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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을 '인술'로…한국의 기막힌 '드라이브 스루' 혁신



문화 일반

    상술을 '인술'로…한국의 기막힌 '드라이브 스루' 혁신

    '코로나19' 국면, 접촉 최소화 위한 공적 분야 도입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각국 언론·정부서 주목
    위기가 부른 빠른 혁신…"일상 회복 뒤에도 상존하는 위기 극복은 숙제"

    지난달 5일 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요즘처럼 '드라이브 스루'(drive-thru)라는 말을 자주 듣는 때가 없다. 그간 생소하게만 여겨져 온 이 방식은 차량에 탄 채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는 진단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이래,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농산물 판매 활로를 넓히는 데로까지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상술을 사람 살리는 '인술'로까지 확장시킨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기업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사업 전략이다.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도 원하는 음식을 사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동기 교수는 "드라이브 스루는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며 "이들 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 익숙한 만큼 주차하고 물건을 사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일종의 편의성을 높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좁고 서비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굳이 소비자 입장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진단 검사 등 공적 서비스 분야에 이 방식이 도입됐다"고 진단했다.

    감염병 예방·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 요건은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는 와중에 외신이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혁신 사례로 잇따라 극찬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사람 사이 접촉을 최소화하는 이 검진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기에 이른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면봉만 접촉할 수 있도록 한 드라이브 스루 검진 방식은 감염 가능성을 훨씬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임기응변과 새로운 발상으로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코로나19 진단 방식을 찾아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 "위기는 우리 주변에 늘 존재… 일상에서도 혁신 이뤄가야"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청 인근 도로변에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장에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고양시 제공)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흐름 아래 판로가 막힌 각 지역 농특산물 판매를 촉진하는 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 예로 경기 고양시는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도로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했다. 첫날에는 1만 5천 원짜리 꾸러미 100세트가 1시간 만에 동나기도 했다.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농산유통과 신복교 과장은 "현장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면서 반응을 살펴봤더니 '매우 좋다'는 격려와 함께 코로나19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면서도 지역 농가를 돕는다는 데 의미를 두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낯설게 여겨지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우리네 일상을 빠르게 파고든 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 상황이 있었다.

    이동기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에 도입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혁신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끊임없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혁신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등을 철저히 지키는 것처럼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 닥치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방법이 평소보다 널리 도입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심각한 위기가 지나간 뒤 일상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사회는 서서히 끓는 냄비 물처럼 우리가 절감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변한다. 위기는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으로 미뤄 온 여러 정치·사회적인 낡은 제도를 개선하면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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