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5월 21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 (홍익대 교수, 건축가)
◇ 정관용> 시사자키가 특별기획으로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을 통찰하는 데 도움 주실 분들 차례로 만나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와 건축 그리고 우리의 주거는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 이 주제로 홍익대학교의 유현준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먼저 재택근무들 많이 하고, 그렇죠? 사무실 없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이제?
◆ 유현준> 글쎄요.
◇ 정관용> 학교도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 유현준> 완벽하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상당 부분 20~30%는 많이 깨져나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유현준> 운영체계가 달라지니까요.
◇ 정관용> 그러니까 도시의 기본 설계도 변화할 것 같고. 주거공간도 사무공간도 큰 변화가 오겠네요.
◆ 유현준> 그런데 아마 저항세력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으면 기존에 권력을 갖고 있던 직장 상사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모으려고 하는 것들이 있을 거고요. 기능적으로 보더라도 어떻게 보면 모였을 때 예상하지 않았던 시너지효과들이 또 있기 때문에.
◇ 정관용> 또 있죠.
◆ 유현준> 그래서 그걸...
◇ 정관용> 그러니까 상시적으로 모여 있었다면 그동안에는. 이제는 가끔 모이는.
◆ 유현준> 그렇게 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업종마다 좀 다를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다르겠죠.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과거의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이런 팬데믹이 인간의 삶에 도시 건축 설계 기본을 변화시키는 그런 전례도 있어요?
◆ 유현준> 항상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유현준> 역사를 보면...
◇ 정관용> 대표적인 거 하나만 예로 들어보세요.
◆ 유현준> 파리의 하수도 시스템을 만든 것과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에 하수도 시스템을 만들었고. 최초의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메르 문명, 메소포타미아에 있는 것도 건조 기후에 대해서 만들어진 도시인데요. 그것도 역시 전염병에 강한 도시이기 때문에 이집트 문명에 만들어진 거고요. 그래서 이집트 문명도 사실은 건조 기후 때문이고요. 그러니까 초장기에는 전염병을 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건조한 기후라는 것밖에 없었고요.
◇ 정관용> 건조한 기후로 도망가는 거군요.
◆ 유현준> 그렇죠.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다음에가 서서히 인간이 좀 건축, 토목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마 같은 경우에는 아퀴도트라는 상수도 시스템을 만들고.
◇ 정관용> 상수도, 하수도.
◆ 유현준> 하수도를 만들고 그 다음에 17세기, 18세기 이때 되면서부터는 백신이 나오면서 비로소 천만 명의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을 한 거죠.
◇ 정관용> 맞아요. 백신 있기 전에는 그런 대규모 도시라는 건 꿈도 못 꾸고.
◆ 유현준> 꿈도 못 꾸죠.
◇ 정관용> 그러면 이번에 코로나는 우리에게 이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뭐부터 볼까요. 도시, 건축, 주거, 사무실?
◆ 유현준> 일단 주거부터 보시면 이번에 많은 분들이 대개 집에서 재택근무하고 온라인 수업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으셨는데 그 이유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주거의 형태라고 하는 게 주중의 낮 시간에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을 가지신 어르신들은 밖에 나가서 일하는 건데.
◇ 정관용> 밤에 잠만 자는 거죠.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이한형기자)
◆ 유현준> 그렇죠. 그랬다가 지금 갑자기 집에 다 모여 있게 되니까 사실은 그 공간 체계 자체가 그 많은 시설들을 많이 수용할 수가 없는 거예요, 많은 기능들을. 시간으로 산술적으로 계산을 해 봐도 150% 정도가 증가된 정도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재편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만약에 재택근무를 한다면 주거의 사이즈가 좀 커질 수도 있고 저희들이 이미 1인 가구가 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형 주거공간을 찾았는데 최소한의 사이즈라고 하는 게 좀 커질 수 있고요.
◇ 정관용> 기존의 원룸.
◆ 유현준> 원룸의 사이즈가 사실은.
◇ 정관용> 거기서 사무도 해야 되기 때문에?
◆ 유현준> 그렇죠.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사람들이 셰어링하우스가 하나의 대안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완벽하지는 않거든요.
◇ 정관용> 너무 좁으면 스트레스가 더 강해지죠, 오래 있을수록?
◆ 유현준> 그건 아무래도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건 돈이 들잖아요. 주거공간을 늘리려면.
◆ 유현준>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그걸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올 것 같아요. 이제 재택근무나 아니면 학교도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지면 나흘 정도는 도시에서 지내고 좁은 집에 보낼 수 있겠죠. 그다음에 한 3일 정도는 지방에 있는 세컨드하우스 같은 데 가서 지낼 수도 있고요.
◇ 정관용> 그건 진짜 부잣집 얘기 아니에요?
