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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종로 출마-선대위원장 동시에? 당이 원하면 OK"



대통령실

    이낙연 "종로 출마-선대위원장 동시에? 당이 원하면 OK"

    '최장수 총리' 내려놓으며 "얼떨떨하네요"
    선대위원장, 지역구...당요구 뭐든 따를것
    황교안 종로 출마? "피할 재간 없지않나"
    정치인들, 쟁기질할 때 소 안보고 뒤만 봐
    실용·진보...앞으로 더 묵직한 행보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낙연(국무총리)

    신년 특집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가지고 곧 퇴임을 하게 될 분입니다. 총선에 나서느냐 마느냐. 나선다면 어떤 지역구냐.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인데 그건 아마도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 심지어 2위와 격차가 큰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스튜디오로 오늘 직접 초대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나와 계세요. 어서 오십시오.

    ◆ 이낙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낙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최근에 언론 인터뷰를 몇 번 하신 걸 제가 봤는데 이렇게 생방송으로 라디오 인터뷰하시는 건 처음이죠, 최근?

    ◆ 이낙연> 네.

    ◇ 김현정> 좀 긴장되세요?

    ◆ 이낙연> 네.

    ◇ 김현정> 총리님도 긴장하세요?

    ◆ 이낙연> 물론입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러면 정식 질문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준비된 질문부터 들어가겠습니다. 2년 7개월 최장수 총리직을 이제 내려놓으실 때가 됐어요. 지난 2년 7개월을 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드세요? 어떤 소회가 드십니까?

    ◆ 이낙연>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참 세월이 빠르다, 숨 가쁘게 지냈다 하는 생각입니다. 당시에 2017년 5월 31일 오후 늦게 제가 취임을 했었는데요. 바로 그다음 날 아침에 가뭄 현장을 갔었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어떤 저수지 바닥까지 내려갔었는데요. 거기에서 시작을 해서 이번 주말에도 아마 어딘가 청년 창업과 관련되는 현장을 가게 될 것입니다. 현장에서 시작해서 현장에서 끝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17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 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김현정> 2년 7개월 쭉 돌아보면서 이건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다, 잘한 일이다. 칭찬할 부분도 있을 것 같고 이건 좀 아쉽다 하는 것도 좀 있으실 텐데요?

    ◆ 이낙연> 자기가 자기한테 칭찬하는 건 좀 이상한데요. 조류 인플루엔자 퇴치는 확실하게 성공을 했죠.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의 겨울에는 3800만 마리의 닭이나 오리를 살처분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1마리도 살처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성공이고요. 작년 4월 초 강원도 산불 진화. 역대급으로 빨리 진화했었습니다. 그때 긴장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그 산불 진화 그 후의 복구 과정은 백서로 이미 내놨습니다. 훗날에 교훈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쉬운 것은 하도 많아서. 제일 아쉽다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무거운 것은 저출산입니다.

    ◇ 김현정> 저출산 문제요?

    ◆ 이낙연> 네. 제가 총리를 시작할 적에 0.96명이었는데 지금 0.88명까지 더 나빠졌으니까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두 가지 정책으로 될 것 같지 않고요. 굉장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 김현정> 사실 저는 지금 조금 의외였어요. 우리 사회의 문제. 지금 한일 갈등이라든지 대북 문제.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를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아닌 저출산을 꼽으신 이유는 뭘까요.

    ◆ 이낙연> 한일 갈등이나 대북 문제는 세월이 가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출산은 굉장히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설령 출산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가임 여성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 숫자가 금방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 점에서 큰 문제입니다.

    ◇ 김현정>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잘해 보고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아쉬움이 좀 남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 어제 시무식 하시면서 유언 같은 잔소리를 좀 하겠다. 직원들한테 그러셨더라고요. 원래 잔소리가 좀 있는 스타일이십니까?

    ◆ 이낙연> 사실은 큰 소리죠, 잔이라기보다는. 그런데 이제 평소에도 우리 공직자들이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얘기인데 또 그 말하면 싫어할까 봐서 유언이라는 비장한 수식어를 썼습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하셨어요?

