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아찔했던 2017년…'격노'에 서술된 文대통령 중재 역할



대통령실

    아찔했던 2017년…'격노'에 서술된 文대통령 중재 역할

    • 2020-09-16 04:50

    밥 우드워드, 신간 'Rage'서 한국 정부 역할 상세히 기록
    2017년 미 국방부 전쟁 시나리오 검토
    작전계획 5027-5015 검토될 정도로 긴박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북한에 손짓한 문 대통령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만남 불발됐지만 바로 정의용 실장 北 특사로 보내
    정 실장 백악관서 김정은 뜻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 즉석 제안으로 당일 발표
    "북미 정상회담 무산될 뻔 할 때도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서 중재"
    전문가 "2017년 상황 복기 분위기, 현재의 교착국면서 돌파구 될 수도"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는 출간 전부터 국내외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여겨지는 북미정상회담 부분이 상세히 담긴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교환한 27통의 친서 중 25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에 달했을 당시가 새삼 환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고비마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선 것도 책에 비교적 상세히 묘사됐다.

    우드워드는 13장에 2017년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드리운 일촉즉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미국 국방부가 만약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당시 미국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에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이 주의깊게 검토됐다는 것이 우드워드의 주장이다. 일부 언론에는 책을 인용해 '미국이 핵무기 80개 사용을 작전계획에 검토했다'고 보도되기도 했지만, 이 부분은 잘못 번역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찌됐건 작전계획 5027과 5015가 한꺼번에 검토될 정도로 한반도가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국회사진취재단/자료사진)

     

    우드워드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진보성향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통일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신호를 발신했다"며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대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이는 남북이 2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대화를 갖는 계기가 됐다"고 썼다.

    책에 따르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하고, 2년간 단절됐던 남북간의 군사 핫라인도 다시 연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게 했는데 순방의 진짜 목적은 한국에서 북한 인사들과 비밀접촉을 하는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에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비난했고, 결국 북한 인사들(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위원회 상임위원장)과의 접촉이 예정된 시간 2시간 전에 취소됐다.

    북미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본격화됐다. 우드워드는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이 직접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하기를 원했던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끝난지 채 2주일이 지나기도 전인 3월 5일 정의용 안보실장을 북한으로 파견하여 김정은과 만나도록 했다"며 "3일 후 정 실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김정은이 약속했던 내용들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의 미팅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정 실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초청해 김정은 위원장의 4가지 약속을 직접 전달받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어 트럼프의 제안으로 정 실장은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이전에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깜짝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제안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과도 겹치는 부분이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장면 (사진=연합뉴스)

     

    우드워드는 첫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뻔한 위기에 이를 조율한 것도 문 대통령이라고 썼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2018년5월17일 김정은이 합의를 이루지 않을 경우 리비아의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게될 것이라고 (편지에) 언급하면서 정상간 첫 번째 회담은 무산될 뻔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카다피를 언급하며 압박성 편지를 보내자,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우리를 회의장에서 만날지 핵대결로 맞닥뜨릴지는 미국이 앞으로 내릴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반응했다. 그러자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는 편지를 쓰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

    우드워드는 "그러나 이 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5.27 판문점에서 미국간 회동할 수 있도록 조율하였으며, 트럼프가 취소한지 며칠만에 다시 정상회담은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베트남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추가 만남을 희망하는 친서를 꾸준히 주고 받았다.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초청 의사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우드워드의 책을 통해 2017년 긴박했던 상황과 외교적 사실들이 복기되는 것이, 현재 어려운 국면에서 남북·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정부의 외교적 중재 역할이 재환기되고, 미국 정부에서도 11월 대선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마지막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합쳐질 때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우드워드의 책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재환기되는 의미가 있다"며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고 환기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교훈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