◆ 유현준> 그렇죠. 완전히 부잣집 얘기죠. 그게 만약에 그런 식으로 공간이 해체되기 시작을 하면 전반적으로 좀 재구성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또 하나는 도시 속에서 많은 빈공간들이 나올 거예요. 뭐냐 하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서 사용을 하기 시작하면 많은 상업시설이라고 하는 데가 빈공간이 생길 거고, 도심 내에. 그런데 그곳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구성되느냐가 또 다른 팩트입니다.
◇ 정관용> 기존의 상업시설이 주거시설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공원식으로 바뀌어버릴 수도 있고.
◆ 유현준> 제가 볼 때는 실내공간으로 돼 있는 면적들은 아마 주거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요. 바라는 건 사실은 물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물류 시스템들을 눈에 안 보이는 지하터널로 옮기면서 지상의 도로가 조금 더 많이 인간들을 위해서 쓰여질 수 있게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지하터널을 이용해서 물류배송을 해요?
◆ 유현준> 그런 배송안을 도요자동차에서 계획을 하고 있거든요.
◇ 정관용>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 유현준> 사실 트럭이 다닌다고 하면 사람이 다니는 터널이라고 하면 높이가 한 4m 정도는 되어야 될 텐데 그냥 자율주행 로봇만 다니는 터널을 뚫을 수가 있는 거죠. 그럼 높이가 한 1m 정도밖에 안 되고 건축비도 훨씬 쌀 거예요. 그러니까 지하철을 과거에 뚫었다면 지금은 사실은 지하 물류터널을 뚫을 때가 된 거죠.
◇ 정관용> 이건 획기적 아이디어인데요.
◆ 유현준>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이걸 도시에 적용하고 있는 나라가 있어요, 그런 도시가?
◆ 유현준>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어서 우리나라가 그걸 처음으로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효율적인 도시가 될 겁니다.
◇ 정관용>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 같은데요, 그런데?
◆ 유현준> 그런데 실제로 지하철 뚫는 것보다는 적게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물론 그거보다는 적게 들겠습니다마는 그냥 기존에 물류 오토바이나 트럭으로 하던 거에 비해서 그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나올까요?
◆ 유현준>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우리가 오토바이로 피자 한 판을 배달해서 먹을 때 한 1kg짜리 피자를 60kg짜리 체중의 사람이 100kg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161kg이 이동을 하죠. 그런데 만약에 그 자율주행 로봇 10kg짜리 로봇이라고 한다면 11kg만 이동하면 되는 거예요.
◇ 정관용> 획기적인데요?
◆ 유현준> 그게 제가 볼 때는 우리의 도시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 같아요, 아직은.
◆ 유현준> 그런데 이게 그렇게 기술적으로도 어렵지도 않고요. 저희가 1970년대 때 경부고속도로를 뚫었을 때를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고속도로에 무슨 돈을 그렇게 들이냐 했을 텐데.
◇ 정관용> 경부고속도로 그 돈 들여서 뚫어놓으면 차 한 대도 안 다닐 거다 그랬어요.
◆ 유현준> 그랬죠. 그런데 그게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사실은 테크놀로지라고 하는 게 발전을 하면 눈에 안 보이게 사라지거든요. 하수도, 지하철, 그 다음에 모든 전선이 지중화되고요. 스마트폰 같은 경우에도 모든 키보드가 다 화면 속으로 숨잖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도로나 자동차 이런 것들은. 그런데 저는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 정관용> 드론으로 공중 배달하는 것보다 지하가 낫나요?
◆ 유현준> 드론은 저는 도시 속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왜요?
◆ 유현준> 소음 때문에요. 그 부분을 간과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소음 부분을. 지중화를 통한 지하 물류, 이걸 만약에 안 했을 경우에 어떤 현상이 생길 거라고 보냐면,지상에 있는 모든 도로가 물류하는 교통량으로 채워질 거라고요.
◇ 정관용> 택배차로 가득 찰 것이다, 점점 더?
◆ 유현준> 그런데 그렇게 됐을 때 우리의 도시의 모습은 상당히 사회적으로 되게 안 좋은 도시가 되는 거죠. 이게 블록길이 단절이 되고요.
◇ 정관용> 자율주행차시대가 돼도 역시 마찬가지일까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도로의 교통량이 훨씬 줄어들 거라고 하잖아요.
◆ 유현준> 그런데 그게 사회적인 이슈랑 연결이 돼 있어서 법적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로봇이 운전하는 그러니까 자율주행자동차가 사고가 났을 때의 법적 책임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혹자는 그게 식량대란은 안 일어날 거다 그런 얘기도 하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주장하시는 지하 물류터널은 10년 이내에 만들 수 있다?
◆ 유현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죠. 왜냐하면 큰돈이 들어가는... 저는 사실 이건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데가 진행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현대건설도 갖고 있고 자동차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주도적으로 한다면 저는 몇 군데 실험적으로라도 해 보면.
