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출사표' 오동민, 마원구의원 고동찬으로 살아 보니



방송

    '출사표' 오동민, 마원구의원 고동찬으로 살아 보니

    [노컷 인터뷰] '출사표' 고동찬 역 오동민 ①
    아버지 지역구 물려받아 2대째 구의원 하는 은수저 고동찬 역할
    빽 없고 정치 성향도 없다시피 한 초보 구의원 구세라 괴롭히기도
    개성 넘치는 배역 많았지만 고동찬이 가장 마음에 들어
    "지방자치제, 주민들의 목소리 밀접하게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출사표'에서 고동찬 역을 연기한 배우 오동민을 서면 인터뷰했다.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출사표'는 매번 프리랜서와 파리 목숨인 계약직을 오가던 취업 준비생 구세라(나나 분)가 구의원이 의외의 '꿀 직업'이란 것을 알고 구의원에 출마하며 벌어지는 드라마다.

    만화적인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드라마는 뜬구름 잡지 않는다. 불합격과 계약 연장 실패, 부당해고를 견디다 못한 구세라라는 인물을 통해 심각한 청년 구직난을, 마원구를 배경으로 그동안 어떤 정치 드라마에서도 눈길 주지 않았던 구의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오동민은 '출사표'에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대째 마원구 구의원을 하는 은수저 고동찬 역을 맡았다. 이전과는 달리 코믹함이 주가 되는 배역이어서 부담이 됐다지만, 오동민은 약간의 '적폐스러움'과 약간의 '허당기'가 있는 얄미운 고동찬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CBS노컷뉴스는 '출사표' 고동찬 역을 연기한 배우 오동민을 서면 인터뷰했다. '콘셉트 병으로 일은 오지게 안 하면서 SNS로 정치질 하는 월급 도둑'으로 소개된 고동찬을 처음엔 '악역'으로 인식했다는 그에게 '출사표'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처음부터 '고동찬' 배역으로 오디션 봐

    오동민은 오디션으로 '출사표'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고동찬 역이 주어졌다. 고동찬은 극중 다같이진보당 소속 구의원이지만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박쥐 같은 타입으로, 애국보수당 조맹덕(안내상 분) 의장과도 잘 지낸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무슨 행사가 열리면 기념사진 남기는 데는 열심이다.

    처음 배역을 받았을 땐 어느 정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촬영하면서 차차 고동찬이란 인물을 찾아 나갔다. 황승기 PD 하고는 '드라마스페셜-나의 흑역사 오답노트'(2018)에서 만난 인연이 있어 믿음이 있었다고.

    오동민은 "처음에는 악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면의 심리에 좀 더 집중했다. 철판을 어떻게 깔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독님 디렉팅을 받으면서 고동찬은 나쁜 짓을 해도 밉지 않게, 귀엽게 보이는 느낌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 밸런스 맞추는 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고동찬은 극중 다같이진보당 소속이지만 대세와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박쥐 같은 캐릭터다. 일은 안 하지만 SNS에 각종 기념 사진을 올리는 데에 능하다. 구세라가 기획하고 발전시킨 조례를 마치 자기가 대표자인 것처럼 '날치기'하려다가 한 방 먹는 장면이다. (사진='출사표' 캡처)

     

    그렇다고 마냥 '귀여운 수준의 얄미움'만 보여준 건 아니다. 마원구의회 입장에서는 '굴러들어 온 돌'에 가까운 구세라를 따돌리고 무안 주는 데 앞장선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고동찬이기 때문이다. 환영 회식을 한다고 해 놓고 정작 아무도 자리에 나타나지 않게 해 어마어마한 식사값을 구세라에게 치르게 하는가 하면, 구세라가 구상하고 발전시킨 조례에 구세라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끼워 넣는 구태도 서슴지 않는다.

