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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현수막 걷고 추모글 삭제…강릉시 '민원 탓'



영동

    세월호 현수막 걷고 추모글 삭제…강릉시 '민원 탓'

    강릉시 "현수막 철거는 1명이 워낙 강하게 민원제기한 탓"
    페이스북 추모글은 논란거리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
    추모위 "세월호 추모하는 마음 담은 시민들 무시하는 처사"

    지난 16일 강릉시에 의해 철거된 세월호 추모 현수막. (사진=강릉시민추모위원회 제공)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강원 강릉시에서 민원제기를 이유로 추모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린 추모글이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강릉시민추모위원회(이하 강릉시민추모위)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지난 13일 강릉시 신영극장과 홈플러스, 교동택지 일대에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해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등의 추모 내용이 담긴 1인 현수막(족자형) 150여 개를 게재했다.

    시민의 뜻을 모아 내걸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강릉시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16일 오후 교동택지 일대에 걸린 현수막을 철거했다. 이유는 "민원 제기"로, 강릉시에 따르면 1명의 민원인이 '공무원의 직무유기'까지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했다.

    결국 광고물 관련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이 거주하는 현대2차아파트 앞쪽만 떼어내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강릉시민추모위는 강릉시의 사정을 이해하고 수긍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파트 앞쪽 일부가 아닌 교동택지로 이어지는 일대 현수막을 다 떼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날 철거된 현수막만 39개다.

    이에 대해 강릉시민추모위 측은 지난 4년 동안 강릉시에 협조요청을 구해 현수막을 게재해 왔던 터라 시 조처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수막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집회 신고를 해야 하지만, 강릉시민추모위는 그동안 협조요청에 따라 문제 없이 진행해 왔다.

    강릉시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렸던 추모글로, 현재는 삭제됐다. (사진=강릉시 페북 페이지 캡처)

     

    설상가상으로, 강릉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글을 올렸다가 삭제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노란색 바탕에 세월호 리본과 함께 '오늘은 4·16 세월호 6주기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추모글은 몇 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해당 페북 페이지는 강릉시가 관리하는데, 추모글은 관련 업체에서 별도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에 따르면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업체 측에서 알아서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릉시는 취재진이 이야기할 때까지 페북 담당 관련 업체에서 글을 올리고 내린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글 삭제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릉시민추모위 최승범 특별위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올해는 코로나19로 소소하게 진행하는 것일 뿐 작년만 해도 건물 전체 하나에 현수막을 걸고 전시회까지 열었는데 문제 없이 추모가 이뤄졌다"며 "강릉시가 1명의 민원인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심지어 일부가 아닌 수십 개의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누군가 '윗선'에서 보기 싫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강릉시는 페북 게시글도 삭제했는데, 세월호를 추모하는 마음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는 것에 대해 화가 나고 무기력한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강릉시가 철거한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트럭에 실려 있다. (사진=강릉시민추모위원회 제공)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1명의 민원인이 워낙 막무가내로 문제를 제기해 결국 양해를 구하고 일부를 철거했는데, 추모위 측에서 지적이 나와 저희로서도 난감하다"며 "지난 4년 동안 협조요청에 따라 진행했어도 결국은 불법 현수막이라는 점이 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페북 게시글 삭제에 대해 담당 관계자는 "어제 올라간 게시글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고 업체에서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저희도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만큼 앞으로 관리 '누수'에 신경을 쓰겠다"며 "저희가 추모글 삭제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만 페북 페이지는 강릉시 홍보에 관한 내용을 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인 만큼 세월호 추모글은 논란거리를 제시할 수도 있다"며 "삭제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추모글이 정치색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삭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 추모를 향한 시민들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강릉시가 추모 현수막을 철거하고 추모글 삭제까지 방치하면서 되레 논란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 교동택지 일대에 게재된 세월호 추모 현수막. (사진=강릉시민추모위원회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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