    ◆ 이낙연> 정책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정합성, 수용성, 실행력. 정합성이라는 것은 정책의 전과 후 또는 주변 문제. 그리고 정책 내부에 모순이나 충돌이 없어야 한다. 수용성이라는 것은 현장에서 그리고 정책을 이행하는 각 단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실행력이라는 것은 그것이 이행되도록 하는 힘이 어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강제력이어도 좋고. 강제가 최상은 아니지만 뭔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든가 거기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 얘기를 한 것이죠.

    대체로 2년 7개월 간 제가 공직 사회와 가장 많이 씨름했던 문제가 그것이었습니다. 어딘가 그것이 비어 있거나 모자라면 제가 보완을 요구하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워낙 꼼꼼한 분으로 도지사 때부터 유명하셨어요. 그때 별명이 이주사셨죠. 직원들이 놓친, 공무원들이 놓친 디테일까지도 다 채워서 보완해 주시는 분으로 그때도 유명하셨었는데.

    ◆ 이낙연> 제가 바란 것은 주사들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랐는데 그것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올라오면 저라도 채워야죠. 그래서 그랬던 것이죠.

     

    ◇ 김현정> 어제 마지막까지 끝까지 나는 잔소리를 하겠다 하고 떠나게 되신. 이 총리 업무라는 게 거의 초 단위, 분 단위더라고요. 아마 총리님 이 인터뷰 끝나고 나서도 분 단위로 계속 스케줄이 있으신 걸로 제가 아는데. 그렇게 스트레스 심한 일에 2년 7개월 몸담고 계시다가 내가 이거 내려놓으면 뭘 좀 꼭 해 보고 싶다. 자유의 몸이 되면 뭘 좀 해야지 하는 이런 소망, 계획 가지고 계셨어요?

    ◆ 이낙연> 참 얼떨떨한 게요. 제가 제 이력서에 공란이 없습니다. 빈칸이 없습니다. 직업을 안 바꾼 건 아닌데 항시 바로 연결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백수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당장 어떻게 할까. 지금도 열차표를 끊으려면 서울역에 반드시 가야 하는 것으로 아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아내한테 저의 약점이 많이 드러나겠구나.

    ◇ 김현정> 집에서?

    ◆ 이낙연> 네. 이런 것도 모르냐 하는 얘기를 많이 듣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만큼의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럴 시간이 있길 바랍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럴 시간이 많으실 것 같지는 않은 게 총선이 이제 네 달도 채 안 남았네요. 특히 당이 요구한다면 종로에 출마를 할 수 있다. 그런 쪽으로 마음은 잡으신 거죠?

    ◆ 이낙연>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가지 않는가. 그런 느낌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지역을 맡게 되시면 공동선대위원장. 이런 선대위원장 쪽은 포기하시는 건가요?

    ◆ 이낙연> 그것도 당에서 무슨 판단이 있겠죠.

    ◇ 김현정> 당에서 요구한다면?

    ◆ 이낙연> 당연히 해야죠. 제가 이것 주십시오, 저것 주십시오는 일절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일절 않고 계시고 퇴임을 하고 나서도, 총리직 그만두고 나서도 안 하실 생각이세요?

    ◆ 이낙연> 네, 당에서 무슨 제안이 있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또는 당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데 본인의 의견을 듣고 싶다라고 한다면 말씀은 드려야죠.

    ◇ 김현정> 그 본인의 의견은 선대위원장도 같이할 수 있다 생각하세요?

    ◆ 이낙연> 당에서 제안한다면 해야죠.

    ◇ 김현정>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상대가 누가 되느냐. 이건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데 기왕이면 누가 왔으면 좋겠다. 이런 것도 생각해 보신 게?

    ◆ 이낙연> 아이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 김현정> 다들 아시는 질문이니까 굳이 이걸 돌려 돌려 질문하지는 않을게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들립니다. 황교안 대표가 정말 경쟁자로 출마를 하신다면?

    ◆ 이낙연>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마다하지 않겠다?

