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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은 그녀', 마음의 온도는 분명 올라갈 거예요"



영화

    "'감쪽같은 그녀', 마음의 온도는 분명 올라갈 거예요"

    [노컷 인터뷰] 영화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 ②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을 만났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각각 공개 구혼과 가게 홍보차 노래자랑 대회에 참가한 두 남녀가 예심에서 탈락한 후 서로를 위해 노래해 주는 이야기('특집 노래자랑'), 하느님의 착한 신부가 되길 바라는 모범 신학생과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게 꿈인 여자의 이야기('신부수업'), 영원히 일곱 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여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엄마의 이야기('허브'), 20대 여성 네 명이 경험하는 청춘의 달콤쌉싸름함을 담은 이야기('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등 허인무 감독은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를 꾸준히 관객들 앞에 내놓았다.

    8년 만에 가지고 온 복귀작도 마찬가지다. 72세 꽃청춘 말순(나문희 분)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 분)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감쪽같은 그녀'는 하루아침에 한 가족이 된 이들의 동거기를 발랄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표현했다. 공주의 학교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을 보고 깔깔 웃다가도, 모두 원치 않는 이별이 다가오면서 눈물 콧물을 쏙 빼는 영화가 '감쪽같은 그녀'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인무 감독은 따뜻한 이야기에 마음이 가고 재미를 느낀다며, 이런 영화를 해야 현장도 즐거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왕이면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감쪽같은 그녀'를 봐서 칭찬도 야단도 즐겁게 맞이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일문일답 이어서.

    ▶ 나문희-김수안 두 배우와 함께한 현장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옛날에 제인 캠피온 감독의 '여인의 초상'(1997)이라는 영화 메이킹을 본 적이 있다. 니콜 키드먼 나온. 거기 현장이 진짜 어수선한데 감독이 집요하게 배우한테 붙어있는 거다. 감정 끌어내려고. 첫 컷에 성공하고 '오케이', '땡큐' 하는 게 너무 멋있더라. 결국 감독은 배우 연기를 끌어내는 사람인 거다. 다른 건 선수들이 하는 거고.

    만약 내 영화에 나왔던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 더 잘하면 자존심 상하지 않나. 배우와 함께 집요하게 연기를 뽑아내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조금은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이 접근이 되게 다르다. 나문희 선생님은 슛 들어가기 전에 계속 집중한다면, 수안이는 슛 들어가기 전에 완전히 비우는 스타일이다. 두 분이 나중에 접점을 찾아서 재밌더라. 오히려 나문희 선생님이 더 긴장하시는 편이다.

    ▶ 베테랑이자 큰 어른 격인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건 남다른 느낌일 것 같다.

    나문희 선생님이 이 시나리오에 들어오시고 나서야 촬영이 시작된 것 같다. 매번 빈손으로 안 오셨다. 언젠가는 수박 두 통을 사서 직접 썰어오셨다. 저희 스태프들까지 다 먹어야지 (촬영) 할 수 있었다. (웃음) 제일 큰 어른이신 선생님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고 편한 현장을 만든 건 선생님 덕이 컸다. 사실 정말 덥고 촬영 일정도 빡빡해졌는데 되게 으쌰으쌰하게 되더라.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선생님이 우리 작품 들어오시기 전에 좀 아프셨다. 병도 스승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신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감쪽같은 그녀'에서 공주 역을 연기한 배우 김수안 (사진=㈜지오필름 제공)

     

    ▶ 천우희가 특별출연으로 나오던데, 거의 조연에 가까운 분량과 비중이더라.

    데뷔작이 같다. '신부수업' 때 나왔는데 이번에 지원 사격해줬다. 처음에는 성인 공주를 해 달라고 했는데 '오빠, 나 제대로 도와줄게' 해서 박 선생 역을 했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고 한다. 그때가 '우상'(2019, 감독 이수진) 할 때였는데 사투리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 거다. 그래서 서울에서 온 깍쟁이 선생님이라는 설정을 했다.

    ▶ 사회복지사 동광(고규필 분)도 마음 따뜻한 사람이고 누구보다 말순-공주 가족을 위한다는 게 보기 흐뭇하더라. 참고한 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냥 키다리 아저씨는 매력이 없으니까 일단 직업을 (사회복지사로) 준 거다. 직업 때문에 움직이긴 해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아기를 돌보는 분이나 사회복지사 등 대부분이 선하게 그 일을 하실 것 같은데, 비뚤어진 분들의 사례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것 같다. 사회복지사를 따뜻하게 그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 영화 보면 뚱뚱한, 살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거는 사실 제가 태어나서 본 이후로 아버지 모습이 계속 뚱뚱했다. 그러니까 저한테는 푸근한 사람이라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무조건 좋다. 저는 규필이가 좋았던 게 어디에서도 멜로를 안 했다는 거다. 그래서 멜로를 너무 시키고 싶었다.

