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 19일부터 비자발급 중단, ESTA 방문은 가능.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관이 지난 19일부터 신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면서 학업이나 연수 등을 떠나기 위해 비자를 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비자는 그대로 사용 가능하고 전자여행허가시스템(ESTA)을 통한 무비자 입국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한국인 입국 금지'로 볼 수는 없지만, 관련 업무가 언제 재개될지는 아직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대사관은 1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미 국무부 여행경보 2단계 이상이 발령된 국가에서 정규 비자 업무를 중단한다"며 "3월 19일을 기해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치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규 비자 업무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하나, 현재로서는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 것인지 공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도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사관 측은 우리 외교부에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인터뷰가 필요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 비자 발급에는 보통 인터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대사관 측은 인터뷰가 필요하지 않은 비자 갱신은 여전히 가능하며, 긴급 출장이나 장례, 의료 등 급한 사유가 있는 우리 국민은 긴급 예약을 통해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2주 이내로 학업을 시작해야 하는 학생 또한 가능하다.
다만 이들은 우리 외교부에 이번 중단 조치가 "일시적인 조치이며 최대한 빨리 비자 업무를 재개할 것이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빨리'라고 알려드린 그대로다. 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 교환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을 종합해 보면 관광 목적으로 최대 90일 동안 무비자 입국하는 경우 또는 기존에 비자를 이미 발급받은 경우엔 별 문제가 없지만, 학업·취업·파견·연수 등으로 새로 비자를 받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가족 이민이나 학업, 취업, 주재원 파견 등을 이유로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한국민의 숫자는 연간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2019년 회계연도 기준 한국 국민이 발급받은 이민비자는 5천여 건, 비이민비자는 7만여 건에 달한다.
특히 미국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 현지에서 살아야 할 집을 구하는 등의 이유로 보통 개학이나 업무 시작 몇 달 전부터 미리 미국에 가서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긴급 예약을 통한 비자는 개학 2주 전에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걱정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학업 비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들이 휴교했고, 새로 비자를 발급받는 경우에는 대부분 가을학기일 것이다"며 "개교 일정이 확정되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을학기는 보통 9월에 시작한다. 따라서 이는 1차적으로는 한국의 확산세 진정 여부에 따라 비자 발급 재개 여부가 달렸고, 2차적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진정세를 보여야 정상적인 학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다소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미국에선 하원의원이 확진되는 사례까지 나오는 등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학업을 위한 신규 비자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