    ◆ 이낙연> 그거야 어떻게 하겠습니까.

    ◇ 김현정> 어떻게 하겠습니까. 반기지는 않으세요?

    ◆ 이낙연>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자신은 있으십니까?

    ◆ 이낙연> 아이고, 너무 앞서가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 초기에 인터뷰에서도 우리 김현정 씨의 기자로서의 욕심을 제가 경계한 적이 있었는데요.

    ◇ 김현정> 그래서 지금 긴장하고 계시는 거죠?

    ◆ 이낙연> 네. 언젠가 본능이 나올 텐데 하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조금 쉬운 질문. 쉬운 질문일지 어려운 질문일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이번 총선에 국민들의 어떤 판단 기준은 뭐가 될 거라고 보세요? 어제 저희가 신년 특집 토론하면서도 여야가 보는 눈이 전혀 다르시더라고요. 어떻게 보세요?

    ◆ 이낙연> 여야를 떠나서 우선 경제냐 또는 개혁이냐 또는 뭐냐. 그렇게 물으면 여야가 다를 수 있겠지만 여야가 다를 수 없는 것은 신뢰입니다. 국민이 보시기에 어떤 말이 또는 어떤 사람에게 더 믿음이 가느냐의 경쟁이게 될 것입니다.

    ◇ 김현정> 믿음의 경쟁? 어느 쪽이 더 신뢰를 주느냐의 문제.

    ◆ 이낙연> 그렇죠. 어느 쪽이 더 미덥냐, 믿음이 가느냐.

    ◇ 김현정> 아마 이 이야기하고 저는 통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우리 사회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 갈등 양상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진보 대 보수 정도가 아니고 진보 안에서도 분열이 있고 보수 안에서도 분열이 있고. 거기다가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이제 남녀 갈등까지 이런 극심한 갈등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이낙연> 어디나 갈등이 있죠. 갈등이 있고 그런 갈등이 덜 표출되다가 경제와 사회가 수축이 되기 시작할 때, 성장이 저속화될 때, 성장의 속도가 둔화될 때는 그런 것들이 더 드러나게 됩니다. 마치 강에 물이 풍부하면 강 속에 있는 것들이 드러나지 않지만 물이 내려가면, 수위가 내려가면 많은 것이 드러나는 이치와 같죠. 우리 사회가 약간 그런 것이 있고요.

    거기다 더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시는 불행이 있었습니다. 상당수의 국민들 가운데는 그걸 지금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도 계실 거고 분노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의 갈등보다 더 증폭되게 돼서 나타난다. 그런 특수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성숙 사회로 가면 갈수록 갈등은 더 많이 다양화되고 심화될 가능성이 있죠. 그것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 정치의 크나큰 숙제가 될 것입니다.

    ◇ 김현정> 정치의 큰 숙제죠. 정말 큰 숙제인데 지금의 정치인들 잘하고 있습니까?

    ◆ 이낙연> 저도 그중 하나이기 때문에 남의 얘기하듯이 할 수는 없고요. 정치권부터 수렴의 노력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쉽죠. 그것은 정치 세력들이 접점을 쳐다보면서 저런 지점이라면 서로 조정할 수 있겠다. 그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지지 세력을 먼저 뒤돌아보는. 그러다 보니까 점점 세력 간의 거리는 멀어지는 그런 경향이 있죠.

    저 어린 시절에 농사짓던 저희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쟁기질할 때 뒤돌아보면 소가 날뛴다. 그런 말씀을 주셨는데. 자꾸 정치 세력들이 뒤를 돌아봐요.

    ◇ 김현정> 쟁기질이라는 그 목표, 앞선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되는데.

    ◆ 이낙연> 아니요. 소를 봐야죠. 그러면 소가 아무 말 안 해요. 그리고 소가 앞으로 갑니다. 쟁기도 앞으로 나가고요. 그런데 그걸 놓치는 순간 길을 잃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의미군요.

