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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병사 폭행 간부를 피해자 근무처로…'2차 가해' 논란



국방/외교

    [안보열전]병사 폭행 간부를 피해자 근무처로…'2차 가해' 논란

    상사가 탁구 게임하다 심판 보던 피해자 폭행해 전치 2주 진단
    상해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혐의 등 모두 인정
    지원대대장, 피해자 면담서 예정된 분대장 임명에 부정적 발언
    가해자를 피해자와 같은 부서로 발령…뒤늦게 재조정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나서자 부모에 사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방부 간부가 내기 탁구에서 졌다는 이유로 부하 병사를 폭행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군 당국이 가해자인 간부를 피해 병사와 같은 부서로 발령내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진 정황들이 드러나 피해자 가족들이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육군의 한 부대에서 행정보급관이 장병들에게 보급되는 마스크를 시중에 내다 판 혐의로 수사를 받고, 공군에서는 군무원 신분의 비행교수가 교육 중 학생 장교를 폭행하는 등 간부들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관련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날 탁구에서 무슨 일이…내기에 지자 눈 찌르고 폭행

    사건은 지난 4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제의 부대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피해자 B병장이 함께 생활하는 병사 여러 명과 함께 탁구를 치던 중 A상사가 들어와 "탁구에서 진다면 몇 만원 정도의 음식을 사겠다"며 내기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3만원 정도의 내기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12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해당 탁구 게임에서 A상사가 지자, 경기 심판을 보던 B병장이 좋아하는 말을 들은 A상사가 다른 병사를 시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A상사는 B병장을 붙잡은 채 눈을 찌르고, CCTV가 설치돼 있는 벽 쪽으로 그를 밀친 뒤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병장은 다음 날 군 병원 진료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상부에 이 일이 보고되자 국방부 조사본부는 A상사를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고, 지난 5월 13일 그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상사는 조사 과정에서 병사들의 진술을 비롯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군사경찰은 실제로는 중간에 다른 병사가 들어와서 이같은 상황을 보기도 했다는 점을 이유로 감금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대대장이 예정된 분대장 임명에 부정적 발언…가해자를 같은 부서로 발령

    그런데 이 일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부대 측의 반응은 피해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B병장 가족들의 주장 등을 종합하면, 유해발굴감식단 지원대대장 C중령은 사건 이틀 뒤인 4월 11일 B병장을 면담하면서 "이런 사건을 겪고 공황 상태에 있던 장병이 후임병을 통솔할 수 있겠나, 어떻게 신뢰를 할 수 있겠나"라며 내정돼 있었던 분대장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B병장은 면담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 분대장으로 임명은 됐지만 해당 보직 특성상 나중에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병장은 운전병으로 행사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얼마 뒤 진행된 인사이동에서 가해자인 A상사가 같은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부서로 발령낸 셈인데, 가족들은 부대 측이 유해발굴단 본청 건물에 A상사가 있다는 이유로 B병장의 건물 출입을 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다음날 해당 부대가 A상사를 (행정보급관) 임무에서 배제시키고 본청 건물 1층의 휴게실로 분리한 것을 군사경찰이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얼마 전 부대에 전입 간부가 있어서 인사명령을 내는 과정에서 A상사와 B병장이 같은 부서로 발령이 났고, 실제로 같이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조치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한 번 더 조정이 이뤄졌다"며 "본청 건물 출입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착수…해당 부대장 부모에게 사과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4일 국방부 감사관실이 사건 이후 부대 내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확인에 들어갔다. 부대 측은 B병장을 위로 휴가 조치하고, 유해발굴단장이 직접 B병장의 부모에게 사과하는 등 수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언론에 크게 보도까지 된 상황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를 피해자와 같은 부서로 발령낸 것 자체부터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C중령은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2차 가해성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쪽(B병장과 C중령)의 말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내기 탁구로 인해 빚어진 일련의 상황과 연관지어 심각하게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사건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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