    ▶ 박 선생과 동광이 나중에 잘됐는지는 제대로 안 나온 것 같다.

    다 찍었다. 마을 사람들한테 청첩장까지 다 돌렸다. (웃음) 근데 그게 너무 해피엔딩으로 삭~ 끝나는 느낌이어서 목적으로 한 것과 좀 달라지더라. 그래서 양보(편집)했다.

    ▶ 아역 배우들이 적지 않게 나왔는데 오디션으로 본 건가.

    한빈이(우람 역)는 광고를 딱 봤다. 한쪽 구석에 있었는데도 너무 귀여운 거다. 캐스팅할 때만 해도 (어려서) 지금 발음이 아니어서 연출부가 반대하고 그랬는데 걔가 눈에 들어오니까 (다른 아이들이) 안 보이는 거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한빈이가) 너무 잘했다. 우리 영화의 선물 같은 아이다. 보경이(황숙 역)는 유일하게 부산 애여서 대사가 편하니까 (사투리를) 좀 세게 뱉더라. 오디션을 끝까지 봤는데 (후보들이)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헌팅으로 만나서 숙소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되게 미안하더라. 보통 조감독이 보고 그다음에 제가 보는데 저희 스태프가 다 있었으니까. 근데 긴장도 안 했다.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쟨 (연기가 잘) 나오겠다 싶어서 뽑았다. 정말 고마웠다, 아역들이.

    ▶ 진주는 극중에서도 거의 울지 않아서 신기했다.

    애들도 오디션 봤는데, 다들 예뻐서 제일 순한 아이로 했는데 너무 안 우는 거다. 첫 촬영이 진주가 엎어진 건데 그때 되게 많이 울었다. 촬영 중에 슛 들어갔는데 처음 뒤집기를 했는데, 그새 커서 지금은 걸어 다닌다. (웃음)

    윗줄 왼쪽부터 우람 역 임한빈, 황숙 역 강보경, 공주 역 김수안. 아랫줄 왼쪽부터 김수안, 임한빈, 허인무 감독, 천우희, 고규필 (사진=㈜지오필름 제공)

     

    ▶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유지할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제가 드라마 대본을 쓰고 영화도 하지 않나. 저는 두 개 다 하고 싶다. 다 나름의 재미가 있다. 드라마는 작품이 끝났을 때가 제일 좋다. 분량이 너무 많으니까. 근데 영화는 촬영할 때 제일 좋다. 만약 제가 저랑 안 맞는 스릴러나 되게 거친 영화를 했으면 현장이 이렇게 즐겁지가 않았을 것 같다. 저는 일단 제가 좋아야 관객들한테 그게 전달이 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좋고 제가 행복한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글이 써지는 게 좋고, 이렇게 연출하는 게 좋고, 이런 식으로 배우와 만나는 게 좋아서 이런 영화들을 마음이 닿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나중에 제가 세상 경험을 어떻게 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제가 영화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 지금까지는 각본과 연출을 본인이 했는데 다른 사람이 쓴 대본도 연출할 생각이 있는지.

    사실 좋은 영화 보면 '저 영화가 내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런 욕심 나지 않나. 그런 대본이 저한테 들어오면 저는 안 할 이유가 정말 없고 그걸 잘 해석하고 표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글이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저는 저만 정말 열심히 하면 퇴직이 없는 영화감독을 계속하고 싶다. 그러려면 글도 좀 받긴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저도 어떤 글을 썼는데 이게 저보다는 어느 감독님이 잘 맞는 거 같다고 하면 SOS를 쳐서 '이거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떠냐' 할 수도 있다.

    ▶ 개봉 전에 해외 6개국에 선판매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나.

    저한테도 이 작품이 정말 큰가 보다. 나이가 들어서 더 소심해져서 그런지 개봉일 다가올 때 정말 초조하다. 롤러코스터 같다. 잘 될 거야 하면서 기대했다가 불안했다가 한다. 예전에는 영화 개봉하면 (동시기에) 어떤 영화 하는지 정말 몰랐다. 외국 선판매 소식 그런 걸 들으면 그때 잠깐 위로가 되고, 또다시 소심해지고. (웃음) 그냥 잘됐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늘 그렇지만 요번에는 많은 관객들과 만남을 갖고 싶다. 그래서 좋은 점은 칭찬도 받고 싶고 아쉬운 점은 야단도 맞고 싶고, 이런 영화를 쭉 할 수 있게 많은 분이 보러 오셔서 따뜻한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정말 마음의 온도는 분명히 올라가실 거니까. 영화 보시고 가족들한테 연락 한 번 하시는 그런 상황이 되면 저랑 우리 스태프들, 배우들은 '할 만큼 했다' (웃음) 이런 기분이 들 것 같다. <끝>

    '감쪽같은 그녀' 촬영 현장 (사진=㈜지오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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