    ◆ 이낙연> 뒤돌아보지 마라라는 것인데 정치 세력들이 자꾸 뒤를 돌아봐요. 자기 지지 세력, 자기 응원단, 진영. 그쪽을 봐요. 그래가지고 박수 치는가 야단치는가. 그걸 신경 써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게 문제군요, 지금.

    ◆ 이낙연> 어차피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있습니다마는 그것은 충분히 알되 그러나 그쪽에 더 함몰되지 말고 새로운 지향을 찾아서 나아가는 게 지도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응원단을 안 보고 가다가 응원단이 등을 돌려버리면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 아니에요?

    ◆ 이낙연> 그것은 거의 어렵죠. 정치인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응원단이 뭘 원하시는지를. 그것을 잊어버릴 정도면 이상하죠. 그건 안 될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머리에 두되 그것을 너무 신경 쓰진 말아라?

    ◆ 이낙연> 거기에 함몰되지 말라. 빠져 있지 말라는 얘기죠. 머리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에 이미 체화돼 있어요, 정치인들은. 자기의 지지 세력 또는 진영이 어떤 생각하는지는 이미 몸에 피처럼 흐르고 있죠.

    ◇ 김현정> 그게 다 일치하면 괜찮은데 가야 할 방향과 이 지지 세력의 생각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합니까?

    ◆ 이낙연> 설득해야죠. 그리고 사과드리고. 그러면 대부분은 이해합니다.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가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제 현실 정치인으로 돌아가실 텐데 지금까지 정치 안 하신 건 아니지만 총리 때하고 또 현실 정치인으로 돌아가는 건 다른데, 여의도로 돌아가는 건 다른데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십니까?

    ◆ 이낙연> 제가 기자, 국회의원, 도지사, 총리. 이렇게 했습니다. 기자와 국회의원은 왕성한 문제의식만으로도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지만 왕성한 문제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런 직업입니다. 도지사와 총리는 정책의 수립과 이행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는, 실패하지 않게 해야 되는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정책의 수립부터 이행까지의 과정에 더 많이 마음을 쏟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훨씬 더 묵직한 행보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예감이 듭니다. 제가 그렇게 결심했다기보다는 스스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알게 됐으니까요.

    정책이란 어떻게 이행되고 어떤 맹점이 있을 수 있고 어디 가면 왜곡의 가능성이 있고 어떻게 되면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알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공직 사회가 놓치기 쉬운 것들이 뭐다.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쉽다 하는 것들을 알게 됐으니까 그걸 아는 것만큼은 더 진중해질 겁니다, 아마도.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 앞으로 이낙연 총리가 추구할 리더십 역시 포용, 신중? 어떤 걸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이낙연> 제가 실용적 진보주의라고 했는데요. 진보주의라는 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뜻이고요. 거기에 실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국민들께 닥치는 문제, 국가가 짊어지는 문제가 숱하게 많습니다. 그것을 하나하나 그때그때 해결하지 않고 멀리 있는 가치만 보고 가다가 잘못하면 실족하거든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실용적이라는 뜻입니다.

    ◇ 김현정> 이낙연 국무총리 지금 여러분 함께하고 계세요. 청취자 질문이 엄청나게 들어오는데 중간에 하나 소화하고 갈까요? 김**님. 하루에 몇 시간 주무십니까. 이런 질문 주셨는데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셨을 것 같아요.

    ◆ 이낙연> 그러네요. 누워 있는 시간은 6시간, 7시간 되는데요. 중간에 자꾸 깨네요. 깨가지고 아침까지 못 자는 날도 있고요.

    ◇ 김현정> 왜 그렇게 깨실까요, 중간에? 피곤하실 텐데 왜 깊이 못 주무세요?

    ◆ 이낙연> 글쎄요. 스트레스일까요?

    ◇ 김현정>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냐. 이런 질문도 꽤 많이 들어옵니다.

    ◆ 이낙연> 안 해요.

    ◇ 김현정> 안 하세요? 아니, 하셔야 되실 연배신데.

