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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속 감독은 왜 그렇게 일찍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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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인터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속 감독은 왜 그렇게 일찍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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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①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을 만났다. (사진=우상희 스튜디오 제공)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내용이 나옵니다.

    영화가 시작한 지 2분이나 지났을까. 흥에 겨워 게임에 몰두한 술자리의 떠들썩함이 갑자기 멈춘다. 자리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최연장자가 고꾸라지면서다. 가장 오랫동안 곁을 지키며 일하던 이는 '감독님이 술 마시고 장난치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그건 진짜 사고였다. 술 게임을 하다가 사람이 죽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의 출발은 이처럼 범상치 않다.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죽음이라는 '비극'이 워낙 난데없이 벌어지는 데다가 그 상황도 평범하진 않아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설정이 단지 웃음 유발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찬실(강말금 분)에게 닥친 결정적 불운이 지 감독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 감독하고만 작업하면서 영화 외길을 걸어온 찬실은 하루아침에 어디서도 거둬주지 않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새집으로 이사 가고,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지 감독의 존재가 찬실의 삶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지 감독의 죽음은 찬실이 맞이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초희 감독은 극중 감독을 일찍 죽여버린 이유를 묻자 '시간 문제' 때문이었다는 간단한 답을 내놨다. 찬실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방점을 찍은 영화이기에, 빨리 본론에 들어가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서 참 밝고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톤으로 연출한 이유가 있나.

    장르를 생각하고 접근한 건 아니다. 제가 이 영화 구상할 때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그때 제가 실직한 상태였다. 독립영화 프로듀서를 한 7년 정도 하다가, 저는 '영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큰 질문에 놓여 있었다. 일종의 위기라면 위기다. 왜냐하면 일자리라고 함은, 생계랑 직결되니까. 그 위기를 좀 슬기롭게 헤쳐나갈 길은 없는 것인가 혼자 생각해 봤다. 그 고민이 자연스럽게 저를 책상 앞에 앉혔다.

    1년 정도 (시나리오를) 쓰고 고쳤다. 초고도 코믹한 요소가 있긴 했지만, 지금 보신 영화(개봉판)보다는 객관화가 덜 된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일 년 내내 고쳤는데, '아, 이 영화를 어떻게 고쳐야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고민했다. 주인공 이찬실이 지금 좌절에 빠진 상황인데, 어두운 이야기를 어둡게 하면 사람들이 보겠나? (웃음) 안 그래도 다들 힘든데…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 얘기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않을까 싶었다. 밝고 유쾌하게, 진정성 있게 고치려고 노력했다.

    ▶ 초고를 빨리 쓴 것으로 아는데, 시나리오 고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보편성 있게 고치는 것! 결국 저로부터 시작한 이야기지만 제 얘기는 아니다. (찬실은) 저를 통과한 인물이 맞고. 저를 굉장히 객관화시켜야 했다. 누구한테나 일어날 법한 일이어야 관객들을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위기는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코로나19도 예측할 수 없었던 위기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감정, 거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지나갈까. 일정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혼자서는 못 일어난다. 생각지도 않은 도움의 손길이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저를 서운하게 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게 다 섞여 있다. 결국 본인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가장 빨리 헤쳐나갈 수 있는 건 주변 사람들과 연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더군다나 이건 '영화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가 혼자는 할 수 없는 매체이다 보니까, 다시 일어날 때도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과 저를 알았던 사람들이 저를 많이 지지해줬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복' 많은 찬실이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지난 5일 개봉했다. (사진=찬란 제공)
    ▶ 찬실의 이야기는 지 감독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지 감독은 거의 등장하자마자 바로 죽는데, 그렇게 일찍 죽여버린 이유가 있나.

