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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 대거 공천…다음 국회도 등장하나



선거

    '막말 정치' 대거 공천…다음 국회도 등장하나

    4.15 총선 공천 마무리 단계…막말 정치인들 출마 확정 줄이어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 논란, 차명진·정미경 출마 확정
    5.18 망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각각 통합당·미래한국당·자유공화당서 출마
    여성·장애인·노인 비하 발언한 정치인들도 출마 명단에 '속속'
    전문가 "막말 정치인들, 혐오 공급함으로써 먹고 사는 것"

    김진태·민경욱·차명진 의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4.15 총선에 출마할 여야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막말'로 활약했던 정치인들도 후보 명단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인들이 막말을 쏟아낸 이유는 주로 상대 진영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장애인·여성·성소수자·5.18 희생자·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들여 막말 정치에 이용했다.

    총선을 27일 앞둔 현재 출마가 확정된 막말 정치인들의 과거 발언을 살펴봤다.

    ◇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에 5.18 민주화 운동 비하 발언도

    우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막말 인사들이 21대 총선에 대거 출마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말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4.15 총선에서 경기도 부천병 지역구에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게 됐다.

    차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기는 거까진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전 의원은 이 건으로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차 의원은 또 2010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체험을 하면서 "단돈 6300원으로 황제 같은 생활을 했다"는 체험기를 올려 서민 조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기 수원을에 출마하는 정미경 통합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들먹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며 '어찌 보면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보다) 낫다더라, 세월호 한 척을 갖고 이긴'이라는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한 것. 논란이 일자 그는 "대체 무슨 내용이 막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세월호만 들어가면 막말인가. 한국당이 쓴소리하면 다 막말인가. 여당과 청와대가 듣기 싫은 말은 다 막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5.18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낸 '망언 3인'도 21대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해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주최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지만원 씨에게 '망언 잔치'의 멍석을 깔아줬다.

    김 의원은 이날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힘을 모아서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 공천에서 살아남아 강원 춘천에서 3선에 도전한다.

    이종명 의원도 이 공청회에서 "사실을 근거로 한 게 아니라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5·18 폭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됐는데, 다시 뒤집을 수 있는 때가 된 거 아니냐"면서 "사실에 기초해서 첨단과학화된 장비로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란 것을 밝혀내야 한다. 이번 공청회로 광주시민과 당시 희생된 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5.18 비하 발언으로 통합당에서 제명됐지만 곧바로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지난달 14일 성명을 내고 "한국당은 5.18을 폭동으로 왜곡한 이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1년간 처리하지 않다가 전날 제명을 확정했다"며 "제명 이유는 망언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보내려는 목적임을 부끄러움도 없이 밝혔다. 이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심을 우습게 여기는 꼼수정치이며 오로지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기생정당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꼴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김순례 의원은 지난 4일 통합당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컷오프 결정은 혁신을 빙자해 저를 희생 수단으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좌파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건국정신,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부국정신,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통일정신을 이어가는 길을 가려고 한다. 자유 우파 단일 정당을 추구하는 자유공화당의 합당취지를 공감하기에 그분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5.18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해 "우리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다.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를 갖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5·18 유공자를 색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홍준연·나경원·윤호중 의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여성·장애인·노인·성소수자 비하 발언도 줄이어

    지난 국회에선 여성과 관련한 막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성매매 여성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성매매 여성은 탈세범"이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홍준연 대구 중구의원은 미래한국당에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홍 구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 비례의원 선출에 공천 신청을 했다"며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는 "대구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이 범죄자임이 분명함에도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피해자로 만들고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가의 법치가 재개발업자, 성매매 범죄자, 일부 정치인, 공무원들에 의해 아무 쓸모없는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나경원 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 4차 정부 규탄 집회에서 연설 도중 '달창'이란 단어를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달창은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용어로 일부 극우 사이트 등에서 쓰이던 단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후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몰랐다"며 꼬리를 내렸지만 제1야당 원내대표가 특정 진영 논리와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경선 끝에 서울 서초을 본선행이 확정된 박성중 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아내 하나도 관리 못 하는 사람이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는 과기정통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냐"고 발언해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밖에 장애인·노인·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 발언도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경기 구리시 출마 예정인 3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성소수자 혐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꾸리는 과정에서 녹생당의 합류 여부에 대해 "훌륭한 정책이 있어 함께할 수 있으나 비례대표 후보 추천은 좀 더 엄밀하게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성소수자 문제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정당과의 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단체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은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인권위법을 시행하면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발의했던 차별금지법 내용에서도 성적 지향이 있다. 두 대통령이 모두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을 한 것인가"라며 "윤호중 사무총장은 성소수자 당원과 시민에게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 버렸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손학규 대표에 대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는 노인 비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더라", "정치권에 와서 말하는 거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등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여러 번 곤혹을 치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자료사진)

     

    원색적인 욕설 등으로 막말 정치인에 이름을 올린 민경욱 통합당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다가 취소되면서 기사회생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욕설을 섞어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X 재산이 까뒤집혀지는 날 그X이 얼마나 사악하고 드러운지 뒤늦게 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고,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 그때 후광인지 무언지 김대중 같은 X, 대도무문이란 김영삼 같은 X 개무시로 쪽무시로 나갔어야 했는데!"라고 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해선 "투신에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기적"이라고 언급했고, 김주열 열사에게는 "달포 뒤 바다에서 건져낸 시신이 물고기도 눈이 멀어 말짱하게 건사된 게"라고 해 큰 파장을 낳았다.

    19일 통합당에 따르면 민경욱 의원은 인천 연수을 후보 자리를 두고 민현주 전 의원과 경선을 펼친다.

    ◇ 전문가 "막말 정치의 이유? 혐오 공급함으로써 먹고 사는 것"

    전문가들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정치인의 막말과 혐오 표현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공인인 정치인의 말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권위의 '2019년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답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잇따른 정치인의 혐오 및 차별표현을 예방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정치인은 불관용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을 제어하고 이를 예방하고 대응할 사회적 책임이 더욱 크다고 판단, 정치영역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다양성과 인권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진전시킬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의 막말 정치에 대해 "혐오를 공급함으로써 먹고 사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죄 없는 소수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든다. 약자끼리 서로 싸우고 미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정치적 목적이 필요 없어질 때까지 막말 정치, 혐오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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