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김영민 "'부부의 세계' 승자는 없지만, 확실한 패자는 이태오"



방송

    김영민 "'부부의 세계' 승자는 없지만, 확실한 패자는 이태오"

    [노컷 인터뷰] JTBC '부부의 세계' 손제혁 역 김영민 ①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손제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민을 만났다. (사진=JTBC 제공)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371%)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JTBC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다. BBC 최고의 화제작이자 수작으로 평가받는 원작 '닥터 포스터'가 여성 주인공에게 집중한다면,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김희애 분)를 중심으로 한 여러 '관계'를 폭넓게 담았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부부의 세계' 손제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종영 후 이어진 스페셜 방송에서 '부부의 세계'를 "뾰족한 지붕 위로 내달리는 관계의 날카로움"이라고 표현한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작품을 바라보고 느낀 바를 정돈된 언어로 전달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가 자신이 맡은 손제혁과 이태오(박해준 분) 두 남성 캐릭터를 통해 남성 중심적인 이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봤다.

    ◇ 손제혁으로 '나쁜 놈' 연기했지만… "거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김영민은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했으나 공연장을 주 무대로 활동해 왔다. 2016년 '판타스틱'으로 시작해 2018년 이후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의 아저씨' 도준영, '숨바꼭질' 문재상, '구해줘 2' 성철우, '사랑의 불시착' 정만복 등 그 작품을 봤다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역할로 작품에 기여했다. '부부의 세계'는 모완일 감독이 '구해줘 2'를 보고 제안한 것이었다.

    김영민은 '구해줘 2'에서 아이처럼 선한 얼굴과 나긋한 미소로 성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점점 자신의 탐욕이 커지는 목사 성철우 역을 맡았다. 그는 "천호진 선생님과 장면을 만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며 저랑 꼭 (작품을) 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좀 의외였다. 사이코 목사 역이어서"라며 웃었다.

    이어,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해 주셔서. 배우는 일단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인지라 놀라웠다"라며 "모완일 감독님은 어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나 할까, 현장을 잘 진행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김영민은 원작인 '닥터 포스터'를 보고 작품에 임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는 병원에서나 여러 가지 일을 보여줘서 더 확장된 느낌이었다. 영국 드라마에서 손제혁 역할도 성적으로 열려 있달까? 그건 비슷했고 (아내) 예림(박선영 분)과의 관계에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에서 가정이 있으면서도 외도를 즐기는 회계사 손제혁 역을 맡았다. (사진=JTBC 제공)

     

    "이태오와 손제혁의 어디선가 본 듯하고 들었을 법한, (웃음) 지질하고 모자란 모습, 여성들한테 상처 주는 모습…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모순을 두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고 봤어요. 그런 게 한국적으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부부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 (지선우가 겪는) 병원 안에서의 유리천장 등, 지금 시대에 해야 하는 질문을 '부부의 세계'를 통해 한 거죠."

    손제혁은 극중 이태오와 고등학교 동창인 회계사로, 업무 특성상 귀가가 늦어진다는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외도하는 역할이다. 김영민은 손제혁의 지질함을 가장 잘 드러낸 대사로 "심심하면 개를 키워"를 꼽았다. 아이를 갖자는 아내의 말에 한 대꾸다. 김영민은 "아이 갖자는 사람한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서로 자격지심 갖고 서로가 가진 것을 욕망하는 모습, 그런 생각, 호흡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의 외도 사실을 참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자고 하는 아내 예림과의 결말은 어떻게 봤을까. "(극중) 일 년 세월이 안 보여서 바로 바람피우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라며 멋쩍게 웃은 김영민은 "제 안에서의 흐름은, (손제혁이)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여성편력적인 성향이 있었기에 오히려 그 반대쪽을 더 가기 쉽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1년 후 손제혁의 곁에는 '새 여자'가 있었다. 대본에서부터 '새 여자'라고 쓰여 있었다. 김영민은 "다른 여자가 옆에 있어도 그전 여자가 생각나는, 새 여자에 충실하면 될 텐데 고예림을 생각하는 손제혁"이라며 "저는 제혁이가 사랑은 잃었지만 인생은 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손제혁이 앞으로 잘살 것 같다고 말했다. 예림을 두고도 "커피숍을 열고 자기 인생을 개척하지 않나. 독립적으로 한 발을 내딛었으니 희망적인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손제혁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제일 이해 안 됐던 부분을 묻자 그는 "거의 이해가 안 되더라"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래도 손제혁이라는 캐릭터로서 자존감을 가져야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 김영민의 본 '부부의 세계'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에서 박선영과 부부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JTBC 제공)

     

    '부부의 세계'는 '국민 밉상'을 탄생시킨 드라마이기도 했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이태오는 아내 지선우가 있는데도 불륜을 저질렀고, 본인 기분에 따라 사람을 때리고 스토킹을 하는 악질이었다.

