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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성별만 바꾼 작품보단, 더 다양한 얘기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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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인터뷰

    라미란 "성별만 바꾼 작품보단, 더 다양한 얘기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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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 라미란 ②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단역으로 출발한 라미란은 2016년 '봉이 김선달'로 첫 주연을 맡았다. 아주 비중이 작은 역할부터 조연, 주연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지난해 '걸캅스'로 투톱 주연에 도전했다. 우연히 알게 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비공식 수사'하는 구 형사 현 주무관 박미영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걸캅스'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성 투톱' 영화이자, '여성 경찰'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다.

    '걸캅스'는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이는 '여성 투톱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주연 배우' 라미란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에게 더 큰 도전일지 모른다. 갑자기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된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을 앞세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라미란의 힘에 기대기 때문이다.

    남초 현상이 극심한 충무로에서, 라미란은 전문직(경찰-국회의원)으로서 극을 이끄는 여성 주인공을 연달아 맡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여성 영화, 남성 영화 이런 것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더 나오면 좋지 않을까"라며 "이야깃거리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오랫동안 곁을 지킨 보좌관 박희철 역의 김무열과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에 김무열 씨가 한다고 해서 "왜?"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 친구가 너무 (코미디에) 최적화된 친구더라. 비록 너무 낯은 가리지만 그런 사람들이 코미디하는 게 사실 전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포텐(셜)이 딱 터져줬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웃긴 이미지인 사람들은 정말 죽을힘을 다해도 (관객이) 웃을까 말까인데 (안 그런 분들은) 뭔가 조금만 해 줘도 의외의 재미가 있는 거다. 그래서 (김무열에게) "너 같은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돼"라고 했다. (웃음)

    ▶ 김무열은 인터뷰에서 라미란이 워낙 동네 누나처럼 편하게 잘 해줘서 거기에 기대서 갔다고 하더라.

    (김무열이) 얼마나 깍듯하게 대하는데… (웃음) 너스레다, 그건. 아니 근데 무열 씨가 진짜 낯을 많이 가리더라. 그래서 처음엔 눈도 잘 안 마주쳤다. 어쩔 수 없다, 최후의 방법을 쓰자고 해서 일단 밥을 먹였다. 밥 먹이고 계속 징징거리고 매달리면서 '조금 더 있다 가라', '얘기 좀 더하고 가라' 했다. 그랬더니 정말 편하게 생각해 준 것 같다. 금방 마음을 열고. 그래서 한 시간 정도는 더 있다가 간 것 같다. (웃음) 술도 안 먹는데 회식해도 끝까지 앉아 있고. 한 잔만 했으면 좋겠는데, 한 잔. (일동 폭소)

    ▶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독의 방향을 충실히 따랐는지, 아니면 본인 스타일로 했는지 궁금하다.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감독님은 조금 더 확장했으면 할 때, 저는 죽여야(낮춰야) 한다고 한 적도 있고, 우리 조명팀 막내가 좋아하는 버전까지 여러 버전을 찍었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고. 얘기한 대로 제가 잘 구현했는지는 모르지만 찍을 때는 되게 치열하게 찍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도무지 자기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두고 주상숙은 "말이 똥처럼 나온다"라며 당황스러워 한다.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 스태프들한테 안 웃긴데 괜히 웃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던데.

    그래서 정말 촬영장이 조용~하고… (일동 폭소)

    ▶ 장유정 감독과 함께 작업해 보니 어땠나.

    자기만의 코미디 철학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김종욱 찾기'도 그렇고 '부라더'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정말 대중적인 코미디를 아는 사람이다.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나 웃음은 되게 제 위주다. 남들 다 웃어도 저는 안 웃는다. 어떨 땐 저 혼자 웃고 이러는데, 감독님은 대중의 입맛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딪혔던 것 같다. 나는 하나도 안 웃긴데 감독님은 웃긴다고 그러니까. (웃음) 기자님들이 리뷰 올려주시지 않았나? 되게 재밌다는 얘기가 많아서 저는 깜짝 놀랐다. 되게 호의적인 글을 많이 써 주셨더라. 저는 '이게 그럴 정돈가? 그렇게 많이 웃기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랬다.

    ▶ 본인의 코미디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눈물이 나는 코미디가 진정한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배꼽 빠지게 웃는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본다. 누구 한 사람을 그렇게 웃길 순 있어도, 대중문화에서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웃게 만든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인 것 같다. 음,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정말 웃픈(웃기고 슬픈) 코미디에 가깝다. 페이소스가 있고. 배꼽 빠져서 웃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이 정말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고 눈물까지 나는 게 코미디 아닐까.

    ▶ 주상숙처럼 가진 걸 뺏기지 않기 위해 거짓말 일삼는 사람이 이해되는지.