    ◆ 이낙연> 아니요. 이제까지는 별로 안 했고요. 먹을 것 먹고 마실 것 마시고 잘 때 자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안 하실 생각이세요? 새해면 운동하겠다. 이런 결심들 많이 하잖아요.

    ◆ 이낙연> 정주영 회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머리 나쁜 사람은 몸이 좋은 법이다.

    ◇ 김현정> 이게 무슨 의미실까요?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됩니까?

    ◆ 이낙연> 그대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저도 몸이 좋습니다. 저희가 사실 최근에 TV 인터뷰 조금 하신 걸 제가 봤지만 다 짧은 인터뷰였습니다만 오늘 저희는 한 30~40분 좀 긴 인터뷰이기 때문에 현안뿐만 아니라 인간 이낙연에 대한 질문도 준비를 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국회의원, 도지사, 총리 굉장히 승승장구한 분이시지만 어린 시절은 아주 가난하셨다고 들었어요.

    ◆ 이낙연> 예, 그 마을에서 제일 가난했던 것은 아닌데요. 원래 시골 마을이 다 그랬죠. 저희 부모님이 제일 부자였을 때 논이 열두 마지기였는데 자식을 열이나 낳고, 셋을 잃었지만. 그래서 좀 넉넉지는 못했죠.

    ◇ 김현정> 그러면 처음부터 꿈이 정치인이셨어요?

    ◆ 이낙연> 아니요.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지금 라디오를 들으시는 분들은 그 시대를 상상하실지 모르겠어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마을에 라디오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비로소 스피커라는 게 보급됐어요. 이장댁에 라디오 큰 거 하나 두고. 그것이 연결돼서 각 가정에 스피커 확성기가 이렇게 연결돼 있는데 그 확성기로 똑같은 라디오가 하루 종일 방송되고. 그때 그걸 들으면서 이광재 아나운서의 뉴스 진행이나 축구 중계를 흉내 내고. 그때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요.

    ◇ 김현정> 첫 꿈은 아나운서셨어요?

    ◆ 이낙연> 예.

    ◇ 김현정> 목소리가 좋으시잖아요.

    ◆ 이낙연> 아니, 그것은 그때 몰랐고요. 제가 유일하게 접했던 우리 가족 이외의 사람이 확성기 속에 있는 이광재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 김현정> 그래서 첫 꿈은 아나운서.

    ◆ 이낙연> 그래서 그냥 가상 축구 중계도 그때는 혼자 막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이제 법조인이 돼 볼까. 신문 칼럼들을 보면 그것도 멋있어서 칼럼니스트가 돼볼까 하다가 기자하고 칼럼도 쓰고 그렇게 됐죠.

    ◇ 김현정> 그래서 결국은 기자가 되셨어요. 제가 알기로는 기자 시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아끼던 기자였다 들었습니다.

    ◆ 이낙연> 김대중 대통령께서 야당 총재 하실 적에 승용차로 이동하시는 경우에 때로는 당신 옆자리에 제가 앉는 것을 허용해 주셨습니다. 그때 운전을 하셨던 분이 김대중 총재님의 마음을 아셨는지 빈 차에 저를 태워주셨어요, 옆자리에. 그러면 김대중 총재께서 누가 주인 허락도 없이 탔는고 하시면서 타세요. 그래서 얘기도 쭉 해 주시고. 때로는 그냥 제가 옆에 있는 것과 관계없이 주무시기도 하시고. 얘기를 참 많이 해 주셨죠.

     

    ◇ 김현정> 제일 기억나는 어떤 말씀이 있습니까?

    ◆ 이낙연> 예를 들면 그때 김영삼 총재님과 후보 단일화 협상 때인데 양김 회담 직후에 발표는 주로 DJ가 많이 하셨어요. 우리 두 사람은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발표하셨는데 그거 끝나고 차로 귀가하시면서는 후보 단일화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말씀을 해 주신다거나.

    ◇ 김현정> 정말 마음을 터놓는?

    ◆ 이낙연> 그래서 흐름을 제가 알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가 하는 것도 제가 알게 되고요.

    ◇ 김현정> 왜 그렇게 이낙연 기자를 아끼셨을까요?