    찬실이가 실직하고 난 다음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지 않나. 그럼 찬실이가 어떻게 위기를 맞았나, 이건 전사를 보여주는 거다. 그 부분에 너무 시간을 할애할 순 없다. 영화는 1시간 반, 최대 2시간 러닝타임이 있으니 (시련이 오는 과정에) 30~40분 할애하면 본론에 진입을 못 하지 않나. 그 모든 상황을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만한 오프닝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감독이나 스태프가 찬실을 불러다 세워 놓고 '너 일 너무 못하는 것 같아.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한다면, 거기엔 설득이 안 된다. 찬실이 왜 힘든지 30~40분에 할애하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 전도되는 거고. 저는 이 영화가 밝고 유쾌하게 그려지기를 바랐고 그 속에서 할 얘기는 다 하는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잡아놓은 톤을 해치지 않을 만한 강렬한 게 와야 한다고 봤다. PD한테 감독은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PD는 없어져도 찍을 수 있는데 감독은 없어지면 (영화를) 찍을 수가 없다. 그것만큼 설득력이 강한 건 없겠다 싶어서 그 오프닝을 생각하게 됐다.

    ▶ 신나게 술 게임을 하다가 급사하는 거라서 비극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황당하고 헛웃음이 나는 부분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원래 (사람들은) 위기가 안 올 거라고 생각한다. 서서히 상태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갑자기 위기가 오리라고 생각 안 한다. 근데 위기는 항상 갑자기 온다. 예측할 수 없다. (찬실은 감독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 찬실이는 어쩌면 신념의 인물이니까. 돈을 좇아서 장사를 했으면 모르지만, 돈 좀 못 벌어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산 인물이다. 그러니까 더 위기를 예측할 수 없는 거다. 감독님만 건강하면 계속 영화 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그 위기가 (찬실에게) 더 황당하지 않았을까.

    ▶ 찬실이라는 인물을 세울 때 꼭 가져가고 싶었던 특성이 있다면.

    건강한 자기애? 저는 자기를 의식하는 것과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건 어쩌면 불행해지는 지름길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발견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아마 배울 게 없을 거다. 그것도 일종의 자의식인데, 적당해야 한다는 거다. '나를 남들이 어떻게 볼까' 이게 얼마나 현대인을 불행에 빠뜨리나.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나, 우리나라가. 근데 건강한 자기애와 적당한 자의식은 행복에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단. (웃음)

    찬실이는 물론 제가 만든 인물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이런 인물을 만든 게 아니라, 저 스스로 힘든 시기에 이 시나리오를 썼고 어떻게 하면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제 머릿속으로 꿈꾸고 만든 이찬실보다, (영화 속 찬실이) 마음과 몸이 더 건강하다. 제가 '정신이 건강한 인물'이라고 상정하고 대사를 쓰고 씬을 만들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이찬실은 자기를 완전하게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한 인물이더라. 자기가 이미 건강하기에, 앞서서 (행동으로) 건강하게 구는 거다. 자기 처지를 비관하면 파출부로 나가겠나. 자기 처지를 비난하기에 앞서 이미 돈을 벌고 있지 않나.

    ▶ 찬실은 연애도 쉴 만큼 일에만 빠져 산 인물이다. 주인집 할머니 복실(윤여정 분)이 PD가 뭐 하는 직업이냐고 했을 때, 찬실은 이젠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직접 겪어본 사람도 그게 무슨 일인지 설명 못 하면 이상한 거라고 하는 할머니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을 쓴 배경이 궁금하다.

    누구든지 마찬가지 아닐까. 회사 열심히 다니고 애사심도 강했던 사람들이 퇴직할 때 갖는 감정이 뭘까. '나 아니면 회사가 안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것이지 않나. 자기가 그동안 뭐 했나 싶을 거다. 그런 감정을 떠올리면서 그 씬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위로가 필요했다. 나이 많은 할머니 눈에는 일일이 따지기보다, '그냥 내가 알아들은 거로 칠게' 하는 게 그 사람(찬실)에게 더 좋을 거라는 걸 아는 거다. 나이와 지혜, 혜안이 있어서 미리 그런 조언을 한 게 아닐까.

