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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인 입국 금지' 카드, 만지작거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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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중국인 입국 금지' 카드, 만지작거릴 때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상해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중국 여행객을 입국 금지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중국 여행객은 급감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 외교를 넘어 경제,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

    외교부와 산자부 등 정부부처와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게시판 청원자가 51만 명(28일 오전 11시)을 넘었음에도 우리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를 거론하며 그럴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WHO는 "국경 폐쇄나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사드 미사일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가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야 서서히 완화시키는 국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다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보복 조치를 취하고도 남을 국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중국 전역이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을 방문해 의료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몽' 실현을 위해 주변 국가들에 대한 노골적 압력을 행사해온 시진핑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오늘 내일 사이 중국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대만이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시켰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27일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일시 금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확진 판정자만 4천 5백명을 넘었으며 확진 환자의 40%가 최초 발병지인 우한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을지라도 중국인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는 이른 감이 있다.

    ◇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말은 국제 외교, 경제 관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불가능한 조치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채택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고 그 부작용이나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아 중국이나 국내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현재로선 중국발 항공편 탑승객 전면 입국금지와 같은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7일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금지할 만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현황 및 국내 네 번째 확진환자 중간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WHO에서도 감염병 확산에도 불구하고 물류나 인적 교류를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초동 대처를 실패한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장악력이 한계에 달하거나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확진자로 판명 났을 땐 정부가 마냥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 중국인 관광객 6천명이 국내에 들어왔고 현재 4명에 불과한 내국인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국내 여론이 돌아설 수 있다.

    ◇ 중국의 통제 불능 상태가 지속되고, 지난 2015년 메르스 때처럼 사망자가 나온다면 중국 관광객 입국금지 조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를 준비해둬야 한다.

    현재로선 방역에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중국 환자 변화 추이를 시간 단위로 관찰하다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지방병원에 입원했던 1번 감염자가 병원 밖 상점까지 수시로 돌아다니고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38명이나 사망했다.

    '늑장보다 과잉이 낫다'라는 전염병 대처 방식을 늘 되새길 때가 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정부가 현재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책으론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의 입국자를 한시적으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다.

    중국과 외교·경제적으로도 마찰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1차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정보다 우선시할 사안은 없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일각의 비판은 있을지라도 단계적 대응 태세치곤 크게 책망 받을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다.

    어떤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과도하게 불안하지 말라"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사태가 나빠지자 하루 만인 27일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 경제 관계와 우리 국민의 불안심리 조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의 점진적인 강화 지시는 당연하다고 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한 폐렴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 약 5년 전인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해서 그런지, 정부의 초동 대응도 그런대로 한층 개선됐고 국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방식도 기민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다중 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스스로 마스크를 쓰는가 하면 중국 여행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우한시를 비롯해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발열이나 기침 증상과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활동 반경을 집으로 국한하는 것도 공공의식의 단면이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짧게는 이들에서 길게는 14일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위기에 빛을 내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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