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특혜 논란'으로 불과 두 달 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29일 여야 합의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이날 재석 의원 209명 중 찬성 163표, 반대 23표, 기권 23표로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재석 184명 의원 중 8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27명이 기권하며 부결됐다.
그로부터 약 두 달만인 이날 통과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결격 사유를 △불공정거래 행위 전력만으로 규정해 규제를 완화한 점이다.
지난 3월 부결됐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 결격 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전체를 삭제하는 안이었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불공정거래 행위는 처벌하기로 했다.
우선 인터넷은행법 자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으로 불렸던 법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는 것이 법의 주요 내용이다.
금융 산업이 아닌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주력인 ICT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허용해 줘 기존 은산분리 규제(최대 4%를)를 받지 않도록 했다.
다만,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대주주로 활동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이 일반 국민과 기업의 돈을 관리하는 공적 공간인 만큼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제한으로 인해 지난해 1월 국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인 KT가 지분을 늘리려다 실패한 바 있다. 당시 KT가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이에 금융당국이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 문제에 부딪히며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과도한 제한으로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 시장 진출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적격성 심사 요건 완화 등을 담은 개정안이 등장해 이날 통과된 것이다.
다만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여전히 거셌다. 불공정 거래를 저지른 기업에게 금융업의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줄곧 인터넷은행법 개정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민생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에도 토론을 요청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55일 전인 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한 법안이 표지만 바꾼 '표지 갈이' 수준으로 다시 나왔다"며 "KT 외에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게도 얼마든지 은행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굉장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불공정거래 행위만 (처벌로) 남겨놨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외에 나머지는 싹 다 봐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의원의 이름을 하나씩 나열하며 다시 한번 반대표를 던져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을 중심으로 다른 의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채 의원은 "본질은 범죄기업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며 "범죄집단, 범죄기업 같은 잘못된 일을 한 사람이 은행을 맡아선 안 된다는 것이며 부도덕한 대주주가 은행을 맡아 나라를 뒤흔든 저축은행 사태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