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朴 성추행 '진상규명' 공 넘겨받은 인권위 조사, 대안 될까



사건/사고

    朴 성추행 '진상규명' 공 넘겨받은 인권위 조사, 대안 될까

    • 2020-07-24 05:20

    피해자 측, 2차 기자회견서 "다음주 인권위에 진정할 것"
    조사 독립성 확보…다만 권리구제 비율 낮고 '각하' 가능성도
    진정사건 처리에 보통 '넉 달'…긴급구제도 가능성 낮아
    조사 성과 내려면 "범행 일어난 내부구조 밝혀야" 지적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다음 주 중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진상규명의 공은 인권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인권위의 조사는 통상 넉 달이 넘게 걸리는 '지난한' 과정인 데다가, 권리구제 조치마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희롱 권리구제 '27%' 그쳐…수사사안이라 '각하' 변수도

    24일 CBS노컷뉴스가 지난해 6월 인권위가 발간한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 8집'을 분석한 결과,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성추행 개념 포함) 사건의 경우 권리구제 비율이 3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까지 진정이 들어온 성희롱 사건 2486건 중 권고, 합의종결, 조정, 조사 중 해결 등 진정인의 권리가 구제된 비율은 27%(630건)로 집계됐다.

    이중 인권위가 가장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권고'마저 교육이나 대책수립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인권위가 권고 결정을 내린 성희롱 사건들을 살펴보면, 주로 '가해자 특별인권 교육'(170건·45.1%)과 '재발방지 대책수립'(82건·21.8%)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나마 강력한 권고조치에 속하는 징계·정보·경고·주의 등 '인사조치'(60건·15.9%)와 '손해배상'(52건·13.8%)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 피해자 측 진정이 인권위법 상 '각하'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위법 제32조 1항 5호는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그 진정을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아직 수사기관의 소관에 있는 만큼 인권위가 이를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서울시의 '방임 의혹' 역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다만 인권위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 고소가 접수됐으면, (인권위는 진정을) 각하한다고 돼있긴 하지만 형사사건과 인권침해사안은 반드시 동일한 게 아니다"라며 "(박 전 시장 사건은) 반향도 크고, 그렇게 형식적으로 처리될 것 같지는 않다. 인권위의 조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상 진정사건 처리에 '넉 달'…긴급구제 가능성은 '물음표'

    박 전 시장 사건이 조사 안건으로 상정된다 해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다. 통상적으로 인권위가 진정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넉 달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밝힌 '최근 5년간 인권위 진정처리 현황'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9월 기준 진정사건을 종결하는 데 평균 12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수사기관처럼 물리력을 동원해 조사를 강권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상태에서 진상규명이 더욱 녹록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인권위 사정을 잘 아는 고위 관계자는 "보통 일반사건 절차로 하면 (진정사건 처리에) 3개월도 빠르다. 그 정도면 적게 걸리는 편이고, (사안에 따라) 6개월이 걸릴 수도, 1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관이 보통 1명 배정되는데, 인권위 위원장이나 소위원장의 의지가 있으면 팀을 좀 더 보강해서라도 (보다) 빨리 (진행)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인권위의 조사의지가 핵심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피해자 측이 염두에 둔 인권위의 '긴급구제'가 이뤄진다면 좀 더 속도를 낼 수는 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성희롱 등의 조사 및 구제기관'인 인권위가 이 사건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며 '긴급조치'를 언급했다. 이는 정황상 인권위법 제48조에서 명시한 '긴급구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권위는 조사대상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 도중에도 진정인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피해행위를 멈추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다만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인권위 내부에서는 '긴급구제' 카드를 꺼낼 이유가 딱히 없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가해자(박 전 시장)는 이미 사망해 없고, (피해자는) 다른 데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긴급구제 사안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가 안 돼 있다거나 현재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거나 하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긴급구제를 적용한 사안은 올 초 성전환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 연기 권고, 지난 2월 연령 제한으로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된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들 관련 대책마련 권고 등에 국한됐다.

    ◇총대 멘 인권위, 성과 내려면…"범행 일어난 내부구조 밝혀야"

    진정 이후 인권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면, 단순히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 이상의 '내부구조'까지 조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인권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했던 정의당 배복주 여성본부장은 "이런 성희롱 사안이 벌어지게 된 서울시의 '구조'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일탈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조직화된 구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문제는 사실 광범위하게 법률적으로 의율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 서울시 관행의 문제기 때문에 아주 심각할 것이다. 바로 그 문제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 역시 "기본적으로 박 전 시장의 범행 여부, 피해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방조, 방임, 묵살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사건(내용)에만 구애받아서는 안 된다. 시스템적으로 (성폭력 방지) 매뉴얼은 잘 되어있는데 작동이 안 되고 있으니, 지자체장이 연루됐을 때 조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