    그냥 불편할 거 같다. 저는 배우 생활하면서도 말을 막 하지 않나. (일동 웃음) 막~ (웃음) 좋은 사람이라고 포장하고 나면 제가 뒷감당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냥 '저는 요 정도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하고 그냥 욕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미지가 막말하는 이미지니까 편한 것도 있더라. (일동 폭소)

    ▶ 영화 설정처럼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 누가 제일 불편해질까.

    저를 아껴주셨던 그 수많은 분들? 사실은 다 뻥이었다며… (일동 웃음) 그래도 살면서 주변 분들한테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 정말 운 좋게도. 돌아 돌아 욕이 들어오고 할 법도 한데 정말 좋은 얘기만 들려왔다. 근데 의심스럽다, 그게 진짠지. (일동 폭소)

    ▶ 평소에 남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나.

    남편의 거짓말은 잘 보인다. (일동 폭소) 딱 안다. 본인은 뻔뻔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던데 다 알겠더라. 근데 또 제가 웬만하면 다 믿는다.

    라미란은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정직한 후보'에서 주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 연예인은 어떤 면에서는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

    본인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다 보니. 우린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니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필요한 모습으로 사는 부분도 있다. 스트레스도 있지만. 저는 너무 많이 드러나 있어서… (웃음) 제가 사람 좋아 보이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 (일동 폭소) 되게 활발하고 그럴 거 같은데 낯가림이 생겼다. 전에는 어색한 게 싫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얘기하고 그랬는데 조금 뜬 다음부터는 어떻게 보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니까… 목욕탕에서도 친근하게 인사를 해 주시고 해서 저는 시선을 안 맞추려고 한다. (웃음) 없던 낯가림이 생겼다. (저는 모르는 분인데) 너무 친근하게 해 주시니까 당황할 때도 있고. '샤이한(부끄러움 타는) 이웃 사람'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웃음)

    ▶ 최근 작품을 보면 주인공 성별을 바꿔버릴 정도로 라미란의 존재감이 큰 것 같다.

    물론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적당할 것 같아서 성별을 바꾼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런 시도보다는 애초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나오면 좋지 않을까. 여성 영화, 남성 영화 이런 것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나왔으면 한다. 성별만 바꾸는 거 말고. 작년부터 성별 바꾼 작품을 두 개 하게 됐는데, ('정직한 후보'는) 각색을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해서 오히려 할 얘기는 남자 국회의원보다 많았던 것 같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기존에 있던 남자 역할을 여자로 대체하기보다는 애초에 이 감성으로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 그게 꼭 여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 다른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 어떤 성별에 구분된 건 아니지만, 그냥 이야깃거리가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 데뷔작이 '친절한 금자씨'다. 그때와 지금, 라미란은 많이 달라졌나.

    지금은 하늘을 콧대가 찌른다. 어디 못 간다. (사람들한테) 많이 잡히고 잡히면 빠져나오기도 힘들고. (일동 폭소) 지금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요즘은)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구나 느껴질 정도다. 옛날에는 팬이라고 하면 '왜요?' 싶었는데 이제는 (팬심이) 느껴질 정도로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다. 더 겸손해지고 머리 숙이고 이래야 하는데 그냥 고개 들고 안 겸손하고 '제가 잘나서 그래요'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있으려고 한다. (일동 폭소) 겸손도 하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일동 폭소) 아, 그래서 너무 좋다. 주인공도 하고. 성공했다!

    운 좋게 예능을 통해서도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고, 인지도가 오르니 작품도 더 많이 다양하게 들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운 좋게 사랑받아서 잘된 작품도 많다. 진짜 생각지도 않았다. '걸캅스' 때도 생각도 못 했다. 그들한테도 모험이고 도전이고 실험일 텐데 그런 시도를 하게끔 된 게 되게 좋은 것 같다. 되게 잘한 일 같다. 그래서 지금도 기고만장하게 (들어오는 역할을) '받겠습니다' 하는 거다. 계속해야 그다음이 또 생기고, 또 생겨야 하니까. 안 되든 잘 되든 어쨌든 계속해야 한다. 써줄 때까지 해야 한다. (웃음)

    ▶ 요즘에는 주로 어떤 작품이 들어오나.

    주로 주인공이다. (일동 폭소) 작품이 많이 안 들어온다. (웃음) 많지는 않다. 얘기하는 건 있는데 확실한 건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려고 한다. 제가 지금 무슨 20대 로코를 할 순 없지 않나. (웃음)

    ▶ 예능에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예능 생각은 없는지.

    (기자들을 바라보며) 저는 다음에 어떤 걸 해야 할까? (일동 폭소) (예능은) 대본이 없지 않나. 잘못했다가 욕먹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제 모습을) 편하게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끝>

    배우 라미란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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