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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바이브'는 왜 '이용자 중심 정산'을 하겠다고 나설까



문화 일반

    네이버 '바이브'는 왜 '이용자 중심 정산'을 하겠다고 나설까

    [현장]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방안' 세미나
    "비례 배분 방식 하에서 편중 현상 심각, 개선하기로 해"
    "폭넓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는 정산 금액 올라"
    "아티스트와 이용자가 좀 더 밀접해지길 바랐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뮤직 서비스 바이브는 지난달 9일, 이용자가 들은 음악에 맞춰 저작권자에게 음원 수익이 돌아가는 것을 골자로 한 'VPS'(VIBE Payment System)를 올 상반기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바이브 공식 캠페인 캡처)

     

    2018년 출시된 네이버의 인공지능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는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VPS(VIBE Payment System)를 올 상반기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VPS의 골자는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이다.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스트리밍 요금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바이브는 이용자가 3곡을 10회 감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1회 들은 A 음악, 3회 들은 B 음악, 6회 들은 C 음악에 수익이 1:3:6으로 배분된다는 예시 이미지를 함께 제시했다. VPS를 통해 △내가 낸 돈이 내가 듣는 음악에 정확히 배분되고 △내가 음악을 들은 만큼 그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생기며 △차트 조작이나 음원 사재기 등 부정적인 현상이 줄어들고 △더 다양한 사람의 취향에 맞는 음악 즐기기가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 룸에서 디지털경제포럼이 주최한 특별 세미나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방안'이 열렸다. 업계 최초로 새로운 음원 수익 정산 방식을 시도한 바이브 측이 VPS 도입 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적지 않은 취재진과 관객이 몰렸다.

    현재 국내 음원 사이트는 음원 수익을 비례 배분하고 있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 발제를 통해 현재 국내 음원 정산 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을 바탕으로 한 비례 배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음원 사이트에서 쓴 총금액을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산정한 뒤, 특정 음원 재생수를 곱해 각 권리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비례 배분 방식은 △음원 재생수에 따라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로 △소수의 구독자가 많이 재생한 음원에 높은 수익이 배분되고 △따라서 음원 차트 상위권에 들기 위한 경쟁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용자 중심 배분 방식은 비례 배분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개인 이용자의 지출 금액을 개인의 월별 재생수로 나누어 곡당 단가를 정하고, 이 단가에 개인이 해당 음원을 재생한 횟수를 곱해 저작권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뮤직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이태훈 리더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바이브 무제한 듣기 상품 이용자 대상 상위 재상 20만 곡의 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리더는 VPS를 적용하면 많은 이용자가 들어 폭넓게 사랑받는 아티스트일수록 정산 금액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위쪽은 VPS가 도입될 경우 정산 금액이 올라가는 아티스트의 사례, 아래쪽은 정산 금액이 상당 부분 감소하는 아티스트의 사례다. (사진=김수정 기자)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레전드급 뮤지션, 전 세대가 즐겨듣는 트로트 뮤지션,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발라드 뮤지션, 팬층이 넓은 인디 뮤지션 등 5종류로 나누고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아티스트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74%까지 정산 금액이 높아졌다.

    반면 소수의 이용자가 반복 재생하는 곡의 가수는 음원 수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 리더가 예로 든 한 아티스트의 경우, 이 아티스트 곡을 듣는 이용자는 전체의 0.1%이었으나 재생수 점유율은 1%였다. 이때 VPS를 도입하면 기존 비례 배분 방식보다 음원 수익이 66% 감소하게 된다고 이 리더는 전했다.

    이 리더는 "기존 비례 배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수의 이용자가 스트리밍을 많이 일으킬 경우, 정산 편중으로 인해 다른 음원들에 피해를 주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 바이브가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이 리더는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으로 시작해 창작자 지원 사업을 많이 하고, 음악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창작자와 이용자를 잘 이어주고 (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 리더는 바이브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 메인 화면이 실시간 차트 중심으로 구성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차트로 인한 폐해는 없애자'라는 배경에서 바이브는 출시 때 아예 메인에서 실시간 차트를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 리더는 바이브가 2019년 1월부터 실시간 차트를 폐지해 차트 줄 세우기와 스트리밍 편중 현상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어서 고민하던 중 정산 방식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례 배분 하에서 정산 편중이 이렇게 심각했던 건가 싶더라. 이걸 개선하기로 했다"라며 "저희 플랫폼을 통해서는 아티스트와 이용자가 좀 더 밀접해지길 바랐다"라고 강조했다.

    VPS 방식을 도입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에 관해서는 "(방식이) 전혀 복잡하지 않다. 다만 이용자 단위로 정산해야 한다"라며 "로직(논리)은 동일하지만 그동안 한 번 했던 걸 여러 번 하는 것이다.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좋아져서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달라진 정산 방식에 따라) 기존 신탁 단체와 음원 권리사가 보조 맞춰서 같이 바꿔야 할 게 있는데 그것까지 다 합치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건 맞다"라고 덧붙였다.

    이 리더는 "이번 계기로 정산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됐으면 좋겠다"라며 "저희 역시도 VPS 준비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더 투명하게 다가설 것이다. 권리사들에도 좀 더 검증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의 전체 영상은 내일(23일) 오후 5시, 디지털경제포럼 유튜브와 네이버TV 공식 채널에 게시될 예정이다. 이상우 교수는 디지털경제포럼이 오는 8~9월 중에 음원 수익 정산 방식과 관련한 2차 토론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 룸에서 디지털경제포럼이 주최한 특별 세미나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방안'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 이경원 동국대 교수, 이상우 연세대 교수, 박희아 매거진 A 창업가 및 책임프로듀서,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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