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빠른 속도로 금융업으로 영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들의 불만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금융업의 규제 울타리에 들어온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각종 규제는 피해가면서 실속만 챙기고 있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통장은 시작일 뿐'네이버와 기존 금융사들의 갈등은 지난 6월 네이버가 자사 쇼핑과 연계해 편의성을 높으는 동시에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면서 표면화됐다.
사실 네이버통장은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통장이 아니라 네이버와 협약을 맺은 미래에셋대우가 만든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이라는 명칭은 소비자로 하여금 5천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통장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은행권에서 잇따랐다.
결국, 은행권의 민원을 받아들인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네이버통장의 명칭은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변경됐다.
사실 CMA의 원금손실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은행권이 발끈하고 나선 이유는 네이버통장 자체보다는 금융업에 발을 들인 네이버의 확장력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네이버가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카드.증권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네이버의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사들의 영역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금융사인듯 금융사아닌 네이버같은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 당시와 달리 기존 금융사들이 네이버에 대해서는 경계심과 불만을 감추지 않는 이유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정부로부터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네이버는 정식으로 금융업에 뛰어드는 대신 우회로를 택하는 방식으로 각종 규제를 요리조리 피해가고 있다는 것.
인터넷은행을 설립한 카카오는 기존 은행에 비해 규제가 덜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큰 틀에서는 기존 은행업법에 따른 각종 규제에 따라야 한다.
반면,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섭외 1순위'였던 네이버는 규제가 심한 은행을 직접 설립하는 대신 타 금융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업에 뛰어드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통장처럼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CMA 개설을 중계해 줄뿐 직접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은행업법의 규제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결국 '금융사인듯 금융사아닌 곳'이 네이버가 추구하는 금융업의 방식이라는게 기존 금융사들의 주장이다.
◇네이버 '협력모델' vs 금융사 "협력 아닌 종속"이런 지적이 빗발치자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담당하는 자회사 네에버파이낸셜 최인혁 대표는 지난달 말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를 통해 기존 금융사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 대표는 "우리는 여러 금융사와 협력관계를 만들고 싶다. 금융사는 각자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제휴를 열어두고 협력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이를 두고 "'협력'이 아닌 '종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부인하고 나섰지만 자동차보험료 가격비교 서비스를 명목으로 손해보험사들에게 11%의 수수료를 요구한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말이 제휴지 전국민이 사용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네이버에 입점해 수수료를 지급하고 상품을 팔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 역시 "지금은 네이버쇼핑에 입점해 있는 입점사를 대상으로한 대출이나 보험이라고 하지만 금융업계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무뇌만 금융사로 실속은 다 챙기면서 규제는 피해가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 뒤 "금융권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