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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 당한 나, 변태로 보일까봐 신고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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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캠피싱 당한 나, 변태로 보일까봐 신고도 못해요"

    • 2020-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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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증가하는 몸캠피싱 범죄…"4년간 피해자 3만여명" 통계도
    범죄 수법도 진화해 피해자 늘지만 신고 어려워…"당해도 싸다"는 시선 등
    시민단체 "전형적인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 강요하는 것" 비판
    전문가 "가해자 요구 들어줘서는 안돼…부끄럽더라도 적극 신고해야 피해 줄여"

    (사진=연합뉴스)

     

    영상 채팅으로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지인들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몸캠피싱'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범죄에 당한 것임에도 오히려 '변태' 취급을 하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범한 사람도 '혹' 했다가 '훅' 당하는 몸캠피싱

    "사장님 영상 녹화됐습니다. 합의 안 보시면 유포팀으로 넘기겠습니다"

    30대 중반인 남성 A씨는 지난 1월 초 밤 늦은 시각에 낯선 사람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대화를 나누다 자신의 알몸을 보여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몸캠피싱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A씨는 가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랜덤 채팅'을 하곤 했다. '몸캠피싱'이라는 범죄가 애초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다. "평범한 대화를 주로 했다. 자기는 어디 살고, 무슨 일을 한다는 등 살아가는 이야기였다"고 그는 기억했다.

    채팅 어플에서 카톡으로 넘어온 A씨는 상대방이 점점 은밀한 대화를 유도했다고 한다. 상대가 음란채팅을 하자고 요구하자 처음에는 겁도 났다. 지금껏 어플을 통해 만난 사람과 일반적인 영상 통화까지는 해봤지만 음란채팅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얼굴만 안 보여주면 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도 들어 영상통화에 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얼굴이 나오기를 계속 기다렸던 것 같다"고 A씨는 말했다. 약 20분 동안 통화를 이어가던 그는 어느 순간 화면에 스쳐 지나가듯 얼굴을 비쳐버렸다. 그러자 상대방은 돌변했다. 피싱범으로 변한 상대방은 "녹화 잘 됐다. 유포를 원치 않으면 돈을 입금하라"며 A씨 지인의 연락처를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A씨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며 당황한 사이, 피싱범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A씨가 영상채팅을 통해 찍은 알몸 영상이 가족들에게 전송되기 직전의 컴퓨터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피싱범은 "5분 안에 입금하지 않으면 1차 유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1분도 안 돼 쭉쭉 메시지가 온다. 뇌가 정지되고 머리가 하얘지더라"고 털어놨다.

    (사진=pixabay)

     

    ◇피싱범 '80~100만원' 선 요구가 가장 많아…"돈 주면 계속 요구, 주면 안돼"

    피싱범들은 처음부터 많은 금액을 요구하지 않는다. 80~100만원선이 대부분이다. 짧은 시간에 융통 가능한 수준의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A씨는 "돈이 없으면 당장 대출이라도 받아서 보내라고 한다. 주변에 알아볼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유포만은 막자'는 심정에 보내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돈을 보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또다른 피해 사례에 따르면 5회에 걸쳐 약 1400만원을 보낸 경우도 있다. 처음 돈을 보내면 '유포를 안 한다고 했지, 영상을 지운다고는 안 했다'라며 영상 삭제 비용을 또 내라고 한다. 그것마저 입금하면 '영상을 5개로 나눠놨다. 1개를 지웠는데, 나머지도 지우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고 나온다. 입금해야 할 금액은 점점 올라간다. 돈이 다 떨어지면 결국 유포한다.

    피싱범들은 한 번 낚은 피해자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이때 피해자의 스마트폰 해킹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십분 활용한다. 카드 사용 기록이 찍힌 문자 내역을 토대로 피해자의 통장 잔액을 알아내 모두 보내라고 요구한다. 피해자가 돈이 없는 미성년자면 몸캠피싱에 쓸 자신의 아이디를 홍보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관련 기사 : '몸캠노예' 내몰린 아이들…"돈 없어? 몸으로 때워!")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몸캠피싱의 경우 피해자가 약점이 잡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게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면서 "위축된 심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해자 요구를 한 번이라도 들어주게 되면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몸캠피싱 매년 증가세, 범죄 수법도 진화…"아이폰도 안심 못해"

    몸캠피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몸캠피싱 발생 건수는 2015년 102건에서 2016년 1193건으로 1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2017년 1234건, 2018년 1406건으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집계된 건수만 1238건이다.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몸캠피싱 특성상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명 의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몸캠피싱의 누적 피해자가 총 3만1000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피싱범들의 범죄 수법도 점점 진화한다. 이들은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를 심고, 이를 통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할 주소록 등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 피해자를 채팅 어플에서 '파일 전송'이 가능한 카톡이나 라인 등으로 유인한다. 만약 넘어오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링크'를 보내 악성 코드를 설치하게끔 유도한다.

    보안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알려진 아이폰 사용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과 연동된 '아이클라우드'의 아이디와 인증번호 등을 확보해서 이를 통해 주소록을 빼가는 식이다. 최근에는 피싱범들이 아이폰용 어플을 만들고 피해자가 이를 설치하도록 한 뒤, '주소록 연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걸 이사장은 "피싱범들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하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예', '확인' 등을 눌러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소록 등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보낸 파일을 최대한 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인데 "애초에 그런 짓 안 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신고 꺼려"

    문제는 피해자들이 범죄에 당했음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피해 사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몸캠피싱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에는 "애초에 그런 짓을 안 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변태 행위 해놓고 당해도 싸다", "자기가 원해서 했으면서 무슨 피해자냐"는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시선은 피해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취재진에게 SNS를 통해 익명으로 과거 몸캠피싱 피해 사실을 제보한 B씨는 "이 사실을 알고 주변 사람들이 날 변태로 생각할까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범죄를 저지른 것 같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당한 뒤 며칠 동안은 세상 사람들이 다 내 알몸을 봤을 것 같다는 수치스러움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사이트에 내 영상이 올라온 것은 아닌지 계속 모니터링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경찰 신고도 하지 않았다.

    미성년 피해자 C군 역시 친한 친구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가족이 상처받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 극복해야" 조언…경찰 "몸캠피싱 적극 단속할 것"

    하지만 피해자를 탓하는 시선이 전형적인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을 강요하는 것이며, 피해자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피해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오히려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가 빌미를 제공했는지를 따지는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스스로 본인이 뭔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는 본인이 성적 행위를 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를 꺼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시선을 극복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경기대 공 교수는 "신고 당시에는 부끄럽더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신고해 가해자의 처벌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몸캠피싱을 포함한 사이버금융범죄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피싱은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집중 수사해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고민하지 말고 바로 신고해달라"면서 "피해 상담과 함께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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