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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 '부정선거 음모론' 틈만 나면 고개드는 이유



국회/정당

    [딥뉴스] '부정선거 음모론' 틈만 나면 고개드는 이유

    사전투표 부정의혹, 유튜브서 제기
    민경욱·차명진·전광훈·주옥순 화답
    "극단 유튜버, 퇴행 정치인의 공생"
    전문가 지적…통합당 내부서도 비판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사진=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아니나 다를까 또 나왔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보수진영 일각에서 때아닌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이른바 '사전투표 바꿔치기' 의혹이 극우 성향 유튜브를 중심으로 제기됐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보수 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땐 반대로 진보 일각에서 비슷한 주장이 횡행했었다.

    그때마다 이런 목소리는 구체적 근거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런 주장이 왜 자꾸 등장하는지,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이번엔 어떻게 전파 중인지 [딥뉴스]에서 따져봤다.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사진=연합뉴스)

     

    ◇ 유튜버 → 통합당 → 지상파 언론으로

    "이번에 사전투표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실증적, 구체적 수치도 제시가 됐고요. 그게 만약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정 선거가 되는거죠"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20일 의원총회 중 회의장 밖에서 사견을 전제로 전한 말이다. 민경욱 의원 등 몇몇 낙선자들이 회의에서 꺼낸 사전투표 조작론은 이렇게 현역 의원, 그것도 재선 반열에 오른 당선자 입을 통해 지상파 전파를 탔다.

    의혹의 핵심은 이른바 '사전투표 조작설'이다. 통합당 주요 수도권 후보들이 15일 본투표에서는 접전을 벌였지만 그전에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크게 열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 데서 출발한다.

    강용석 변호사 등 보수 유튜버들은 각기 다른 지역구에서 1·2위 후보의 관외·관내 사전 득표율이 소수 둘째 자리까지 같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을 누군가 '바꿔치기'했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시스템 자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당장 낙선자 몇몇이 화답하고 나섰다. "두 학생의 답안지가 숫자 하나 안 다르게 똑같다면 이상한 것 아니냐(차명진 전 경기부천병 후보)", "50억 정도 현상금을 걸어서 내부고발자를 찾아야 한다(김태우 전 서울강서을 후보)"라는 식이다.

    그러자 구속됐던 전광훈 목사는 "나를 여기에 집어넣고 선거를 조작하려 했는데 성공하려 했다"며 숟가락을 얹었고, 기독자유통일당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자를 이끌었다.

    하지만 조작은 시스템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선관위는 물론이고 통합당을 포함한 정치권 대다수의 판단이다.

    선관위 측은 "해당 지역 유권자 투표 성향이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또 사전투표함은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인됐고 CCTV를 통해 감시됐으며 실물 자료를 토대로 한 교차 검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극단 유튜버, 퇴행 정치인 공생관계"

    그렇다면 이런 의혹은 왜 자꾸 생성되고, 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까?

    첫째는 낙선자의 착각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수많은 지역민을 만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유세차를 타고 지날 때 자신에게 손을 흔들거나 말을 건네는 지지자뿐 아니라 무시하고 지나치는 유권자도 실제 투표장에 함께 나온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통합당의 한 현역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 경우에도 70~80%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줄 알았다"며 "일종의 과잉대표가 되는 것 같은데 그걸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둘째, 이 때문에 자신이 낙선했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대목은 음모론에 빠지는 지지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영남권의 다른 중진 의원은 "현실로부터의 도피 또는 현실에 대한 회피"라며 "존재하지 않는 환상에 자꾸 자기최면을 거는 일종의 망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공동체의 의사결정이 꼭 마음대로 되진 않을 수 있다"면서 "성숙한 정치인이라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셋째, 누군가는 이걸로 돈을 모을 수 있다. 이번에도 당장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진실규명을 내건 펀딩을 시작했다. 가세연 측은 1차 목표액이 6천만원이고, 그걸 넘기면 2·3차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진보진영에서도 영화 제작을 명목으로 펀딩을 진행했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음모론으로 누군가는 돈을 벌고, 이 과정에서 낙선자와 지지자의 착각과 망상이 이용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치인이 진영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판을 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능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강경 지지자에게 장사하려는 극단적 유튜버와 퇴행적 정치인 사이 일종의 공생관계"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총선 이후 첫 의원총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선거불복' 우려에 당내서도 비판

    전문가들은 틈만 나면 제기되는 이런 음모론이 민주주의 발전에 해가 된다고 비판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떨어지면 억울하겠지만 제도의 신뢰를 갉아먹는 건 온당치 못하다"면서 "언젠가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을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는 "가장 경계하고 추방해야 할 정치행태"라고 했다.

    통합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면 선관위가 나서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겠지만 차후 '선거불복'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재기가 요원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우려다.

    때문에 당장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키워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 지도부가 낙선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선관위에서 브리핑 등을 통해 정리해주면 많은 부분이 불식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선거 참패는 내부에서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것 아니냐. 그것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3선 반열에 오른 김태흠 의원도 "당 전체적으로 논의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나아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도권에서 설파해 달라는 요구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도배하자 반대로 그 의혹에 반박하겠다는 취지다. 토론은 오는 23일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이뤄진다.

    아울러 음모론 극복을 혁신의 마중물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3선이 된 하태경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괴담에 동조하거나 가만히 있기보다 괴담 퇴치 쪽으로 적극 나선다면, 그리고 그게 성공한다면 보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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