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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맞아야", "불안" 독감 백신 접종 사망↑에 엇갈린 반응



사건/사고

    "그래도 맞아야", "불안" 독감 백신 접종 사망↑에 엇갈린 반응

    • 2020-10-23 17:49

    사망자 23일 기준 36명…고령층 중심 접종 발길 꾸준히 이어져
    아들 손에 끌려온 부모도…동네의원 '물량 소진'에 발 돌리기도
    상온 노출 전례로 인한 불안도…엄마들 "코로나 때문에 맞혀야"
    전문가들 '포비아' 우려도…"사망 전 접종이 사인 직결은 아냐"

    서울 소재 한 공공병원이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한 환자들에게 예진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올가을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맞물리는 '트윈데믹(twindemic·감염병 동시유행)' 예방을 위한 독감 백신 접종이 계속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 후 숨지는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기준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6일 인천에서 백신 접종을 한 17세 학생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이후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연이어 추가되고 있다.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일선 병원을 찾은 시민들에게도 불안한 마음은 일부 전이됐다. 다만, 이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정부를 믿고 접종을 맞아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소재 한 공공병원에는 이날 오전 백신 접종을 위해 어린 자녀들의 손을 붙잡고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은 젊은 엄마들과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영·유아용 주사실과 성인 주사실이 분리된 이 병원에서는 접종을 위해 기다리는 이들이 대여섯 명 정도로 대기인원이 많지는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유료 백신은 이미 동이 났고, 무료 백신 접종만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는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이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은 다른 과(科)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에 '덤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간다는 고령층이 많았다. 접종자 중에는 간 이식수술을 받은 60대 여성도 있었다.

    내분비과, 감염내과 등 각 과에서 처방을 받고 주사를 맞아야 할 경우 일괄적으로 한 주사실에 보내는 해당 병원 주사실에는 100명의 인원이 대기 중이었다. 이 중 독감 백신을 맞고자 주사실을 방문한 환자들은 13명 남짓으로 대략 전체 인원의 10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가슴이 벌렁벌렁하다'면서도, 아들 손에 이끌려 접종을 하러 온 노모(老母) 김모씨도 있었다. 김씨는 "(맞고) 그냥 죽을까 봐 불안했다"면서도 "그래도 맞으면 좀 괜찮을까 해서 (백신주사를) 맞았다"고 밝혔다.

    김씨의 남편인 이모(72)씨는 "사흘 전에 (백신을) 맞았는데, 잘못될지 모른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안하고 나온 날짜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맞아버렸다"며 "맞은 뒤 몸의 이상은 없었다. 정부에서 맞으라 하는 거니, 당연히 맞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문모(60·남)씨는 "(최근 접종자 사망뉴스를 봤지만) 그래도 예방적 차원에서 맞아두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절반 정도는 (백신을) 맞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뉴스를 보고 특별히 불안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독감 백신을 맞았음에도, 이후 뜨는 접종자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혹시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정부가 무료접종을 시작한 직후 집 근처 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이모(71·여)씨는 "접종을 한 뒤 자녀들이 노상 조마조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 식구들이 열이 나는지 항상 검사를 했다"며 "주위 언니들은 걱정이 됐는지 안 맞으시더라"고 밝혔다.

    하모(70·여)씨 역시 "저는 아직 독감 백신을 안 맞았다. 이제 슬슬 맞으려 하는데, 주위에는 일부러 빨리 안 맞고 좀 늦게 맞는다는 사람들도 있더라"며 "그러다 약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년 독감백신 접종을 꼭 챙겼다는 30대 남성 김모씨는 "코로나19는 젊은 사람들도 걸렸다 낫기도 하지만, 이번에 10대가 (백신을 맞은 뒤) 죽은 것을 보고, 나도 '잘못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는 주사를 안 맞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생후 11개월 된 아이의 엄마인 A(27)씨는 "(무료 독감백신을 맞은) 우리 아이는 별 이상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독감 접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백신과 사망이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불안하긴 하다"고 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13일 생후 29개월 된 쌍둥이에게 백신을 접종시킨 문모(34·여)씨 또한 "앞서 상온에 노출됐던 독감 백신이 아니라고 해서 믿고, 맞혔다"며 "그런데 이번에 돌아가신 분들을 보니 무섭기도 하고, 괜히 맞혔나 싶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각각 9살, 6살인 두 아들의 아빠인 40대 이모씨는 "동네의원의 백신 물량은 이미 모두 소진됐다 하더라"며 "종합병원 같은 큰 곳에 데려가 맞혀야 할 것 같은데, 아내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여태 접종을 못 시켰다. 코로나도 있고, 더 (백신 접종을) 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감 백신 사망자들의 사인과 독감 백신 사이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필요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언론에서는 보도하는 다수 사망사례는 큰 논리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우려하는 상황은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지만, 현재 보도되는 사망사례는 사망한 사람이 '사망 전' 백신을 접종한 상황"이라며 "이는 조건부 확률의 전형적 예시로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제조번호(로트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도 4쌍(11번·22번 사망자, 13번·15번 사망자, 5·20번 사망자, 3·19번 사망자)이나 발견되면서, 더 불안감이 커진 부분에 대해서도 '생일 문제'(Birthday problem)을 들어 확률적으로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생일 문제'는 임의로 모인 사람 중 생일이 같은 두 명이 존재할 확률을 구하는 것으로, 생일의 가능한 가짓수가 366개인 점을 고려할 때 '비둘기집 원리'에 따라 366명 이상이 모인다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2명 존재하게 된다는 원리다.

    정 교수는 "독감 백신처럼 대량 생산되는 백신의 로트번호가 365개에 이른다면, 23건의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만 수집되어도 그중 동일 로트가 존재할 확률은 50%가 된다. 국내 로트번호는 200개 정도 되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 확률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며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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