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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 불법촬영, 추행…'19금' 구실로 막 나가는 '우아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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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 불법촬영, 추행…'19금' 구실로 막 나가는 '우아한 친구들'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잇는 '문제작' 자처하고 야심 차게 시작했으나
    전작 강점보다는 비판받았던 선정성과 폭력성 강조한 모양새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비롯한 강제 추행, 불법촬영물 빌미로 협박하는 내용 비중 커
    사랑 앞세워 난동 부리고 우정의 이름으로 사건 현장 헤집어
    우아하지도, 어른답지도 않은 중년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10일 첫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사진=스튜디오 앤 뉴·제이씨앤 제공)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누구나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어느 신도시에 모여 사는 40대 친구들이 한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들이 서로에게 감춰왔던 비밀이 드러나고,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맞물리기 시작하는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는 흔한 중년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로, 혹은 눈물겨운 부정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반생을 앞둔 중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지난 10일 첫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은 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40대 중년을 주인공으로 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비밀', '미스터리', '심리극'이라는 표현과 1차 티저 영상에서 나온 "'SKY 캐슬', '부부의 세계'를 잇는 문제작"이라는 문구는, '우아한 친구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중산층 중년들에게 비밀이 있고, 이를 파헤쳐가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얼개. 등장인물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 죽음의 배경과 진범이 누군지 따라가는 흐름. 검증된 연기력을 갖춘 내로라하는 배우 기용. '우아한 친구들'은 여러 면에서 지난해('SKY 캐슬', 23.779%)와 올해('부부의 세계', 28.371%)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전작과 닮은 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6회까지 방송한 31일 현재, '우아한 친구들'에서 두드러지는 건 'SKY 캐슬'과 '부부의 세계'가 가진 매력이나 장점이 아니다. 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한계와 비판받았던 지점이 유독 닮았다.

    다수의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여성혐오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SKY 캐슬'처럼, '우아한 친구들' 속 여성 캐릭터는 전형적이며 다분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빚어졌다. 정신과 의사 남정해(송윤아 분)는 중학생 아들이 있어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직장이나 집에서도 완벽에 가깝다. 전업주부인 지명숙(김지영 분)은 자녀 교육비 때문에 상사의 모욕에도 성실히 일하는 남편 천만식(김원해 분)에게 큰 애정도 관심도 없게 그려진다.

    인물 소개에서부터 "섹시함과 귀여움을 겸비한 비글녀"로 나오는 유은실(이인혜 분)은 열두 살 많은 남편 박춘복(정석용 분)의 대사로 정리된다. "허구헌 날 가방 타령"하는 "철없는 와이프". 대학 시절 모두의 첫사랑이었던 백해숙(한다감 분)은 본인과 염문설이 나돈 교수가 죽고 나서 잠적했다가 20년 만에 나타나는데,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져 남자 동기들은 여전히 그녀 앞에서 쩔쩔매고 나사 빠진 모습을 보인다.

    '우아한 친구들'은 1차 티저 영상에서부터 JTBC의 전작 'SKY 캐슬'과 '부부의 세계'를 잇는 문제작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우아한 친구들' 티저 캡처)

     

    전직 에로배우로 현재 고급 바를 운영 중인 강경자(김혜은 분)가 극중에서 가장 자주, 열심히 하는 건 남편 조형우(김성오 분) '기 살리기'다. 좋은 제안이 왔을 때 기죽지 말라고 수백만 원대 양복을 거침없이 결제하고, 차 키와 카드를 내밀며 잘하고 오라 한다. 자신이 출연한 성인영화를 언급하고 노골적으로 몸을 훑는 시선에도 모욕을 견딘 경자가 '사이다'를 날리는 순간은 남편이 무시당했을 때다.

    남편들 인물 설정은 어떨까. 연극 동아리 '불사조'에서 만난 이들은 우정을 자주 강조한다. 발기부전으로 고민이 깊은 춘복을 위로하고, 갑작스럽게 죽은 만식이 타고 다니던 버스에 타 그를 추모한다. 살인사건에 연루된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민감한 비밀도 함께 나눌 만큼 끈끈하다.

    적게는 43세, 많게는 47세인 극 중 중년 남성들은 딱히 어른스럽지 않다. 아내가 외박한다고 젊은 여성들이 있는 테이블과 합석해 재미있게 놀자고 하고,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우울하다는 이유로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조른다. 그럼, 또 다른 친구는 그 부탁을 받고 여자를 소개해 준다. 유부남들에게.

