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증가에 따른 거대학교, 이른바 과밀학급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당국으로서 학교 신축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학교 신축 공사 과정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교육당국의 부실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신축공사 현장입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이 학교는 개교를 앞두고 공사가 거의 완료됐지만 가설기자재를 공급했던 업체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K가설업체 최준호 이사 : "개학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서 공정을 맞췄는데 공사가 거의 완료된 지금까지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교사 신축 공사 하도급업체인 T사와 가설기자재 대여 계약을 맺고 공사에 필요한 비계와 동바리, 거푸집과 관련된 부품들을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하도급업체인 T사가 뜬금없이 금액 조정을 요청해왔고, 요청을 거부하자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T사는 가설업체가 업계 관행인 금액 협의를 하지 않아 대금을 줄 수 없다며 오히려 적반하장인 입장입니다.
하도급업체 T사 관계자 : "(건설현장의) 관례를 보면 가설재의 경우 금액을 융통성 있게 왔다갔다 할 수가 있어요. 임대자재이다 보니 금액 협의를 했다면 원도급에서 지원을 해주려고 했습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보존을 해줄 수 있게끔... 가설업체 측에서 강성으로 나오다보니 이런 상황이 된거고..."가설업체는 하도급업체의 횡포가 심해지자 발주처인 경기도교육청과 원청업체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하도급업체간의 문제라며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습니다.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 "하도급업체와 가설업체 사이의 채무관계에 대해서 저희가 법적으로 책임져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서로 원만하게 협의를 해나가는 방법밖엔..."
공사대금을 미지급했지만 개교를 앞두고 있는 경기도의 초등학교 신축 공사현장.(사진=영상캡쳐)
저희 뉴스리포트팀 취재 결과 하도급업체 T사의 이같은 횡포는 이번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5곳의 학교 신축 공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관련 하도급업체가 모두 T사로 드러났습니다.
발주처인 경기도교육청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하도급업체 T사는 현재 파산신청을 진행하고 있어, 대금지급을 받지 못한 업체들 또한 줄도산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한국건설가설협회에 따르면 K사처럼 가설기자재 대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공사 금액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섯 곳 중 한 곳은 공사를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예깁니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공사대금을 미지급한 업체에 대해 패널티를 부여하고, 입찰 제한을 두는 등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명원 위원장 :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업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정장치를 확보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관급공사의 경우 발주처인 관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자체적인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건설 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하도급사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