 올해 콘서트 투어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보류됐다. 온라인 공연은 다른 곳에서 기획한 것만 참여하고 있다. 공연을 연다면 오프라인으로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적재는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이 생기면 노래 부르러 가고, 기타 치고 제가 맡은 것을 해나갈 예정이다. 미니앨범이 나왔으니 정규앨범을 향해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앨범도 '2006'이고 타이틀도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잖아요. 꼭 2006년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반짝 빛나던 그때가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답답한 이런 순간에 제 노래를 듣고 잠깐이나마 예뻤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싱어송라이터 적재 (사진=안테나 제공)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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