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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걸릴까' '내 가족이 신천지라니' 불안·슬픔 공존하는 대구



사회 일반

    '나도 걸릴까' '내 가족이 신천지라니' 불안·슬픔 공존하는 대구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 불편할 땐 상담 요청해야
    가족·지인 중 신천지 신도 있단 사실에 당혹스러운 경우도
    잘잘못 따지기보단 서로 자주 안부묻고 위로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점한 대구 동성로 지하상가. (사진=연합뉴스)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한 명도 없었던 대구.

    그런 대구가 코로나19에 점령당하면서 도시 전체에 암울한 분위기가 깔렸다.

    하지만 완만한 폭이긴 해도 확진자 증가 추세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는 '거리 두기'를 실천하되 심리적으로는 더욱 '밀접 접촉' 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극에 달한 불안, 심리 상담 급증하는 추세

    현재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율은 0.2%대로 시민 천 명 중 두 명이 확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확진율이 상당히 높은 탓에 시민 다수가 감염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고 피로나 몸살 기운 등 조금의 유사 증상만 나타나도 불안에 시달리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부터 대구 시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이 구성됐는데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반시민들의 상담 전화가 하루 수 백 건씩 걸려오고 있다.

    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가 마스크인데 이 마저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탓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제 코로나19 불안증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현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새벽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전화가 여러건 걸려온다. 특히 불안장애 등 기존에 정신질환이 있었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취약하신 분들의 불안도가 상당히 높아 약물치료를 권해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병상과 생활치료센터가 부족한 탓에 집에서 입원을 대기해야 하는 환자들의 심리 상태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통합심리지원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간 입원 대기 환자들 상담을 약 2천건 실시했는데 대부분 환자들이 홀로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가족과 격리된 상태로 집에서 홀로 있다보니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의 이송이 제때 안 될까봐 걱정하거나 외로움이 정신을 지배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지원단은 이런 환자들의 고충을 들어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힘들 때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또 일부 환자들은 가짜뉴스 등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매우 불안해 하는데 이런 경우엔 지원단이 내용을 바로잡고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신천지피해자연대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 구속수사와 가출자녀 귀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한형기자)

     

    ◇불안뿐 아니라 슬픔도 문제

    지원단에 따르면 일부 환자나 환자 가족 중에는 슬픔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가족이나 절친한 지인이 신천지 신도였다는 점을 이제서야 알게됐다는 사연이 왕왕 들어오는 것이다.

    이 경우 배신감, 슬픔 때문에 큰 충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위에 이런 당혹스러운 속내를 털어놓기도 어려워 답답함을 해소할 기회가 없다고 한다.

    이는 현재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면서 신천지에 대한 주홍글씨가 짙게 새겨지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원단 관계자는 "신천지를 욕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신천지 신도를 가족으로 둔 분들은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위축되어 있고 슬픔에 젖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까운 사람이 신천지였음을 숨겼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면서도 그와 자신 모두 사회적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준비하는 구급대원.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공포 떨쳐내려면…심리적 '밀접 접촉'이 중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감은 일시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는 트라우마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없는 시민의 경우 치사율이 크게 높지는 않기 때문에 강도 높은 공포는 느끼지 않지만 서서히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공포가 확산된다는 것.

    강원대 박종익 정신과 교수는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것과 같다. 경제가 무너지고 가족과 분리해 지내야 하는 등 일상이 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이 신천지였다는 점을 알게 된 경우엔 이런 공포가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박 교수는 "믿었던 사람이 나에게 숨겨왔다는 충격, 또 신천지에 대한 주홍글씨를 우려하는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과 슬픔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구시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사회적으로는 '거리 두기'를 실천하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밀접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김정은 팀장은 "만나진 못하더라도 가족, 친구들과 자주 통화하고 위로해야 한다. 지금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그저 안부를 확인해주고 서로 따뜻한 지지를 보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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