◇ 정관용>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미래비전으로 얘기하는 거 보니까 주로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 얘기하는 거 같던데.
◆ 유현준> 글쎄요. 저는 거기 동의하기 힘들어요. 제가 예전에 한번...
◇ 정관용> 거꾸로 지하로 가라. 공중이 아니라 그 말씀이군요.
◆ 유현준> 네. 보이지 않는 쪽으로.
◇ 정관용> 아무튼 획기적이다, 그 얘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다시 돌아가봅시다. 주거 면적이 조금씩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조금 자산계층들은 주3~4일 도심, 주3~4일 외곽 이런 식의 세컨하우스 개념도 생길 것이다. 가장 기본 형태인 아파트의 기본 구조 있잖아요. 방 한 3개 정도, 거실 크게 있고. 이런 한 30평대 아파트. 이런 아파트에서 거실에서 누가 TV를 켜면 모두가 시끄럽잖아요. 이 구조도 바꿔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유현준> 이미 거실에서 TV 보던 것은 핸드폰이나 자기 랩탑으로 TV를 보는 걸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기 방에서 주로 이어폰으로 보는 경우들이 많고요. 사실은 그거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테라스가 좀 생겨야 된다.
◇ 정관용> 테라스?
◆ 유현준> 우리가 계속해서 코로나 사태 때 외부공간을 많이 나가게 됐는데 외부공간이라고 하는 데가 대부분 다 퍼블릭 스페이스였어요. 공공의 공간밖에 없어서 편안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테라스가 너무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보고요. 그래서 그런 건축 법규 같은 것도 바뀔 필요가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술과 이런 환경들이 바뀌면서 주거환경은 계속 변화되어야 될 게 뻔한데, 지금의 벽식구조로 되어 있는 아파트는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 정관용> 그럼요.
◆ 유현준>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됩니다.
◇ 정관용> 가변형으로?
◆ 유현준> 그러니까 언제든지 벽을 터서 새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는 30평대지만 혼자 사는 사람도, 4명이 사는 사람도 바꿀 수 있게끔.
◇ 정관용> 그렇죠. 테라스 말씀하셨는데 기존에는 왜 있는 베란다라고 부르는 것도 다 확장해서 실내 공간화시켰는데 그게 또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 유현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하다못해 좀 조그마한 화분이라도 몇 개 갖다놓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진다?
◆ 유현준> 그러니까 발코니 확장법이라는 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우리 도시의 모든 야외공간이 다 실내화되는 현상이 생겼는데 폭이 한 2~3m 되는 테라스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 다음 사무실은요?
◆ 유현준> 사무실은 이미 변화가 시작이 됐다고 봅니다. 위워크나 이런 것들도 많이 생겼고요. 시간당으로 사무실을 한 곳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계속해서 바뀌어나갈 거라고 보는데 여지껏 그런 변화를 발목을 잡았던 게 학교거든요. 그러니까 사무공간과 집과 학교는 삼각구도로 이렇게 연결돼 있죠. 보통 직장 가진 분이 결혼하고 결혼한 사람이 애 낳아서 애를 학교에 보내니까요. 그런데 저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온라인 수업 같은 거가 생겨나는 게 지금 이미 시작되어 있는 사무공간이나 주거의 변화에도 크게 아마 가속화시키는 현상을 일으킬 거다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학교 구조도 바뀐다?
◆ 유현준> 일단은 수업들을 학교라고 하는 게 기능이 크게 세 가지죠. 지식 전달의 목적이 있고 그다음에 탁아소 기능이 있고 세 번째는 아이들끼리의 자율적으로 사회 조직을 한 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 정관용> 공동체 경험.
◆ 유현준> 그렇죠, 공동체 경험. 그런데 그 세 가지 중에서 첫 번째인 지식 전달은 이제 온라인으로 다 가능한 시대가 된 거죠. 그래서 선생님의 역할이 조금 애매해졌어요. 지금 잘나가는 일타강사분이 전 국민의 절반을 수학을 가르쳐도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선생님이 해야 될 역할이 바뀌게 되면 공간 구조도 당연히 바뀔 거고요. 교실도 저는 그렇게 많이 필요 없을 때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교실보다는 놀이공간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거 아닐까요?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초중고교 학교 같은 경우에는.
◆ 유현준> 그러니까 비는 교실들을 부숴서 테라스를 만들고 아이들이 자연에 더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더 필요하겠죠.
◇ 정관용> 이처럼 주거, 그 다음 사무 공간, 학교. 더 나아가서 도시기본 구조. 이것들이 하나하나 변화해 나가는 방향인데 처음에 말씀하셨습니다마는 거기에 저항하는 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은 이것도 정치적 투쟁 아닙니까?