    ◆ 이낙연> 글쎄요. 아마도 믿음 같은 것 아니었을까요. 함부로 장난치지 않는다. 당신이 말씀을 해 주신다고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는다.

    ◇ 김현정> 왜곡하지 않는다.

    ◆ 이낙연> 가려서 쓸 줄 아는 기자다. 이런 믿음이 있었으니까 말씀을 해 주셨겠죠.

    ◇ 김현정>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혹시 인연이 있으십니까?

    ◆ 이낙연> 제가 대변인 할 적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되셨죠. 후보가 되신 뒤에 저를 선거대책위원회의 대변인으로 지명을 해 주셨고 당선되신 뒤에도 당선자 대변인을 제가 했어요. 그랬는데 제일 제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어른의 대통령 취임사 원고를 제가 최종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한 자도 안 고치고 그대로 읽으셨어요. 그것은 제가 잘 쓴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만큼 선이 굵다는 뜻입니다. 남이 쓴 글이 마음에 들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읽으셨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그것도 역시 신뢰네요.

    ◆ 이낙연> 믿음이라고 해야 될지요.

    ◇ 김현정> 말 이야기가 나왔으니 제가 질문드립니다만 대변인 다섯 번 하셨죠, 다섯 번?

    ◆ 이낙연> 네.

    ◇ 김현정> 명대변인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이고 총리가 되신 후에도 국감, 국회 대정부 질문. 촌철살인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 이낙연> 촌철살인을 날마다 했더니 연쇄 살인이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이런 유머 감각도 있으시고. 참 언어의 마술사로 유명한 분이세요. 특히 언론계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신데 신기한 건 촌철살인인데, 연쇄 살인인데 말에 품격이 있어요. 그 비결이 있습니까?

    ◆ 이낙연> 가급적이면 간명하고 알기 쉽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말씀드릴까요. 그리고 기왕이면 재미있는 게 더 낫다라고 판단을 하죠.

    ◇ 김현정> 기왕이면 쉽고 재미있고. 정치인이라 굳이 어려운 말 쓸 필요 없으니까.

    ◆ 이낙연> 네.

    ◇ 김현정> 진행자라고 굳이 어려운 말 쓸 필요 없는 거죠.

    ◆ 이낙연> 아니요. 어려운 말 잘 알면 써도 되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쓰면.

    ◇ 김현정> 큰일 나죠. 거기서 실수 나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런 분으로서 요즘 정치판의 말들은 어떻게 보세요?

    ◆ 이낙연> 안타깝죠. 왜냐하면 그 누구도 그런 걸 안 좋아하거든요. 자기 진영의 아주 극단적인 사람 빼놓고는 안 좋아하거든요. 대부분의 국민이나 이런 분들은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거칠게 하면 본인에게도 이익이 아니고 자기 소속 정당에게도 이익이 아닙니다.

    제가 대변인 할 적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기업인 출신의 여성이 영입돼서 당의 부총재를 맡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대변인으로서의 논평을 보시고 어느 날 물으시더라고요. 이 의원님은 내편도 아니고 상대편도 아닌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시지요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했더니 당신이 그 기업체의 직원들에게 조회 때마다 그 말씀을 한대요. 우리 제품을 쓰는 분 또는 상대 기업 제품을 쓰는 분은 머리에서 지워라. 어느 제품도 선택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타깃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그래요.

    그러면서 당신의 철학과 제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옳습니다. 저는 밤에 세상이 모두 싫다는 그런 지친 몸으로 드러누워서 텔레비전을 보시는 그런 분들을 일어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가 논평을 할 때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합니다. 그렇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 김현정> 지금 이 말씀은 아까 그 말씀하고 통합니다. 내 편만 바라보면 안 된다. 그게 정치인들이 빠질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우다, 늪이다.

    ◆ 이낙연> 제 후배 대변인들이 간혹 저한테 인사를 오시면 늘 그 말씀을 했어요. 우리편 생각하지 말고 상대편 생각하지 마라. 중간 지대가 엄청나게 넓다.

