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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으로 지원한다더니…식수는커녕 빨래도 못해"



사건/사고

    "특별법으로 지원한다더니…식수는커녕 빨래도 못해"

    [잊혀진 섬 연평도 ③]
    서해5도지원특별법 시행 9년…악화된 삶
    매년 늘어나는 생수병 식수 지원
    국가지정어항 중 유일하게 물 때 맞춰 여객선 운영
    용역비 1억원 배정안해…향후 지원 불투명
    주민들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한숨

    ※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 연평도는 남북 분단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분단 이후 포격 당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역이면서 동시에 처음으로 남북 어선을 위한 '평화의 등대'를 재가동한 곳이다. 지난 9년 동안 '안보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연평도 주민들은 이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CBS노컷뉴스는 연평도의 현주소를 집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분단 이후 멈추지 않는 연평도 포성
    ② 삶이 파탄나도 떠날 수 없는 섬
    ③ 서해5도지원특별법 시행 9년…악화된 삶
    (계속)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2010년말 정부는 집단이주를 요구했던 당시 피난민에게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약에 그치고 말았다는 게 연평도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정주여건 개선 약속했지만 공약(空約)이 된 서해5도 지원특별법

    지난 2017년 소연평도 주민들이 인천시청에서 식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 모습 (사진=자료사진)

     

    행정안전부는 서해5도 지원특별법을 제정, 이를 통해 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2020년까지 총 9109억원을 서해5도에 투입해 대대적인 정주여건 개선을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주민생활안정 및 삶의 질 향상 1444억원 ▲주거환경 개선 931억원 ▲주민안전 및 대피체계 강화 726억원 ▲해상교통 개선 및 생활기반시설 확충 1626억원 ▲일자리 및 소득창출 832억원 ▲지역특화 및 관광개발 3550억원 등 체계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사업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이 예산 가운데 실제 쓰인 돈은 38%에 해당하는 3452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시급한 건 식수 문제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명당 하루 평균 물소비량은 282ℓ, 인천시는 297ℓ지만 연평도는 90~100ℓ 수준이다. 전국 평균의 3분의 1도 쓰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물 소비량이 적은 이유는 섬 지역의 특성상 식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연평도는 하루에 2시간씩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매일 써야할 식수를 오전 6~8시쯤 미리 받아둬야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행정구역상 연평도와 같은 지역에 속하는 소연평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연평도 상수도관리운영위원회 등에 따르면 40여구 80여명이 사는 소연평도는 현재 이틀에 30분 동안만 물을 공급받는다.

    주민들이 정상생활을 하려면 하루에 100톤의 물이 공급돼야 하지만 실제 공급되는 물은 10톤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인천시가 제공하는 페트병 병물(1.8ℓ)에 의존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식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겨울에는 주민들이 '고양이 세수'만 하고 화장실에도 물이 없어서 용변을 불가피하게 야산에서 해결하는 실정이다.

    매년 반복되는 식수난에 급기야 2017년에는 이장들이 육지로 나와 "제발 우리에게 물을 달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는 페트병 물 공급을 늘리고 해수담수화사업을 벌여 2017년말까지 식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해수담수화사업조차 완료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가뭄이 더 심해져 페트병 물 공급량도 크게 늘었다. 옹진군에 따르면 소연평도가 식수 부족으로 공급받은 페트병 물은 2017년 1만6800병, 지난해 2만3520병, 올해 8만640병으로 매년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포격 피해를 직접 입은 대연평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14~2016년 1일 1시간 제한급수가 이뤄졌으며, 현재는 1일 2시간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마을상수도 역시 노후화돼 누수율이 40%를 넘는다. 옹진군 관계자는 "서해5도 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상수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3일에서야 연평도 상수도개선 사업이 착공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국가관리어항 중 1일 생활권이 불가한 유일한 섬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도등대. (사진=연합뉴스)

     

    교통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연평항을 포격사건 이후인 2012년 8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200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400명 정원의 여객선이 하루 1차례 밖에 운행하지 않아 제때 대피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정만 하고 확장 등은 하지 않아 대형선박의 접안이 불가능하다. 섬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이 물 때를 맞춰 운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평항의 여객선 운행 시간은 오전 6시에서 오후 1시 30분까지 들쭉날쭉하다.

    인천항에서 연평도까지 쾌속여객선으로 2시간 30분 소요되는 반면 백령도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령도는 1일 생활권이 가능하지만 연평도는 불가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가관리어항 중 1일 생활이 안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계 임무를 맡고 있는 해군과 해상 치안을 담당하는 해양경찰의 경비함정도 마찬가지다.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 최북단인 서해5도의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해군과 해경 경비정은 인천항에 정박하기 때문에 매 출동 때마다 2~4시간의 이동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해5도를 관통한 태풍 '링링' 때 연평도 앞바다에 있던 해군·해경 경비함정이 2시간 거리의 이작도 해군부두로 피항하기도 했다.

    연평항을 국가관리어항으로 지정해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정부의 연평도 신항 건설사업은 9년째 표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3월과 지난해 7월, 10월 등 총 3번에 걸쳐 연평도 신항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면제를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모두 보류했다.

    국방시설에 해당하는 해군시설 사업비가 전체 사업비의 30%에 불과하고 해경부두도 평화수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국방관련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 주민들의 한숨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서해5도 지원특별법에 따라 수립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에 배정된 예산의 38%밖에 쓰지 못한 행안부는 이 예산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최근 각 부처의 예산과 사업을 재정비하기 위한 용역을 내년도 예산에 담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용역비 1억원이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보다 못한 연평도 주민들이 지난달 이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국무총리실에 보냈지만 결국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9년 전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정주여건을 개선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허한 말잔치가 되면서 주민들의 실망감도 크다.

    한 연평도 주민은 "떠날수도 없고 여기서 살수도 없는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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