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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김기무 "올해 작품 세 개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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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브리그' 김기무 "올해 작품 세 개는 하고 싶어요"

    [노컷 인터뷰] '스토브리그' 장우석 역 김기무 ②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장우석 역을 연기한 배우 김기무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중앙고-고려대를 거쳐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 1군 선수로 지명된 김대원(김기무의 본명)은 20대까지만 해도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매번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의 냉혹한 세계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해 연기를 시작했고, 연극-영화-드라마를 오가는 지금의 김기무가 됐다.

    '그와 그녀', '고골을 만나다', '연애희곡', '장생포', '밑바닥에서', '눈섬의 노래', '세자매' 등 연극과 '엘리자벳', '피맛골연가',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등 뮤지컬에 출연해 온 김기무는 '나우고골리'로 2014년 서울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검증된 배우였다. 드라마와 영화 쪽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것도 그 무렵이었다.

    5.5%로 시작해 마지막 회 19.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김기무라는 배우를 시청자에게 새긴 작품임이 틀림없지만, 많은 이들의 눈에 띄기 전에도 그는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다. '스토브리그'가 어떤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다르게 수식어를 붙이면 다른 작품들이 속상해할 것 같다"라는 답이 돌아온 건 어쩌면 당연했다.

    '스토브리그' 종영 약 2주 뒤였던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장우석 역을 연기한 배우 김기무를 만났다. 지지와 응원을 받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산뜻하게 새해를 시작한 김기무는 올해 작품 세 편에 출연하는 게 목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잖아요."

    ◇ 김기무가 전한 '스토브리그' 팀의 '과몰입' 상태

    김기무는 '스토브리그'를 "세상 편하게 찍었다"라고 밝혔다. 세트 분량이 99%였고, 야외로 나가서 찍은 게 두 장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추울 때 티 한 장 입고 활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제작진과 스태프들, 배우들도 나이대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더 사이가 좋았다. 떼로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더 재미있었다고. 김기무는 "항상 만나는 역만 만나는 드라마가 많다. 저희는 항상 모여 있으니 '밥 어디로 먹으러 갈까' 이랬다"라고 덧붙였다.

    그중에서도 김기무는 스카우트팀 팀장 고세혁 역의 이준혁, 팀원 양원섭 역 윤병희와 가장 많이 상의하면서 장면을 만들었다. 이준혁은 '스토브리그'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이야기의 디테일을 살렸다. 김기무는 "준혁이 형이 너무 좋은 선배이고 배우인 게, 밤에 전화해서 제가 대본 보고 있다고 하면 '몇 장 몇 씬 펴 봐. 거기 대사가 이러이러한데 너는 뭘 할 수 있겠니? 내가 일어나면 잡을 거야?' 하고 아주 작은 것까지 상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윤병희하고는 tvN '삼총사'에서 짧게 만났다. 그때 '호흡도 좋고 연기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기무는 이후 오디션장에서도 윤병희를 몇 번 봤다. 김기무는 "저도 그렇고 병희도 알려지기 전인데 회사 대표님한테도 말한 적이 있다. 진짜 그 친구 잘한다고"라고 말했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만난 김기무와 윤병희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상의하며 열심히 짰다. 새벽에 전화해서 내일 촬영할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김기무는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스카우트팀 차장 장우석 역을 연기했다. 김기무는 극중 스카우트팀 팀원이자 유일한 아웃사이더 양원섭 역의 윤병희(맨 윗 사진)와 상의하며 장면을 만들어갔다고 전했다. (사진=SBS 제공)

     

    스카우트팀의 이런 노력은 현장에도 반영됐다. 김기무는 "리허설에서 대사나 느낌이 살짝 달라질 수 있는데, 그때 쿵짝이 잘 안 맞으면 감독님은 '대본대로 가시죠'라고 한다. 근데 잘 맞으면 '어, 좋은데?' 하신다"라며 "좋은 의미로는 (배우들이) 이 인물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바꿀 수도 있지 않나. 그래도 잘 받아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정동윤 PD는 어떤 연출자였는지 물었다. 김기무는 곧바로 "감독님이 되게 세련됐다. 사람이 되게 세련됐다. 되게 예의 바르고"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스태프들을 대할 때 모습을 보면 진짜 백승수 같다. 정~말! 백승수의 나쁜 게 아니라… (일동 폭소) 너무 일 처리가 정확하다. 아무래도 SBS에 소속된 스태프가 많다 보니까 (정 PD를) 선배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따뜻하더라. 저도 받고 싶을 만큼. 이 사람 정말 교양 있고 리더십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기무가 생각하는 정 PD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배우들한테 강압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게 하나도 없다"라는 것이었다. 김기무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거다, 요 느낌은 분명히 나와야 하니 그건 꼭 가 주시면 된다'라고 한다. 어떤 분들은 '좀 더 슬플 순 없나? 화날 순 없나?'라고 한다. 감독님은 머릿속에 다 있다. 이 대사 할 때는 이렇게 하라, 이런 식으로 명확하니까 연기하기가 편했다"라고 전했다.