    찬실은 오랫동안 같이 일하던 감독이 죽으면서 단숨에 실업자가 된다. 이후 새집으로 이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펼쳐진다. (사진=지이프로덕션, 윤스코퍼레이션 제공)
    ▶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클리셰를 깨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박 대표(최화정 분)와의 대화. '현실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라고 하면 '현실이 뭔데요?'라고 묻고, '굳이 콕 집어줘야 돼?'라고 하면 '콕 집어주세요'라고 하는 게 흥미로웠달까.

    (찬실은) 그동안 일에 미쳐서 산 사람이라서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박 대표가) 현실을 알라고 그러니까 기가 막히는 거다.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길을 갔던 건데… 하지만 찬실이는 그런 얘기를 반드시 들어야 했다, 모욕감을 느끼더라도. (타인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자기 입장 정리가 되는 거다. 우리가 누구한테 고백할 때도 '나는 너를 안 좋아해. 마음 없으니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나를 잊어라' 이래야 빨리 정리가 되는데, 머뭇머뭇하다가 그 이야기를 못 들으면 그다음 단계로 못 나간다. 찬실이가 자기 처지를 확실히 인정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서 그 대사(박 대표 대사)를 넣었다.

    ▶ 한편으로 찬실은 영화 취향과 견해를 말할 땐 자기주장이 세다. 호감 있는 상대 김영(배유람 분) 앞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런 성격으로 설정한 이유는.

    찬실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면! 꿈속에서 십 년 만에 안는 엄청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는데도 그러겠나. 자기가 먼저 막 들이대고 술 먹자고 해 놓고 그 남자 취향이 자기랑 다르니까 바로 바람 빠진다. 성격적으로도 이런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찬실이는 90년대 씨네필(영화 애호가)인데, 그때의 씨네필과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영화산업 구조도 너무 많이 변했고. 비록 (찬실은) 영과 다섯 살밖에 차이 안 나지만 둘의 대화를 통해 지금 영화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 하는 것들을 서로 대척점에 두고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씬을 만든 것 같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오랫동안 영화 프로듀서 일을 한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널리 소개됐다. 어쩌면 수용자의 고약한 취미일 수 있는데,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면 창작자와 극중 인물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자연스레 비교해 보는 것 같다. 실제 성격이나 겪은 일을 영화에 얼마나 반영했나.

    직접적으로 제가 겪은 걸 완전히 넣은 건 거의 한 장면도 없는 것 같다. 많은 것들이 섞여서 씬 하나가 이뤄진다. 씬과 씬 사이에 유기성이 있어야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제가) 겪은 거로만 쓰면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안 생기고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고리를 이으려면 제 머리에서 (이야기가) 새로 직조돼서 나와야 한다. 제 직업 이력이나 5년 전 실직했던 상황을 모티프로 했기에, (이 영화가) 김초희 감독의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할지 모른다. 전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는데, 굳이 저한테 물어본다면 저는 '모티프만 가져왔다'고 한다. 제가 본 것,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제가 상상했던 것이 다 섞여서 만들어진 거다.

    ▶ 아까 '자의식'에 관해 언급했는데, 본인도 '과한 자의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지.

    경험했다. 20대 때 쭉 그렇게 살았다. 그것이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게 정말 나쁜 거구나!' 했다. 근데 그걸 계속 안 할 수는 없더라. 제가 고양이나 개는 아니니까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너무 저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하면, 조금 멈추고 청소를 한다든지 했다. 거기에 비밀에 뭐라고 생각하나. 움직이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것! 20대 때는 지나친 자의식으로 저를 많이 괴롭혔던 거 같고, 30대 때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근데 일만 하고 살다 보니까 멈춰서서 돌아보는 시간이 오더라, 자연스럽게. <계속>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사진=우상희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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