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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쏙 뺐는데 가슴이 아리네…뮤지컬 '광주'



공연/전시

    신파 쏙 뺐는데 가슴이 아리네…뮤지컬 '광주'

    [노컷 리뷰] 편의대원 시선으로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항쟁 보여줘
    임을 위한 행진곡, 극 전체에 스며…뮤지컬 전형성 탈피한 곡 새로워
    극이 끝난 후 관객 박수소리 무거워…가해자 참회는 언제쯤

    (사진=라이브, 마방진 제공)

     

    "노래하고 말하고 춤추라."

    지난 9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광주'는 관객을 1980년 5.18민주화 운동 당시로 인도한다. 회색 조명 아래 잿빛 무대가 드러나자 '박한수'(민우혁·테이·서은광)를 비롯한 계엄군 편의대원이 등장한다. 편의대는 광주에 잠입해 시민을 폭도로 몰고, 이들의 정당한 항거를 폭동으로 모는 임무를 맡았다고 지난해 전직 미군 정보요원이 증언했다. 작품은 이를 모티브 삼는다.

    광주는 박한수의 시점을 따라 시민들이 10일간 항쟁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슬픈 역사. 그러나 극 분위기는 어둡거나 과격하지 않다. 무력 진압에 맞서는 시민들은 결기를 보이면서도 활기차다.

    알록달록한 시민들의 옷과 신나는 군무가 그러한 효과를 높인다. 폭행과 집단발포로 동료들이 죽어가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시민들은 분노하거나 오열하지 않는다. 대신 손 잡고 빙글빙글 돌며 당시 불렸던 '님을 위한 행진곡' '훌라훌라' '검은 리본 달았지' 등을 노래한다. 고선웅 연출이 말한 작품의 모토 '딛고 일어서야 한다'가 응축된 장면이다. 시민들의 표정은 더 없이 밝은데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아리다.

    150분간 넘버 40곡이 이어진다. 뮤지컬 넘버의 전형성을 탈피한 곡이 적잖다. 듣기 편한 곡은 아니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어렵다'는 느낌은 차츰 사라진다. 오히려 노래가 극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사진=라이브, 마방진 제공)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극에 스며들어 있다. 노래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극 전체에 골고루 배분하기 때문이다. 전체 원곡은 마지막에 들을 수 있다. 모든 출연진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관객의 가슴도 뜨거워진다.

    '고선웅표 작품'답게 광주는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시민군이 결사항전을 앞두고 왁자지껄한 장면, 죽음을 마주한 열혈 시민군 '이기백'(김대곤·주민진)과 행동파 야학생 '오용수'(이봉준)가 자신의 넘버를 발랄하게 부르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이들 캐릭터는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1980년 광주에 실재했을 법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죽음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극중 박한수는 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연행되는 참상을 목격한 후 시민군 편에 서게 된다. 편의대의 시선으로 1980년 광주를 바라보는 형식은 신선하지만, 박한수의 신념이 변화하는 과정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아쉽다.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 머문다."

    광주는 등장인물들이 이 말이 새겨진 비(碑)에 묵념하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지킨 시민들의 희생을 기리며, 가해자의 참회를 바라며.

    박한수 역의 민우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첫 공연 커튼콜 때 관객의 박수 소리가 무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관극하고 나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8일까지.
    (사진=라이브, 마방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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