    이신화 작가에 관해서는 "작가님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시고 되게 여리시다. 그래서 '말을 왜 이렇게 버벅대세요! 글발대로 얘기해주세요' 농담하기도 한다"라고 전한 김기무는 "대본 보다 보면 진짜 닭살 돋을 때가 많았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전에 이걸 했구나 싶어서. 그런 게 너무 많았다"라며 감탄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스토브리그' 팀 단체 대화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송 중에는 제일 일찍 일어난 사람이 전날 시청률을 공유했다면 요새는 재미있는 댓글이나 사진을 나눈다. 이 방의 특징은 서로를 극중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일단 선수 역할로 나온 친구들은 지들이 다 진짜 선수인 줄 알고 있어요. (일동 폭소) 지금도 단톡방에서 역할 이름으로 부르는데 '컨디션은 어때?' 이런다니까요. 지금도? (웃음) 사이판으로 포상 휴가 갔을 때도 별로 놀 게 없어서 매일 모여서 맥주 마셨는데 '내일 던져야 하는데 괜찮겠어?', '이러다가 프론트들이 너 잘라버린다고 할걸?' 이러고들 있었어요. (일동 웃음)"

    ◇ 사연 있는 악역은 해 봤다, 다음 목표는

    각각 용역 깡패 황현동, 특수강간범 역을 연기한 '힘쎈여자 도봉순'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주로 건달이나 범죄자 역을 맡은 것 같지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산연구소 연구원('일리있는 사랑' 황정구), 세계 소방대회 한국 대표이자 사명감이 투철한 소방대원('디데이' 차기웅), 전직 의사 출신 타투샵 운영자('뱀파이어 탐정' 닥터황),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가 창업한 치킨집 사장('사이코메트리 그녀석' 홍정수), 프로야구단 스카우트팀 차장('스토브리그')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검법남녀'에서는 시즌 1, 2 모두 형사 역할로 나왔다.

    배우 김기무가 야구 배트와 야구공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힘쎈여자 도봉순' 종영 인터뷰에서 사연 있는 악역을 해 보고 싶다던 김기무는 '스토브리그'에서 장우석 역을 맡아 어느 정도 꿈을 이뤘다. "악역에 서사가 있으면 비중 있는 역할이 되더라"라며 웃은 김기무는 "진짜 악역! 정말 악역! 밑도 끝도 없는 악역으로 한 획을 긋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스토브리그' 이후 들어오는 배역은 이전보다 더 다양해지지 않았을까. 김기무는 "그건 모르겠다. 사실 작품이 들어오면 역할을 가리진 않는다. 대신 시기를 가린다. 최소한 지금 하는 드라마에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고. 그건 예의가 없는 거니까. 저는 진짜 하나도 가리지 않는다. (들어오는 건) 대부분 악역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공연 무대에 설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인지 묻자, 그는 "공연이 재미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라이브이니까. 그보다 배우들한테 중요한 건 긴 호흡을 놓지 않고 이 끈을 계속 잡고 간다는 거다. 한번 해 본 배우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는 답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연극도 묵직한 걸 주로 했는데, 관객이 저를 보는 걸 멈추지 않게 하고 싶은 느낌? 마지막까지 긴장을 갖고 가는 게 너무 좋다. 연극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스토브리그' 장우석 역을 위해 몸을 키웠던 김기무는 현재 다이어트 중이다. 인터뷰한 날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언제까지 몇 킬로그램을 뺀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6월까지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으면 성공이다. 김기무는 "예전에는 40일~50일 안에 15㎏ 빼고 그랬는데 이젠 한 번에 그렇게 하면 빈혈이 온다. 그거 핑계 삼아 천천히 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올해 목표를 물었을 때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지는 것'을 가장 먼저 들었던 김기무는 '배우' 김기무뿐 아니라 가정에서 '아빠' 역할에도 충실해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를 내놓은 것도 아이들과 더 길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김기무는 "딸아이가 저 나갈 때 항상 '아빠, 어디가?' 한다. 'TV 나오는 거 찍으러 가' 하면 '알았어, 잘하고 와'라고 한다"라며 "아이들한테는 (하루하루가) 역사인데, 제가 빵 파는 것에 너무 몰두하다가 애들하고 시간을 못 갖는 게 너무 미안하더라"라고 전했다.

    두 아이는 아빠의 작품을 열심히 보는 시청자이기도 하다. 김기무는 인터뷰 말미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난해 PD와의 친분으로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에 망나니 역으로 특별출연했는데, 예고 없이 이 장면을 본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놀랐다는 것이다.

    김기무는 "그냥 동네 망나니인 줄 알았는데 진짜 망나니였다. 되게 무섭게 해야 한다고, (사람) 목도 자르고 주인공을 계속 때린다고 하더라. 촬영하고 와서 제가 (집에) 따로 얘기를 안 했다. 근데 아기들이 본방송으로 그걸 보고 비명 지르고 우는 거다. 케첩을 쭉 짜면서 '진짜 피가 난 게 아니라 거짓말로 연기한 거야'라고 달랬던 기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는 아빠가 되는 것이 자연인 김기무의 소망이라면, 배우 김기무의 소망은 '다작'하는 것이다. "올해 세 개 하고 싶어요. 영화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작품 몇 개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닌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그런 말이 있잖아요. 한 해에 보통 세 편 했는데 올해는 ('스토브리그'까지 해서) 총 4개를 하면 좋지 않을까요." <끝>

    다소곳한 포즈를 취한 배우 김기무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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