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손을 잡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조사와 군 통신선 재개를 요구했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4일까지 북한은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월북 진술과 시신훼손 여부 등을 놓고 남북의 경위 조사 내용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와 군 통신선 복구를 북한에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답변을 계속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공동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조사 결과를 다시 통보하거나 군 통신선 복구에 응해온다면 남북 관계 진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전화위복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청와대도 추석 연휴 기간, 미국의 남북 대화지지 입장을 이끌어내며 기민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간 대화를 통한 진상 규명 등 사건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끝내 어떤 대답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피격사건이 일종의 우발적 사고이고, 이미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을 표명한 만큼 우리 측의 공동조사에 더 이상 응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미국 대선 전 남북미 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뜻하는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희박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유인은 더 적어졌다는 관측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북미 간 물밑 접촉 가능성과 이에 따른 10월 북미 협상재개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외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북미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도 7일 방한일정을 취소했다. 10월 중 재방문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한미 당국의 협의는 상당기간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3일 KBS 9시뉴스에 출연해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 "처음 말이 나올때부터 현실성이 높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북미간 물밑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가 알기로는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11월 미 대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여전히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문 특보는 주장했다. 그는 "11월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까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두 정상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비대면, 화상 회담이라도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공동조사를 북한이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투명하게 북한의 입장을 보여주고, 우리 정부와 국민이 설득되면 거기서 남북간 새로운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