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당 안팎에서 요구하는 '국민투표' 대신 '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내후년 '대선' 고려한 판단?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방식에 대해 '개헌', '국민투표', '특별법 제·개정' 등 크게 3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의 마음은 특별법 제·개정 방식으로 기운 분위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여야가 합의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의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법'에 청와대 등 이전 대상 기관을 추가해 '신행정수도법'으로 개정하자는 것.
그러나 여야 합의만으로 행정수도를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법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본 뒤 결정해야한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또다시 국민투표를 후순위로 생각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당내에서도 '선거를 인식한 전략 아니냐'는 현실론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아직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지금 당장 국민투표에 부치면 부결될 수도 있다.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의제를 섣불리 투표에 부쳤다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당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행정수도 이전을 속히 결론 낼 경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해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도 민주당의 이런 말 못할 사정을 인지한 듯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수도 이전 생각이 굳건하다면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민의 의사부터 확인해달라"며 날을 세웠다. 사실상 민주당이 받을 수 없는 공이라고 생각해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해 미리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의식한 행보다. 충청표가 달려있으니 통합당도 섣불리 반대할 수 없다는 걸 민주당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버리면 이슈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갈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출범하면서 연말 정기국회 전까지 행정수도 이전 방식을 국민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부겸·김해영 등 비주류는 '국민투표' 우선 고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내 비주류 인사들은 당 지도부와는 달리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야한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의사를 묻는 것"이라며 국민투표 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법안 제·개정으로 가면 여야 정쟁이 불가피하고, 이전 대상 기관만 법률로 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포괄적으로 국민에게 물어서 그 대의와 명분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는 낌새라도 보인다면 국민에게 자칫 '180석 슈퍼여당'의 오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지난 27일 최고위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게 대의제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국민투표를 규정한 헌법 취지를 살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국민투표 시행에 한 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