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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강남 빌딩 부자가 청빈한 삶?



뒤끝작렬

    [뒤끝작렬] 강남 빌딩 부자가 청빈한 삶?

    '진실의 시간' 맞은 박원순 시장처럼 백선엽 장군 삶도 재조명 필요
    6·25 공훈 불구하고 친일부역·부정부패 등 명암 교차…문제적 인물
    생전 16층 빌딩 놓고 장남과 소송 전력…'청빈' 칭송은 오히려 희화화
    고인의 흠결만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조건 미화도 위험…공동체 통합 방해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시민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애도의 시간'은 가고 '진실의 시간'이 왔다. 고인은 죽어서도 이승과의 연을 끊지 못한 채 한동안 냉혹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이 종료되지만 고인의 사회적 위상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진실 규명이 불가피하다.

    그게 성추행 피해 호소인을 위한 일일 뿐더러 고인의 전체 삶이 온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벌써부터 정치·진영 논리가 고개를 들며 팽팽한 대결, 분열상이 우려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 진정한 화해와 용서, 통합을 위해 거쳐야 할 일이다.

    박 전 시장과는 사정이 다르지만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에게도 진실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고인은 북한 김일성보다 8년,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는 3년 늦게 태어나 한 세기 영욕의 세월을 살다간 문제적 인물이다.

    6·25 전쟁 때 많은 공훈을 세웠지만 일제 부역으로 민족 앞에 죄를 지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6·25 공훈 자체도 과대 포장됐다는 비판과 함께 심지어 전시 양민 학살 책임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전역 후에도 수십 년간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을 독식할 만큼 군내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진정한 6·25 전사는 그의 서거 후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이 함께 지켜낸 낙동강 전선 240km를 마치 고인이 다부동 전투에서 혼자 막아낸 것처럼 과장했다는 게 대표적 비판 논리다.

    고인의 일생은 화려했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그는 33세에 한국군 최초 대장으로 진급한 뒤 40세에 전역과 함께 중국 대사, 프랑스 대사, 캐나다 대사, 교통부 장관을 차례로 지내고 이후로도 각종 공기업 사장을 역임했지만 부정부패 시비가 떠나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 설립한 '선인학원'은 박정희 정권의 비호 하에 성장하다 동생이 사학비리로 구속됐고 나중엔 공립화 방식으로 국가에 환수됐다.

    고인이 생전에 큰아들과 소송을 벌였던 서울 강남역 16층짜리 대형 빌딩에도 이런 흑역사가 서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기에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더욱 철저한 사후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그의 인생 궤적이 우리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비역장성 단체인 성우회가 14일 고인을 '구국 영웅'으로 추앙하며 '청빈'한 삶을 살았다고 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 못해 상황을 희화화한 격이다.

    고인이 일제 '간도 특설대'로 활동하던 1940년대에는 만주 지역에 독립운동세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친일 딱지를 벗겨내려는 시도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고인이 직접 시인했고, 그럼에도 끝내 참회나 용서조차 구하지 않은 민족사의 아픔에 또다시 부당하게도 거친 소금을 뿌려대는 격이다.

    망자의 과오, 흠결만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조건적인 미화, 칭송도 공동체 통합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오로지 진실만이 박원순, 백선엽 두 고인의 영면을 도울 것이다. 다시금 명복을 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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