    구세라와 엮인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고 묻자, 오동민은 "구세라가 당선됐을 때 단상에서 기어가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구세라가 복도 한쪽 끝으로 모는 장면이 있다. 공명(박성훈 분)이랑 세라랑 동찬이 셋이 나오는 씬이 있는데 서로 같이 만들어갔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고동찬과 직접 엮이진 않았지만 세라, 공명 두 사람이 오르막길을 함께 올라가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오동민은 "세라가 '지금 우린 올라가는 중이야'라고 하는데 공명이가 '오르막길이라 숨이 차구나' 하는 장면이다. 대사가 와 닿았고,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었다"라고 밝혔다.

    고동찬은 극중 같은 당 소속 구의원이자 변호사인 윤희수(유다인 분)를 짝사랑한다. 이미 마원구의회를 20바퀴를 돌고 돈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정돼 있다. 마지막 회에서도 고동찬은 강원도 지역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윤희수 포스터를 다른 구의원들에게 보여주며 "당적을 떠나서 자질과 능력과 외모는 인정합시다?"라며 호들갑을 떤다.

    왜 윤희수를 좋아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오동민은 "동찬이라면 단순히 예뻐서일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사회적 지위와 지적 능력, 외모, 집안 사정 등을 봤을 때 아버지가 '내 며느리감으로 딱이야'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 마원구의원으로 살아보고 나서 느낀 점

    '출사표'는 기초자치단체인 구의회를 주요 소재로 한다. 바로 이 점에서 기존의 다른 정치 드라마와 차별점을 가진다. '시티홀'(2009), '대물'(2010), '프레지던트'(2011), '어셈블리'(2015), '보좌관'(2019), '60일, 지정생존자'(2019) 등 대부분의 드라마가 청와대와 국회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나갔기 때문이다.

    마원구의원 고동찬으로 살아보고 나서 구의회나 구의원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을까. 오동민은 "지방자치제는 각 지방 주민들에게 더욱 밀접한 행정 처리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이런 좋은 제도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고동찬은 다같이진보당 소속 구의원이자 변호사인 윤희수를 짝사랑하는 설정이다. 마지막 회에서도 변치 않는 팔불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출사표' 캡처)

     

    그러나 '출사표'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물 소개 내용 때문에 방송 전부터 정치 편향적인 드라마가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애국보수당 소속은 부정적으로 표현돼 있고 다같이진보당 소속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묘사돼 있다는 이유였다. '출사표'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내어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편향된 프레임 내에서 인물 구성을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권력, 당적과 상관없이 '옳은 것은 옳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출사표'는 진보/보수 중 한쪽이 옳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조맹덕의 비위 맞추기에만 혈안이 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애국보수당 '심장시', 구의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추태를 눈감거나 자기도 동참했던 고동찬, 부하 직원에게 폭압적이지만 겉으로는 소통에 신경 쓰는 것으로 설정된 구청장 원소정(배해선 분)을 내세워 오히려 기성 정치인의 이중성,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때아닌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였을 만큼 부담이 있었을 법도 한데, 오동민은 "부담은 없었다. 사실 대본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나서야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라고 답했다.

    '출사표'에는 마원구민으로서 살면서 느낀 불편함과 부조리를 족족 신고하는 '민원왕 불나방'이자 실제로 구의원으로 입성하는 열정 가득 구세라를 비롯해, '폭군' 구청장 앞에서도 할 말을 다해 연거푸 좌천되지만 굴하지 않는 원칙주의자 서공명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많이 나왔다.

    말도 불만도 많지만 구의회 소식은 가장 빨리 아는 9급 공무원 정용규(김현목 분)처럼 조연도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구세라를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캐스팅보트로 유력해지자 자존심도 내려놓는, 조맹덕 바라기 심장양(서진원 분), 장하운(한동규 분), 시단규(이창직 분)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혹시 고동찬 외에 탐나는 캐릭터가 있었는지 질문하자 오동민은 "아니다. 다시 해도 고동찬을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다만 '초보 구의원' 구세라가 어찌 저찌 해서 의장이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은 했단다. '내 자리인데…'라고. <계속>

    배우 오동민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