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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어느 야구감독이 소환한 군사정권 시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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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어느 야구감독이 소환한 군사정권 시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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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감독을 구속시켜버린 군사정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회정화' 대상이 된 프로야구 감독
    스무살 청년 야구팬에게 잊지 못할 사건
    대통령의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일깨운 추억
    훗날 부끄러움과 우스개 되지 않도록 살피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고(故) 김진영(오른쪽) 전 감독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40일 넘게 이어지면서 요즘 야구팬들의 마음은 날씨만큼 우울하다.

    수시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가운데 한 원로 야구감독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조용히 전해졌다.

    한국 프로야구(KBO) 역사에 꼴찌의 원조를 찍은 삼미슈퍼즈 김진영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한국 프로야구는 출발이 기구했다.

    프로야구 경기장. (사진=황진환 기자)
    전두환 군사정권은 1982년 국민들에게 프로 스포츠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겠다며 불모지 한국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이른바 우민화 정책으로 불리는 3S정책. 즉, 섹스(sex)와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중의 하나였으니 당시 지식인들과 야당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마음 둘 곳 없는 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39년이 지난 지금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필자도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삼미슈퍼스타즈의 팬이 됐고 거의 모든 경기를 야구장과 TV로 지켜보는 광팬이 됐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출범 첫해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최악의 승률(0.188)로 말 그대로 동네북이었다.

    그러나, 1983년 인천야구의 대부 김진영이 감독을 맡으면서 완전히 강팀으로 변모했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지금처럼 후덥지근한 여름날인 1983년 6월1일 일이 터졌다.

    잠실구장에서 MBC청룡과 경기 도중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다.

    지고 있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득점이 나왔는데 심판이 아웃판정을 내린 것이다.

    불같은 성격인 김진영 감독은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장 뒤쪽에 있던 심판위원장에게 달려가 또 다시 항의했다.

    그러나, 판정결과는 요지부동. 그러자 김진영 감독은 심판위원장을 향해 이단옆차기를 날렸다.

    바로 그 유명한 '김진영 두발당성'(공중에 떠서 두발로 연속으로 발차기를 하는 동작) 사건이다.

    그러나, 김진영 감독의 스파이크가 그물에 걸리면서 발차기는 오픈블로우가 됐고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 꼬꾸라져버렸다.

    문제는 이 장면을 전두환 대통령이 TV중계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이 장면을 보자 짜증을 내며 "저러면 안되는데"라고 했다는 게 지금까지 정설로 전해온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하는 전두환.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필자도 이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훗날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두환 대통령이 "저 사람 뭐야? 구속시켜버려!"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진영 감독이 다음날 구속된 것만은 사실이다.

    김 감독은 이 두발당성 사건이 있은 이튿날 부산에서 롯데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가 끝나고 사복경찰관들에게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됐고 바로 영어의 몸이 됐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프로야구 감독이 구속되버리는 정말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돌릴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면 KBO 징계 정도면 될 일 이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가끔 감독들이 판정에 불만을 품으면 배치기와 그라운드에 드러눕기, 베이스 뽑아버리기 등으로 다양하고 격렬하게 항의한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1위를 달리던 삼미슈퍼즈는 김진영 감독이 꼬꾸라진 것처럼 그날 이후 성적도 꼬꾸라치면서 이후 한국 프로야구사에 꼴찌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이 사건은 막 스무살을 넘긴 청년이었던 필자에게 큰 충격이었고 군사정권에 대한 막연한 배타심이 이때부터 생긴 것 같다.

    군사정권은 김진영 감독에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영화 해바라기의 주인공 오태식(김래원 분)이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당시 군사정권은 구호인 '사회정화'를 발차기 미스블로우 한번 날린 프로야구 감독에게 갖다붙여 폭력사범의 낙인을 찍어야만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전두환 정권 이후 33년이 지났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예나 지금이나 참 중요한 것 같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부동산 문제 등 민주화됐다는 지금 세상에서도 대통령의 생각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재어보지 않더라도 그 무게가 중하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살피고 실천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언행도 훗날 부끄러움은 물론 저잣거리 우스개 소리의 대상이 될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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