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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인 향한 도 넘은 '2차 가해'…"모두 범죄행위"



사건/사고

    박원순 고소인 향한 도 넘은 '2차 가해'…"모두 범죄행위"

    • 2020-07-16 04:55

    온라인 상에서 고소인 신상 유포하고 원색적 비난 이어져
    고소인, '2차 가해' 관련 고소장 접수…경찰 "수사 착수"
    전문가 "개별적 형사사건 구성 가능한 심각한 상황" 경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운구행렬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결식을 마친 뒤 추모공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소인을 비난하거나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등 '2차 가해'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피해자를 향해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등 무분별한 추가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최근 피해 당사자가 2차 가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박원순 고소인 찾겠다", "정치공작 미투"…연일 이어지는 2차 가해

    "남자분 제외하면 몇분 안남네요... 그리고 OOOO년에 사직했다고 했으니까... 곧 찾겠네요!!!"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오전 9시쯤 인터넷 언론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찾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같은 여자로써... 제가 그분 참교육 시켜줄겁니다"라고 덧붙이며 협박성 발언도 함께 적었다.

    박 전 시장 고소인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A씨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의 글을 남기거나, A씨 신상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며 A씨를 조선시대 노비에 빗대는 듯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A씨 사진이라며 한 여성의 이미지가 공유되기도 했는데, 박 전 시장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서울시의 다른 여직원으로 밝혀지면서 추가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직원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가 '가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A씨가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가 하면, A씨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이력을 언급하며 '정치 공작에 의한 미투'로 치부하는 글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행위들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 신원 누설'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는 '누구든지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학교·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도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3일 A씨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수사해달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다음 날 고소인 진술 조사까지 마쳤다. 고소장에는 인터넷 상에서 A씨에게 남긴 욕설과 혐오표현 등이 캡처본 형태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명예훼손, 혐오 표현, 개인정보 유출 행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면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부추기는 '2차 가해'…전문가 "형사사건 구성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

    A씨에 대한 2차 가해는 정치권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13일 본인 페이스북에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서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이라며 A씨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후 논란이 되자 윤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해명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날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적었다.

    '채홍사'란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 전국의 미녀를 차출하기 위해 파견한 관리를 뜻하는 말로 명백한 2차 가해 행위이다. 해당 글은 수정되지 않고 여전히 게재돼 있다.

    (사진=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정치인의 발언은 시민들의 2차 가해 행위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비판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정치인들이 다른 말들로 표현하지만 결국 성폭력 피해 사건 자체를 무마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읽히게 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음해하거나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맥락의 말들을 저지할 수 있는 '문화적 저지선'과 성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러 2차 가해 행위들에 대해 '2차 가해'로 뭉뚱그릴게 아니라 별도의 형사사건으로 구성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해서 이 같은 '2차 가해' 행위를 낳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덕수 박수진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다. 사실 죄 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피해가 심각함에도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에서는 '2차 가해' 행위 방지법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서정숙 의원은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일반적 비방·유포보다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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