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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끝도 안 건드렸는데 전과자 될 뻔"…檢 기소에 450일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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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손끝도 안 건드렸는데 전과자 될 뻔"…檢 기소에 450일 악몽

    • 2020-0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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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님의 '답정너' 수사 ①]
    싸움 말리다가 되레 상해로 피소
    CCTV에 '결정적 장면' 없었지만…
    "검사가 정해놨다"…警 '기소의견'
    檢 '속전속결' 기소, 끝내 무죄판결

    450일. 사건이 처음 발생하고 김진희 씨(54·가명·여)가 무죄를 확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경찰 조사 때부터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며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의견이 정해져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에 바로 잡으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사건은 속전속결이었다. 검찰은 조사 한번 없이 김 씨를 기소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긴 싸움 끝에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가슴 한켠 응어리는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을 유죄로 몰아간 수사기관의 내막을 밝히고자 4년 만에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왔다. 생업도 박차고 홀로 거대한 장벽과 맞서 싸우고 있다. "원래 수사라는 게 그런 거냐"며 울먹이는 김 씨. CBS 노컷뉴스가 그 사연을 들어봤다.

    ◇ 2016년 그날, 모든 건 CCTV가 말해준다

    사건은 2016년 6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동물보호단체 A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 있었다. 해당 단체의 활동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당시 방청 차원에서 법원에 들렀다.

    재판이 끝나고 복도에서 만난 김 씨와 A 대표. 그 두 사람 앞에 한 남성이 불쑥 나타났다. 평소 동물보호를 둘러싼 입장차로 A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박 모 씨(66)였다. A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당사자도 박 씨였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당시 법정 복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박 씨는 느닷없이 다가와 김 씨와 A 대표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번갈아 촬영한다. 이를 막으려고 A 대표가 손을 뻗자 박 씨는 이마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사이 A 대표는 박 씨가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주워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다. 그 모습을 본 박 씨는 벌떡 일어나 A 대표를 뒤쫓아갔고, 휴대전화를 돌려받으려고 실랑이를 벌인다. 김 씨는 주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말리기에만 급급하다.

    A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박씨의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등을 꼬집는 행동을 보였다. 해당 장면은 CCTV에도 찍혔다. 하지만 김씨는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 육안으로 봐서는 오히려 박 씨가 김 씨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답은 정해졌다"…기소까지 '속전속결'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박 씨는 A 대표와 함께 김 씨까지 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래도 김 씨는 내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CCTV라는 명백한 증거물이 있는 만큼 수사기관에서도 정당한 판단을 내려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검찰로부터 수사를 지휘받은 경찰이 김 씨와 A 대표 모두에게 기소 의견을 달아 공동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다. 김 씨는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계속해서 억울하다고 말했지만, 수사관은 '검사가 처음부터 기소 의견으로 정해둔 사건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며 "답을 정해두고 하는 수사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가슴을 쳤다.

    이후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김 씨를 벌금 7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한 번만 검사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검찰 수사관에게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면담은커녕 전화 통화도 닿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국민참여재판까지 한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김 씨에게 무죄를 내렸다. 함께 기소된 A 대표는 폭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에 처해졌다.

    ◇ "가만히 있었으면 눈 뜨고 코 베일 뻔"

    검찰의 약식기소를 지켜만 봤다면 김 씨는 지금도 벌금형의 전과자다. 김 씨의 경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한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상당수 일반인은 지난한 과정에 진이 빠져 수사기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김 씨는 "넋 놓고 가만히 있었으면 눈 뜨고 코 베일 뻔했다"며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 말고도 이런 식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죄를 받은 김 씨는 자신을 고소한 박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박 씨는 법원에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처분받았다. 당시 법원은 "다행히 진실이 밝혀져 김 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무고로 인한 고통에는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의 싸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남은 건 당시 검찰이 보인 '답정너 수사'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물론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요즘도 검은 옷 입은 검사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윽박지르는 악몽을 꾸곤 한다.

    김 씨는 "아직 그래도 우리 사회에 정의가 남아있다고 믿는다"며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갈 곳도,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 <용어 설명="">

    ▷ 답정너 :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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