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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 '이승만 괴뢰정권'까지…시대착오적 청문회



국회/정당

    '주체사상'에 '이승만 괴뢰정권'까지…시대착오적 청문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 청문회, 野 '사상 전향' 여부 질의 논란
    탈북민 출신 통합당 태영호 의원 질문에 與野 공방전
    통합당 "사상 전향했나" vs 이 후보 "온당치 못해"
    통합당내서도 부적절 지적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가 23일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 논란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문제 삼아 '주체사상'‧'이승만 괴뢰정권' 문건 등을 거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헌법적‧모욕적인 질의라며 강력 반발했다.

    통합당 내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실정(失政) 등 공략할 수 있는 현안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만 매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호 "전향 했나"…이 후보자 "당시도, 지금도 아냐…온당치 못한 질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준비한 피켓을 들고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는 초반부터 '사상 검증'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 후보자의 운동권 이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한 주영국 고위 외교관 출신으로 탈북한 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들고 질의에 나섰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1980년대 북한에선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대단히 많다, 전대협이라는 조직원들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 결의를 다진다'는 말이 있었다"며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북쪽에서 아마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김일성 사진을 놓고 충성 맹세를 한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차 태 의원이 "이 후보자 삶의 궤적을 들여다봤는데, 언제 어디서 사상전향을 했는지 못 찾았다"며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혹시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공개 선언을 한 적이 있냐"고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굳은 표정으로 "이른바 전향이란 것은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해당한다"며 "저한테 사상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온당치 못한 질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남쪽엔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다. 태 의원이 아직 남쪽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저는 (전대협 활동)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말했다.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앞서 송영길 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간사(좌측), 미래통합당 김석기 간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승만 괴뢰정권'·'원수 아메리카' 문건 공세까지…여권 "아연실색" 반발

    '사상 검증' 성격이 농후한 태 의원 질의에 이어 민감한 질문은 또 나왔다. 통합당은 이 후보자가 전대협 의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행적과 관련된 문건을 제시하며 공세에 나섰다.

    통합당 박진 의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부터 받은 문건을 공개하며 "여기에 '세계 민중의 철전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쇼적 통치'라고 써 있다"며 "혁명의 주체를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라고 적혀 있다"며 이 후보자가 작성했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아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잘못 기록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재차 해당 문건 내 '이승만 괴뢰정권'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단순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인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國父)라고 부르는 건 다르게 생각하다"며 "우리의 국부는 김구 선생이 되는 게 마땅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북정책이나 한미관계 등 산적한 현안 대신 이 후보자의 과거 운동권 이력을 집중 파고드는 질문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 후보자의 과거 사상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란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색깔론에 대한 지적은 헌법에 위배되는 질문이 아니지만, 어떤 주의를 신봉 믿느냐고 묻는 것은 헌법이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전해철 의원도 "사상전향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아연실색했다"고 했고, 윤건영 의원은 "오늘날 민주주의는 이 후보자와 같이 수많은 청년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다. 천박한 사상 검증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은 박진 의원의 '자주는 반미 아닌가'라는 질의에 대해 "위험할 수도 있는 양분법"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7‧4 남북공동선언 맨 앞에 나오는 것이 통일 원칙으로 '자주'다. 박 전 대통령이 반미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이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청문회 질의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당 소속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탈북민 출신인 태 의원이 질문을 해서 이슈가 된 것"이라며 "사상전향을 공개적으로 묻는 게 지금 시대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말했다.

    당내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사실 4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 후보자에게 전향 여부를 묻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목숨을 걸고 탈북한 태 의원이 '자기 보호' 차원에서 그런 질문이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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