    무리 안에서 '형 같다', '존경스럽다'는 말을 듣는 궁철(유준상 분)조차 '철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아한 친구들'은 "이제 좀 철들어야 되는데"라는 궁철에게 "철들지 마. 철 그런 거 들지 말라고, 그냥 되고 싶은 대로 살아. 철 내가 들어 보니까 사는 게 재미가 없어"라는 술집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일까. 저 대사가 나온 이후 더 경우 없이 군다. 가장 사람 좋은 인물로 묘사된 궁철은 특히. 그는 아내 정해를 지속해서 괴롭혀 온 주강산(이태환 분)의 살인사건에 휘말리자 자기가 범인이라고 한다. 사건 당일 강산의 집에 갔다는 정해의 말을 무시하고 조사 때 안 갔다고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럼에도 아내가 제 발로 경찰서에 가자, 서 안에서 큰소리 내며 난동을 부린다. 춘복과 형우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없는 진범'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살인사건 현장을 함부로 헤집고 다닌다.

    1회부터 6회까지 청소년 관람 불가(19금) 등급으로 했다가 15세 관람가에서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내보내 지탄받고, 9~16회 내내 19금을 유지한 '부부의 세계'와도 닮은 점이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설정한 것, 그리고 바로 여성 캐릭터의 고통을 극의 주된 소재로 쓰는 것이다.

    40대 중반의 중년 남성들은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 아내가 외박한다고 젊은 여성들과 합석해서 술 마시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사랑하는 아내가 유력 용의자로 몰리는 것에 반발하며 경찰서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우정을 명분으로 살인사건 현장을 마음대로 헤집고 돌아다닌다. (사진='우아한 친구들' 캡처)

     

    '부부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견고해 보이는 행복 속에 살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김희애 분)는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끊임없이 괴로운 상황에 놓인다. 남편에게 피가 날 때까지 맞고,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도 맞는다. 후자는 마치 1인칭 게임처럼 가해자 시선으로 연출해 뭇매를 맞았다.

    '우아한 친구들'은 아예 전 회차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방송 중이며, 무삭제판 VOD를 따로 제공한다. 저연령층을 충격적이거나 노골적인 묘사로부터 보호하는 의미가 아니라, '19금'이라는 것을 방패 삼아 온갖 센 이야기를 다 푸는 방식이라는 게 문제적이다.

    정해가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 강산에게 괴롭힘 당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그려지는데, 이때 △골프 코치로 자세를 교정한다는 이유로 첫 만남에서부터 뒤에서 끌어안는 듯한 포즈로 허리와 골반 등 민감한 부위를 만지고 △술에 약을 타 정신을 잃게 하며 △벗은 몸을 불법촬영하고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다양한 협박(공공장소에서 사귀자고 한다거나 거액을 요구, 정해와 남편의 직장 및 아들 학교에 뿌리겠다고 발언)을 일삼으며 △손자국이 날 정도로 목을 졸라 강제로 키스하고 겁탈하려고 든다. 모두 15세 관람가로 편집된 재방송과 VOD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비즈니스를 이유로 호스트바에 가면서 '아줌마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노출 심한 옷을 입은 아내와, 호스트바에 가는 걸 허락해주는 나 같은 사람이 어디 있냐는 남편이 결국 '자기만한 사람 없더라' 하고 쿨한 듯 마무리하는 장면, 요가 장면에서 굳이 가슴골을 보이게 하는 장면도 나왔다.

    아직 전체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고, 서스펜스를 강조한 미스터리물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1~6회는 '우아한 친구들'이 아닌가? 모든 회차가 모여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성을 갖기 마련이다. 내내 거칠고 무례하고 현저히 떨어지는 젠더 감수성으로 풀어가는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만 훈훈하고 편안하면 되는 걸까.

    가장 큰 의문은 왜 이 드라마에 '우아한 친구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냐는 점이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성공이다. '우아한 친구들' 속 인물도, '우아한 친구들'도 전혀 우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중 가정의학과 전문의 남정해(송윤아 분)는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 주강산(이태환 분)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다. 술에 탄 약 때문에 정신을 잃고, 불법촬영물로 협박당하고, 직장까지 찾아오는 가해자 때문에 곤란해하며, 강제 키스를 당하다가 상처가 나기도 한다. (사진='우아한 친구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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