    매회가 마지막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엔딩이 강렬했던 '부부의 세계'에서 12회 엔딩이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지선우가 자신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무너뜨리고 오랫동안 고통을 준 이태오와 입 맞추고 잠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렸다. '어떻게 저럴 수 있냐?'와 '그럴 수 있다'로.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봤어요.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봤어요. 이혼했음에도 끊을 수 없는 그런 관계? 이성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요. 아이도 있고요. 부부의 관계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이태오와 손제혁 중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영민은 망설임 없이 이태오라고 답했다. '그래도' 손제혁은 새 여자와 가정을 꾸렸을 것 같지만, 이태오는 "여러 가지로 다시는 가정을 못 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단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에서) 대체 승자는 누굴까. 승자는 없고, 확실한 패자는 이태오 같다"라며 "천만 관객(동원)을 성공한 기획자가 시나리오를 줬는데 집어던지는 장면이 있지 않나. 이야… 태오의 몰락을 제일 잘 설명해주는 것 아닌가. 슬프더라"라고 말했다.

    손제혁의 결말이 아닌 '부부의 세계' 결말은, 지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얼굴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으나, 지선우의 앞에 나타난 건 준영이 맞았다. 김영민은 "서로 상처 입히고 괴롭히는 관계의 끝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놓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라며 "(준영이) 어떤 얼굴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지는 관객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에서 자신이 맡은 손제혁과 박해준이 맡은 이태오 중 누가 더 나쁜 놈 같냐는 질문에 '이태오'라고 답했다. (사진=JTBC 제공)

     

    이어, "원작하고는 다른 결말인데, 여러 가지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결말이) 열렸다기보다도 다중적으로 보인달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여러 가지 마음이 있는데, 지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왔니'라고 한다. 김희애 선배님이 너무나 잘 표현해 주셨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부부의 세계'는 첫 회 6.26%로 시작해 28.371%(모두 닐슨코리아 종합편성 기준)로 종영했을 만큼 높은 관심 속에 사랑받았으나 그만큼 논란도 잦았다.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 괴한이 침입해 공포에 떠는 지선우의 모습을 마치 게임하듯이 연출한 장면 등 폭력성을 하나의 '스펙터클한 요소'로 쓴다는 점이 비판받았다. 가정이 있는 손제혁에게 '가방 사 주면 애인해 주겠다'고 접근하는 20대 여성을 등장시킨 점도 '여성 성 상품화'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지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김영민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여성을 비하하려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의) '부부의 세계'가 탄생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닥터 포스터'가 한국 사회(배경) 드라마로 오면서, 우리 사회의 여성이 받은 상처나 사회적 모순, 부부 안에서 여성의 위치 등을 많이 얘기했다고 봤다. 이런 여성의 입장을 화두로 던질 만한 시기이고, ('부부의 세계'가) 그런 걸 보여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던 '부부의 세계'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김영민 역시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몰랐지만, 적어도 '좋은 작품 하나 나오겠구나' 하는 예상은 했다고. 그는 "작품에 대한 사랑과 관심, 애정을 분에 넘치도록 받았다. 비록 나쁜 놈(역할)이었지만… 같이 작품 참여하며 만난 분들께도 감사하지만, 가장 큰 감사는 시청자분들한테 드려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부부의 세계'는 나름 한 줄 평을 해 보자면… 5점을 주고요. '끝을 향해서 내달리는 관계의 날카로움'! 서로 잡아먹으려고 하죠. '나한테 왜 상처 줘?' 하는 관계, 그 날카로운 마음 때문에 아이를 잃는 상황까지 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어떤 관계에서 너무 날카롭게 상대방을 대하는 것 아닌가 했어요. 좀 더 둥글게, 모나지 않게 해도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그런 날카로움으로 상대를 대했을 때 잃는 게 있지 않을까 했어요. 너무 비판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끌고 나가는 관계에 대해 저도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계속>

    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