◆ 유현준> 맞습니다. 이게 결국에 가서는 의사 결정은 정치 영역에서 결정이 날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일단은 종교권력 같은 경우도 종교라는 건 모여야지만이 권력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래서 예배시간에 긴 의자에 앉히는 거고 가운데 10명이 앉으면 가운데 8명은 밖에 못 나가게 하고.
◇ 정관용> 양쪽 끝에서 안 움직이면?
◆ 유현준> 그렇죠. 그러면서.
◇ 정관용> 그리고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고.
◆ 유현준> 그렇죠. 그럴 때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권력이 생기는 거죠.
◇ 정관용> 맞아요.
◆ 유현준> 그러니까 신천지 사태 같은 것도 후발주자 종교세력들은 그런 걸 반드시 모여야 되는 걸로 바뀝니다. 복도가 없어요. 그런 종교단체들의 집회 사진을 보시면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복도가 없이 앞이 그냥 꽉 차 있거든요. 이슬람 같은 경우에는 이런 장소에 못 모이면 적어도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한 방향을 보게라도 하잖아요, 메카 쪽을 향해서. 그러한 것들을 못 하게 됐을 때 와해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흑사병이 났을 때에도 중세가 끝났고 르네상스로 바뀌는 그런 게 나왔죠. 그래서 분명히 공간을 통해서 공간과 동맹에서 권력을 창출하던 그런 세력이나 집단이나 단체들은 계속해서 유지를 하려고 하는 그런 노력들을 할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과거의 관성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은 변화에 저항한다.
◆ 유현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어떻게 쟁취해낼 수 있죠, 그 변화에.
◆ 유현준> 글쎄요.
◇ 정관용> 자꾸 병이 와야 되나요?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 유현준> 그런데 병은 꾸준히 올 거는 같아요.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참 암울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죠.
◆ 유현준> 그런데 조금 스마트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이런 기능이 달라지면 공간이 빈공간이 생겨납니다. 아까 온라인 때문에 오프라인의 상업시설이 비는 것처럼. 그런 공간들을 재구성하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죠. 준비하는 사람들은 도로가 분명히 교통량이 줄어들게 되면 만약에 우리가 물류를 없앤다든지 하게 되면 그럼 그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그거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돼요. 저는 희망적으로 보는 게 이번에 코로나 사태가 우리 국민에게 선물한 거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실내 공간에 갈 수 없게 돼서 다 바깥으로 나왔잖아요. 틈만 나면 공원에 가고 산책을 하고 그랬어요. 모든 국민이 공통의 추억을 갖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내가 가는 공간이 공통적인 야외공간이 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거기서 배운 교훈을 우리가 잘 쓴다면 앞으로 생겨날 빈 공간들에 대해서 어떠한 식으로 재구성할 것인가 이런 걸 소셜 믹스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를 유지하는 등 확산 추세가 안정권에 접어든 4월 24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유채꽃이 피어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 정관용>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세요. 공원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거잖아요.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거 재개발해서 주상복합으로 지어서 돈 법시다라는 주장보다 여기 공원 만듭시다라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많아졌다는 거 아니에요.
◆ 유현준> 그런데 우리가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도 생각해야 하니까 저는 우리가 스마트하게 하려면 경제적 이익도 얻으면서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필요한 걸 얻어내는, 트레이드를 할 줄 아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느 한쪽만의 생각을 듣고서 하는 것보다는 너무 황당한 얘기일 수는 있겠지만, 제가 꿈꾸는 건 우리 도시를 더 매력적이고 이미 우리가 의료보험 시스템도 좋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고, 교포들이 리쇼어링이 생기고 있거든요. 이럴 때 어떻게 보면 해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더 창의적인 도시도 될 수 있고 더 자본도 우리나라로 몰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지금 우리 세금으로 공원을 만들 수 없다면 만약에 펜트하우스를 비싸게 만들어서 중동 부자에게 팔고요. 300억에 팔고 그 돈으로 지상에다가 300평짜리 포켓파크를 만들든지 여러 가지 우리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윈윈할 수 있게끔. 저는 파리가 유럽의 문화의 중심이 된 건 하수도 덕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하수도가 전염병이 없는 도시를 만들었고. 그게 곧 창의적인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였고 그 사람들에게 그림을 팔기 위해서 화가들이 모인 거죠. 그러니까 그러한 과거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서울을 좀 재구성할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 정관용> 그래서 서울이 지하 물류통로로 새로운 문명을 시작하는 그런 도시로 만들어보자?
◆ 유현준> 저는 너무 SF적이기는 한데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렇습니다. 이 변화에 자본주의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서 경제성도 추구하되 우리가 함께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공간, 자연, 이런 것들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들에 대한 창조적 발상. 건축가들은 할 일이 많아지네요, 점점 더.
◆ 유현준> 그런데 건축주가 돈을 써야 되거든요.
◇ 정관용>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