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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창인데…정부, 뜬금없이 방역 성과 홍보



보건/의료

    코로나19 한창인데…정부, 뜬금없이 방역 성과 홍보

    박능후 "정부 방역 체계 효과적 상황 통제 중"
    투명한 정보·국민 참여·진단검사·범부처 결집 등 꼽아
    "잘 극복하면 우리나라 대응이 세계 표준 될 것"
    여전히 하루 400명 확진자에 소규모 집단감염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주의 필요한데 그릇된 신호 지적
    정부 대응 책임은 끝난 뒤 따지자며, 성과는 지금 강조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사진=복지부 제공)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수백명 씩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갑작스레 국내 방역 체계의 장점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단계임이 분명한데도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상황 효과적 통제 중, 우리나라 대응이 세계표준 될 수 있을 것"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8일 오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자격으로 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

    박 장관은 정부와 지자체, 국민, 의료기관 등의 노력에 힘입어 환자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규 확진자들이 발견되고 있어 더욱 철저한 방역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원론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들에게도 "조금만 더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국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신다면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감염병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 장관은 이단신천지 및 대구·경북 집단감염의 첫 사례자로 발견된 31번 확진자에 대해 언급하며, 그를 발견한 뒤에도 "정부의 방역체계가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이 사스(SARS), 신종플루, 메르스(MERS) 등을 거치며 계속 발전했다며, 정부 방역 체계의 장점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 장관이 가장 먼저 꼽은 장점은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다. 박 장관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투명하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효과적인 방역관리를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체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국민들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덕택에 "물리적인 봉쇄와 동일한 방역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가가 공동체를 위해 코로나19 검사비·치료비를 모두 부담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손실도 보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방역에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발달된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검체 채취'나 'GPS를 이용한 역학조사' 등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외에도 우리의 진단검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많다며(1일 최대 1만 7000건), "역설적이지만 한국에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대통령 이하 모든 정부부처가 역량을 결집시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박 장관은 "투명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가운데 국민의 자율적 참여와 창의적인 첨단기술이 잘 조화된 대응만이 더욱 효과적이며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지만 이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사진=복지부 제공)

     

    ◇ 성과 자평보다 방역 집중해야…文 '조기 종식' 발언 후폭풍 잊었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성과 대부분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영역들이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에도 4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소규모 집단 감염이 전국에서 속출하는 현재, 박능후 장관의 발언이 시의적절했는지 의문이 따르고 있다.

    박 장관 스스로의 언급처럼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이 더 뚜렷하게 감소하도록 한층 더 노력하고 집중해야 할 순간"이지 현 방역 체계의 장점을 역설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신규 확진자 감소 추세와 얽혀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자체가 지역사회 감염이 쉬운 바이러스라 현 단계에서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할 경우 또다시 한바탕 난리가 날 수 있다"며 "상당히 주의가 필요한 시점인데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일째 나타나지 않자 기업인들을 만나 "방역 당국이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내놓은 발언이었지만 5일 뒤 신천지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경솔한 발언이 되고 말았다.

    이번 박능후 장관의 발언도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려는 의도겠지만, 현 시점은 방역 체계의 허와 실을 따지기엔 너무 이른 것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여야 4당 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지금까지 아쉬운 점, 또 책임 문제는 상황이 종료된 후에 복기하면서 다시 검토하자"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해결할 문제가 많으니 (나머지 문제는)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한 뒤 되짚어 보자는 말로, 지금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는데, 책임 소재는 나중에 따져야 하고 성과는 현 단계에서도 강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중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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