    ◇ 김현정> 중간 지대를 봐라. 그렇게 하다 보면 막말 막 못 던지는 거죠.

    ◆ 이낙연> 그래서 그때 우리가 여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내려가니까 야당 다른 당으로 넘어간 의원님들도 계시고 정몽준 후보 쪽으로 줄을 선 의원도 계시고 그래서 우리 선거 캠프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하라 그랬는데 제가 비판을 안 했죠. 왜냐하면 후보 단일화가 되면 다시 같이 뛰어야 될 사람인데 그 등에다 대고 욕을 하면 나중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겨우 썼던 저의 논평이 동지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로 모르겠거든 오던 길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하라. 이런 논평을 냈는데 지금도 많이 회자되죠.

    ◇ 김현정> 그렇군요. 중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 같아요. 내편도 아니고 상대편도 아닌 그 중간 지대에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해라, 그분들을 생각해라.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데 이낙연 총리의 정치인으로의 뭐라고 할까요. 단점이라고 그 부분을 지적하는 분도 계세요. 그게 최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아주 든든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 내 편이 좀 부족한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으시죠?

    ◆ 이낙연> 그 말씀이 왜 안 나오나 했어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요즘에 늘 얘기하지만 정치인에게는 단단한 지지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제는 또 거기서 나오는 수가 있습니다. 사람으로 인한 문제가 있어요. 이른바 권력 주변의 문제들이 대체로 그런 데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뿐만 아니라 사고에 제약을 둘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에게는 조직만큼이나 고독이 필요하다. 철저히 혼자일 때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런 질문을 받으셨을 때 이런 답변을 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팬덤, 자기편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 산이 좋은데 교통까지 편할 수는 없다. 이런 답변하신 적이 있죠. 어떤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대통령이 되긴 어려운 거기 때문에 좋은 산에 교통까지 편하도록 길을 그럼 닦으셔야 되는 것 아니냐.

    ◆ 이낙연> 우선은 지금 저는 대선 주자는커녕 총선 주자도 아니니까 분에 너무 넘치는 질문은...

    ◇ 김현정> 답변하실 수 있는 것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 이낙연>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고요. 필요할 때는 필요한 것이 생기는 것이죠.

    ◇ 김현정> 대선 주자 질문이 사실 굉장히 이르죠. 이른데도 불구하고 가는 데마다 받으시는 이유는 신년 여론 조사 이런 걸 최근에 여러 군데서 했습니다만 다 1등을 하셨어요. 게다가 2등 황교안 대표와의 격차도 큽니다, 꽤. 이러다 보니까 아마 그런 질문들을 계속하는 것 같은데 정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심탄회하게?

    ◆ 이낙연> 얼떨떨하죠.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요.

    ◇ 김현정> 그런 생각도 하세요?

    ◆ 이낙연> 그럼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쩌다 이렇게 됐지가 무슨 말씀이세요?

    ◆ 이낙연> 제가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잖아요.

    ◇ 김현정> 이만하면 잘나셨죠.

    ◆ 이낙연> 아이고. 아닙니다.

    ◇ 김현정> 겸손하십니다.

    ◆ 이낙연> 아니에요. 저의 못난 구석을 제가 제일 잘 알 것 아닙니까. 일일이 밝히지 않아서 그렇지.

    ◇ 김현정> 그런가요. 이건 겸손의 표현이신 것 같고. 권력 의지가 사실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 의지가 있어야 될 텐데 그렇다면 혹시 권력 의지가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갖고 계시지 않는 거냐. 그러신 건 아니죠?

    ◆ 이낙연> 권력 의지와 권력욕이라는 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로 저는 대신합니다. 제가 성장기 때부터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제가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그런 길을 걸어왔습니다.

    ◇ 김현정> 책임질 일이 생기면 회피하지 않는다.

    ◆ 이낙연> 회피하지 못한다.

