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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거리두기 강화에 급증하는 노인학대 "희생양 우려"



국회/정당

    [단독]거리두기 강화에 급증하는 노인학대 "희생양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될 때마다 노인학대 건수 증가
    코로나블루가 원인…"가해자는 분노 풀 대상 찾고 피해자는 자기방임 상태 빠져"
    가정폭력은 감소 현상…"가해자와 피해자 같이 있기 때문"
    언택트 신고·관리 시스템 필요성 대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외부에 도움 요청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2월부터 현재까지 노인학대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코로나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코로나블루, 더 망가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 혹독하듯이 코로나블루도 노인들에게 더 빨리 찾아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와 여성가족부로부터 입수한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8월까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학대 상담 건수는 전년대비 36.6% 늘었고 사례판정 건수도 15.9% 늘었다.

    특히 거리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상담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3월 22일부터 4월까지 전년 대비 20.6%, 2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됐던 8월 23일부터 현재까지 56% 늘었다.

    학대의 횟수와 정도는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코로나블루는 촉진제나 다름없었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정서적·금전적 정서가 악화되는데, 결국 가해자들은 이같은 분노를 풀 희생양을 찾는다"라며 "희생양은 매번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도 된다고 여겨지는 노인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학대는 주로 자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때리거나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하는 건 다반사였다. 가해자 대부분 알코올 문제가 있었고, 이는 코로나블루를 증폭시켰다.

    반복되는 학대에 움츠러든 노인은 더더욱 집안으로 숨어들 뿐, 쉼터를 찾지 않았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노인들의 바깥활동이 줄어들면 코로나블루는 더 빨리 장기화될 수 있다"며 "학대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지게 돼 자기방임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보호기관에서 피해노인에게 전용쉼터 입소를 권유해도 상당수는 일방적으로 입소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쉼터에 입소한 노인들의 외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최악의 경우 입소 뒤 코로나블루가 심화될 수 있다. 외부활동 없이 지인들이 없는 쉼터에서 수개월 동안 혼자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은 감소…"가해자·피해자 같이 있기 때문에 신고 어려워"

    반면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크게 감소하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IMG:5}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전년대비 28.6%가 줄었고, 거리두기가 시작된 뒤로부터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거리두기로 인해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신고나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탓으로 보인다. 실제 가정폭력 건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종의 착시효과인 것.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있기 때문에 신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인식 교정 캠페인 등 정부가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건수가 줄 다른 변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엔 달(月)마다 건수가 들쑥날쑥하지도 않았다"라며 "해외에선 코로나 이후 오히려 신고·상담 건수가 30% 가량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해외에선 코로나 시기에 가정폭력이 발생할 시 구조 요청하라는 캠페인을 정부에서 진행 중인데, 우리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부의 경우 함께 거주하기 때문에 신고 여건이 더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언택트 시대, 온라인 신고 창구·관리 방법 개발해야

    대부분 업무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서안정프로그램 등 재발 방지 프로그램 대부분은 가정방문 형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선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센터장은 "스마트폰 신고 창구를 활성화시키는 등 비대면 사회의 새로운 신고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 위기 상황을 가장 가까운 기관에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피해자들은 기관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가해자도 이를 이용하는 만큼, 보다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해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비대면사회라고 해도 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대면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참여연대 이경민 사회경제2팀장은 "학대 피해자들은 코로나 때문에 우울증이 증가하는데, 비대면 방식으로 보완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피해자 보호시설을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서 잘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족의 책임을 덜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시설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하려면 시설·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캠페인 활동을 해야 한다"며 "반복되는 학대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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