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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속에서 자력갱생" 북미 교착 속 '정면돌파' 택한 김정은



통일/북한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 북미 교착 속 '정면돌파' 택한 김정은

    "현 정세는 적대세력들 제재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기정사실화"
    "전략무기 개발도 진행"… 비핵화 협상 진행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
    예상됐던 오전 9시 신년사 건너뛰고 전원회의 보도로 갈음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 '적절히' 조정" 등 수위 조절 흔적
    "전략무기, 레드라인 넘기보단 다소 자제한 형태 될 것"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현재도 유효하다고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발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에서 미국을 비난하고 "북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돼 있다"고 발언하는 등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은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선언했던 '연말 시한부'가 지나자마자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갱생'이라는 정면 돌파를 통해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략무기 개발'과 '충격적인 실제행동'을 다시금 시사했기 때문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위성발사체(SLV) 등의 수단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 "미국, 문제 풀기보다 시간벌이… 제재 버티려면 자력갱생" 전략무기 개발도 언급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과 배치되는 요구를 내대고 강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조미(북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며 "미국이 대화 타령을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관계를 개선하며 문제를 풀 용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간벌이다"고 말했다.

    "대화 타령을 하면서도 우리 공화국(북한)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하기 위한 도발적인 정치군사적, 경제적 흉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 날강도 미국의 이중적 행태"라면서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이와 함께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 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다"며 직설적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새로운 셈법'을 압박했었다.

    이어서는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정상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하노이 북미정상회담)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다"고 말했는데, 그 '시한부'가 지나자 본격적인 선언에 들어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제재의 장기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는 '자력갱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1일 "당의 영도력 강화 및 간부들의 역할 제고를 강조하며, 제재 장기화 대비를 위해 인민들의 희생과 정면돌파 의지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가 철회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미국이)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 앞에 증명해 보였다"면서 "이러한 조건에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도 덧붙였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2020년에도 진정성을 가지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다시 말해 북한의 전략무기를 제재 완화나 다른 것과 바꾸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관세 소장도 "북한의 발언은 말 그대로 미국이 제재나 적대시정책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면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북한이 핵보유국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협상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로 대체된 신년사, 방점은 '전략무기'보다는 '경제'로

    다만 북한은 이같은 내용의 다소 강경한 노선을 택하면서도 수위는 다소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라는 표현 등 대화의 여지도 열어뒀다.

    당초 예상됐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직접 TV 방송에 나와 신년사를 읽는 대신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도로 이를 갈음했다. 통상적으로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가 있었던 1일 오전 9시엔 조선중앙TV가 보도 내용을 약 55분 동안 방송했고, 오후에도 별다른 신년사 발표는 없었다.

    이렇게 된다면 2011년 말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새해에 노동신문 등에 공동사설을 낸 것을 제외하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연설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라 전략도발 및 대미협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며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군축 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다"는 대목이 영문판에서는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으로 표기돼 있다는 점도 대미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일단 협상의 여지 자체는 여전히 남겨 뒀고, 북한이 언급한 '신형 전략무기 개발' 또한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또 다른 ICBM 발사보다는 다소 자제를 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신형 전략무기 개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레드라인은 쉽게 넘지 않고, 절묘하게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로 올해가 노동당 창건 75주년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경제발전과 주민 생활에서의 가시적인 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북한과 같은 편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결정서에 명시된 순서로 보면 전략 무기개발보다는 경제발전의 비중이 더 높다"며 "경제를 꽤 비중 있게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신형 전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 병진이라는,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정책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본인도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 전선은 경제전선"이라며 "우리의 외부 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이를 바꿔 말하면 2018년 4월 채택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은 현재도 유효하다며, 이미 지나왔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경제에 방점을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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