    ◇ 김현정> 회피하지 못한다. 그 말씀은 지금도 당이 원하는 대로 나는 어느 지역구든 선대위원장이든 주면 해야 된다는 역할이다 하셨는데 훗날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될지 어떨지 2년 후를 우리는 모릅니다마는 그런 상황이 돼서 당이 혹은 역사가 혹은 당의 지지자들이 혹은 중도가 요구한다면 회피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 이낙연> 제가 취임 초기에도 그 말씀을 드렸을 거예요. 욕심을 절제해 주시죠.

    ◇ 김현정> 이 앞의 질문까지는 여기저기서 다 받으셨을 테니까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봤습니다. 답변 곤란하세요?

    ◆ 이낙연> 지금 그렇게 물으시면 제가 답변하기는 좀 빠르고요. 그러나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책임을 피하지 않고 살아왔다.

    ◇ 김현정> 그 정도 답이면 다 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듣다 보니까 아까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부족함이 잘 안 느껴져요. 워낙 정치인으로서 성공한 길을 쭉 걸어오셨기 때문에. 삶에 실패란 것도 해 보셨어요?

    ◆ 이낙연> 물론이죠. 제가 일류 대학의 법과 대학을 나왔는데.

    ◇ 김현정> 서울대 법대 나오셨죠?

    ◆ 이낙연> 그쪽으로 가지 못한 것은 큰 실패죠.

    ◇ 김현정> 그러면 사법고시 이런 실패?

    ◆ 이낙연> 네네. 제가 그건 못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이야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지만 제 잠재의식 속에는 그게 남아 있는지 20~30년 동안 꿈에 그런 게 나타나곤 했었어요.

    ◇ 김현정> 꿈에? 시험 치는 꿈꾸셨어요?

    ◆ 이낙연> 떨어지는 꿈.

    ◇ 김현정> 낙방하는 꿈. 아니, 그런데 이 얘기를 하시는데 왜 이렇게 인간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낙연> 그 당시에 좀 어려웠었죠, 여러 가지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 엽전 도시락을 구입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김현정> 인간적인 면이네요. 실패도 하고. 그것 때문에 20-30년간 악몽을 꿀 정도로. 알겠습니다. 사실은 새해가 이제 막 시작했어요. 오늘 1월 3일밖에 안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해 있는 젊은이들 많거든요. 과연 나에게 희망이 있는가. 계속 노력하면 뭔가가 오는 건가. 나 취직할 수 있는 거야? 결혼할 수 있는 거야? 아이 낳아도 되는 거야? 이런 고민하고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 저는 이 실패의 경험도 굉장한 자극이 되고 응원이 될 것 같은데 총리님, 지금 청년들도 좋고 지금 듣고 계시는 청취자들께 새해 덕담이자 좋은 말씀해 주시죠.

    ◆ 이낙연> 아까 청년 말씀을 주셨는데요. 지나고 보면 제 이 말씀도 꼰대의 말처럼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마는 지나고 보니까 역경이 놀라운 축복이더라고요. 아버지가 너무 가난하셔서 제가 뜻한 바를 계속하기가 어렵고, 대학 시절에 동가숙서가식, 선배네 하숙집, 친구네 자취방 전전하면서 살았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법조인의 길을 못 갔고 그래서 기자가 됐고 기자를 하다 보니까 김대중 대통령 같은 지도자를 만나게 됐고 그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고 그 덕분에 지사를 하다가 그 결과로 총리까지 왔는데요. 이걸 압축하면 아버지가 가난해서 총리가 된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 되네요.

    ◆ 이낙연> 그래서 늘 어떤 고난이 또 다른 축복의 위장일 수도 있다. 이런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거 잘 알고요. 국가적으로도 안팎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또 정부도 더 노력을 할 것이고요. 어느 경우에나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 잃지 마시고 힘내고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김현정> 2년 7개월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총선이 바로 닥쳐 있어서 아까 좀 쉴 수 있는, 백수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셨는데 조금이라도 여유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도 챙기시고 머리도 식히시고 이럴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아까 그 필요한 리더십 말씀하셨잖아요. 그 소신 잃지 마시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이낙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낙연 국무총리였습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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